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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탈북민 선교 전략 변화 필요

사회적 이질감으로 소외의식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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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6.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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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교체진짜.jpg▲ 일시적 재정 지원에 국한된 탈북민사역의 한계가 나타남에 따라 인격적 관계맺음을 바탕으로 하는 돌봄사역이 탈북민에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국경경계·심문 강화 등 정세악화로 유입 탈북민 수 급감
그리스도 사랑 통한 주체사상 탈피·사회적응 교육 절실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온 이들이 3만 명이 넘는 시대이다. 그간 정부는 초기 정착금과 주거 지원, 취업 알선 등 여러 가지 지원 정책을 펼쳐왔지만, 복잡한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탈북민 상당수가 범죄의 늪에 빠지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사회 안전망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탈북민의 보금자리가 되어야 할 대한민국이지만, 세대와 젠더 이슈를 중심으로 거대 양당 간 힘겨루기로 인해 요원하기만 하다. 일각에서는 한국교회가 정부나 시민단체에서 돕지 못하는 탈북민을 지원하는 사역에 매진하는 한편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각박해진 탈북민의 삶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2019년 3월 기준 탈북민 입국 인원 현황은 총 32,705명으로 2001년부터 매해 천 명 이상이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넘어오고 있다. 6·25전쟁 직후 정치적인 이유로 남한으로 건너온 탈북민들은 1970년대 이후 남한 사회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북한의 경제난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탈북의 성격이 바뀌었다.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0년대 북한에서 일어난 식량난과 자연재해는 경제적 이유로 남한으로 향하는 탈북민의 수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게 됐다.

햇볕정책의 중단과 남북갈등, 핵 개발에 따른 미국발 경제 제재 등을 이유로 2009년 2,914명이 남한으로 오면서 탈북민 입국자의 수는 최고에 이르렀다. 하지만 2012년 김정은 체제가 수립되면서 북·중 국경경비대의 수를 늘리고 중국의 탈북민 북송정책이 강화됐다. 이로 인해 탈북 비용이 급증했으며 중국 공안의 검문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37명만이 남한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 탈북민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6년을 기준으로 고용률 55%으로 나타났으며, 절반가량이 150만 원대 수입을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통일부가 발표한 심화교육 취업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탈북민 4명 중 1명은 생계급여를 받아가며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탈북민의 경제적 자립이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로 남한 사회 부적응 현상과 탈북민 지원사업에 관한 홍보 부족, 북한 출신이라는 사회적 차별과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노동 의욕 상실 등을 들 수 있다.

오경섭연구위원(통일연구원)은 “탈북민들이 이 사회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배척하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잘 적응하도록 정책을 조율해 탈북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 아닌 정서돌봄사역 필요
그간 한국교회는 탈북민 사역을 진행하면서 많은 지원금을 전달하는 방식의 물량공세를 펼쳐왔다. 탈북민이 겪는 대다수 어려움이 경제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짚어 본다면 잘못된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재정을 채워주는 일에 집중된 사역 방향으로 탈북민이 지닌 한국교회의 이미지가 돈과 맞물려 있어 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재영교수(실천신학대)는 “탈북민 사역을 하는 교회 중 몇몇에서 교회 출석 횟수를 매겨 탈북민에게 돈을 전달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해당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러한 정책은 탈북민을 한 명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사회 적응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잘못된 방법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현재 한국교회가 지닌 개교회 중심주의와 성장제일주의 등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며,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안녕을 우선시하는 경향으로 이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고 마음속에 상처를 받는 일도 많다”고 강조했다.

탈북민 상당수가 종교를 통해 정신적 안식을 찾는다고 밝힌 정교수는 “탈북민 출신 기독교인 중 대다수는 탈북이나 남한 이주 과정에서 선교단체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막상 남한사회에서 살아가면서 한국교회에 관한 좋지 않은 모습을 보고 실망감을 느끼며 교회를 이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민 사역이 탈북민의 삶에 직접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자기 교회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탈북민을 비롯한 주위 이웃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는 데에 한국교회가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남북 하나 되는 교회 사례
‘남북성도들이 연합하여 한국교회 갱신에 참여하는 교회’라는 비전으로 목회사역에 매진하는 이빌립목사(열방샘교회)의 사례는 통일시대를 맞아 탈북민과 북한 사역의 방향을 세우는 기준점이 된다. 탈북민 출신 목회자인 이빌립목사는 통일선교를 중심으로 열방선교를 지향하는 교회를 세우는 데에 매진하고 있다.

이목사는 “명절맞이 탈북민 초청잔치나 북한 어린이·지하교회 돕기 바자회 등을 통해 이북에 사는 이들을 돕고 이북 출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계속해서 매진하고 있다”며,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교회, 지역사회와 이웃 교회들로부터 칭찬을 듣고 나라를 위해 기여하는 교회로 세워지도록 모든 교인들이 함께 기도하며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 청소년과 탈북민 자녀사역에 매진하는 새터교회(담임=강철호목사)의 사례 또한 탈북민 사역에 길잡이가 된다. ‘통일을 준비하는 교회’라는 목표로 운영되는 새터교회는 구제 중심, 모임 중심이 아니라 신앙 중심의 교회가 되어 탈북민 선교에 앞장서고 있다.

강철호목사는 “탈북민 아이들이 혼자 서기에는 한국 사회는 낯설고도 위험한 장소이다”며, “정서적 성숙이 잘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세속문화에 빠져들면 영육 간 피폐한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탈북민 청소년들이 위험한 삶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고자 교회에서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사역으로 삶의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며, “이뿐만 아니라 탈북민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운영해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생기는 고민거리를 들어주고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탈북민들을 인격적으로 보살피고 돌보는 목양이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체사상 탈피위한 교육절실
한편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탈북민 사역을 진행하는 데에 힘쓰고, 탈북민의 성공적인 사회 적응을 위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주체사상을 탈피하도록 교회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김영식목사(포타미션)는 “한국교회가 탈북민 사역을 시작할 때 아무런 조건 없이 재정적 지원을 베푸는 방식을 시행했더니 대다수가 실패했다”며, “탈북민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귀를 기울이는 전문 목회자를 양성하고 통일 이후 북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할 때에도 그들의 삶을 어루만질 수 있는 사람을 키울 수 있도록 통일부와 교회, 시민단체의 협력 사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성근목사(한나라은혜교회)는 “북한교회는 통일 이후를 대비해 훈련 받은 탈북민 출신 목회자들에 의해서 형성되리라고 본다”며, “탈북민 출신 목회자들을 사랑으로 잘 양육한다면 통일 이후 주체사상으로 인해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힘든 북한 사람들에게 효과적 복음을 전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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