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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6.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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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창.jpg
 
점, 점, 점을 놓으면서 
하나씩 하나씩 호흡으로 
 이어지는 은총입니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따사로운 햇살로 비추이는 
꿈속에서도 그리움으로
 사랑을 닮게 만드는 축복입니다.

이제는 세초부터 세말까지
새로 놓는 이 점과 선으로
내가 당신께로
당신이 내게로
오고 가는 금을 긋습니다. 

멍드는 가슴일랑 
보드라운 그 손으로
쓰다듬기를 고동치는 점으로
피가 돌게 다독거립니다.

무거운 짐으로 힘겨워
어깨가 눌려 지칠 땐
당신께로 향하는 기도로
희망이 솟구칠 선을 긋습니다.
                          - 「금을 긋습니다」 의  전문

이 시는 온전한 ‘신앙의 삶’을 승화시킨 노래이다. 화자인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신앙적인 삶으로 연결된다. 바른 신앙의 생활을 통해 하나님께로 가까이 다가가고, 하나님과 하나되는 혼연일체가 되는 삶을 영위한다. 그것은 온전한 신앙의 삶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시는 ‘금’과 ‘점’, 그리고 ‘선’이란 명사를 시어로 사용한다. 화자의 ‘신앙의 삶’을 ‘금’과 ‘점’, 그리고 ‘선’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어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금’은 ‘선’이다. ‘금’은 긋거나 접거나 한 자리로, 한계선을 정할 때에 사용된다. ‘선’은 수학에서 ‘점’의 이동에 따라 생기는 도형이다. 여러 개의 ‘점’이 이어져 ‘금’이 그어지고 ‘선’을 만든다. 그래서 그 ‘금’은 화자가 하나님을 연결하는 ‘선’이다. 

이 시의 제목인 「금을 긋습니다」는  화자의 분명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분적인 상황의 삶 속에서 신앙의 삶을 선택한 결과로 표현했다. ‘긋습니다’란 결단의 의지로 한계선을 그은 것을 의미한다. 즉 세상적인 삶이 아닌 신앙의 삶을 추구하고 있다고 선언한 표시이다. 첫 연은 이 시를 구성하는 ‘점’과 ‘선’을 구체화한다. 1행인 “점, 점, 점을 놓으면서”는 선이 되는 과정이다. 2행과 3행인 “하나씩 하나씩 호흡으로 / 이어지는 은총입니다”란 구절은 선을 형상화했다. “하나씩 하나씩 호흡으로”도 점의 연속이고, 점이 선으로 연결된 “이어지는 은총입니다”고 표현되었다.

제2연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다. 여러 개의 점이 이어져 선으로 관계된 하나님은,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씩 가까워지고, “따사로운 햇살로 비추이는” 관계로 발전되었다. ‘따사로운 햇살’은 하나님께서 베풀어주는 ‘사랑’이나, ‘은총’, 그리고 ‘축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하나님과의 관계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꿈속에서도 그리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3연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시켜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새해 첫 날부터 한 해의 마지막인 섣달그믐까지 하나님과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시켜 가고 있다. “새로 놓은 이 점과 선”은 어제가 아닌 오늘의 하나님과의 관계를 의미한다. 매일 새로워지는 신앙의 삶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표현했다. 그 관계는 하나가 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제4연은 화자의 삶 속에서의 하나님 사랑에 대한 섭리를 형상화했다. “멍드는 가슴일랑”이란 구절은, 일상생활 속에서의 상처를 함축시켰다. ‘멍드는’이란 시어는 ‘멍들다’의 자동사로 타의에 의해 깊은 상처를 지닌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보드라운 그 손’은 하나님의 손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상징하고 있다. 

마지막 연은 하나님께 의지하는 삶을 표현했다. 일상의 삶 속에서의 힘겨울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로 의지하고 있다. ‘무거운 짐’이나 ‘힘겨워’, 그리고 ‘어깨가 눌려 지칠 땐’은 일상의 삶에 대한 모습이다. 그 삶은 하나님께로 향하는 기도의 삶이며, 희망의 삶이 된다. 
/시인·한국기독교문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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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 27] 하나님과 혼연일체된 신앙의 삶 - 김순권의 「금을 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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