설 명절, 한국교회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

이원영

입력 : 2026.02.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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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명절은 한국 사회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를 되묻는 시간이다. 가족과 고향을 찾는 이 명절의 흐름 속에서, 한국교회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급격한 사회 변화와 위기 속에서 한국교회는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으며, 무엇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면 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 사이의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인적·재정적 자원이 집중된 도시교회와 달리, 농어촌교회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목회 지속의 어려움 속에서 생존 자체를 고민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동안 도시교회는 농어촌교회를 돕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것은 일회적 후원이나 명절 중심의 시혜적 지원에 머물렀고, 구조를 바꾸는 상생의 관계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이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어촌교회는 도시교회가 도와야 할 선교 대상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뿌리이자 공동 운명체다. 사도 바울이 말한 것처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는다”(고전 12:26). 농어촌교회의 위기는 일부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의 위기다.

 

 더 나아가 오늘의 위기는 단지 교회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에너지 위기의 시대에 농어촌은 경제적 관점에서 낙후된 공간이 아니라 생태적 관점에서 미래 생존의 핵심 터전이다. 농촌이 무너지면 도시는 지속될 수 없고, 농어촌교회가 사라지면 한국교회의 생태적·영적 토대 역시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설 명절을 맞아 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가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몇 가지 실천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후원이 아닌 관계 맺기다. 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가 일대일로 결연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공동 예배와 상호 방문, 청년·청소년 교류를 통해 삶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둘째, 경제적 상생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농어촌교회와 지역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교회 소비 구조 안으로 연결함으로써, 도움을 주는 관계가 아니라 공정한 거래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셋째, 목회 협력의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농어촌목회를 실패나 후퇴로 보는 시선을 거두고, 도시와 농촌을 오가는 순환 사역과 공동 연구, 공동 설교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설은 돌아감의 절기다. 이번 설 명절에 한국교회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은 화려한 성장의 기억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뿌리다. 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의 상생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생존의 길이다. 말로만 상생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도시교회 성도들이 고향을 찾듯 농어촌교회를 방문하고, 농어촌교회의 이야기를 듣고, 그 땅에서 나는 먹거리와 신앙의 지혜를 함께 나눌 때 상생은 선언이 아니라 경험이 된다. 관계 속에서만 신뢰가 자라고, 신뢰 속에서만 지속 가능한 협력이 가능하다. 설 명절이 한국교회가 농도상생의 길로 방향을 전환하는 거룩한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예장통합측 총회농촌선교센터 원장·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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