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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7.1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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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암논의 성범죄는 많은 공통점을 지니지만, 한편으로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 차이점이 두 사람의 운명을 갈랐다고 할 수 있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지자 나단에 의해 자신의 죄를 직면하는 기회를 얻었다. 다윗이 저지른 범죄에 관해 하나님께서 죄를 지적하시고 처벌을 분명히 말씀하시면서 다윗은 자신의 죄가 지닌 심각성과 책임성을 깨닫고 하나님께 회개한다. 죄에 대한 신랄한 지적과 엄격한 처벌의 말씀이 그에게 회개할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암논의 경우는 왕이자 아버지인 다윗이 암논의 죄를 지적하거나 훈계함으로 그의 죄를 직면하게 해 그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깨닫게 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죄를 드러내신 하나님을 경험한 다윗은 하나님의 지혜와 공의,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모든 것을 보고 계신 하나님을 잊은 것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죄로 인한 처벌의 문제이다. 다윗은 회개를 통해 생명은 구명되지만, 대신 태어날 아기가 죽음의 형벌을 받게 된다. 이와 달리 암논은 어떠한 명시적인 처벌도 받지 않았으며 자신의 죄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하지만 압살롬이 이 사건을 빌미로 암논을 죽임으로 암논은 다말과의 결혼이나 보상으로 책임질 수 있었던 일을 목숨으로 대신 갚게 됐다. 다윗의 지혜롭지 못하고 공의롭지 못한 태도가 암논을 죽게 하고 압살롬을 살인자가 되도록 한 것이다.

성범죄 사건을 대할 때 나타난 하나님과 다윗의 모습에서 두 사건의 차이점을 추가로 찾을 수 있다. 나단 선지자가 전한 부자와 가난한 노인의 암양 비유를 보면 하나님은 힘없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다루고 계신다. 노인이 아끼고 사랑한 암양은 빼앗은 부자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다윗이 선택된 왕이지만, 아내를 빼앗기고 죽임을 당한 힘없는 우리아의 입장에서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공의를 세우시고자 나단 선지자를 보내신 것을 밝히신다.

하지만 다윗은 가해자 중심으로 암논의 성범죄 사건을 다룬다. 다윗은 딸이자 피해자인 다말에 관해서는 어떤 고려도 하지 않으며 다말의 안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왕궁의 체면과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하는 암논이 왕자의 지위를 잃을 것을 생각해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는다. 다윗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다말은 더 큰 절망에 빠졌고 암논과 압살롬은 서로 죽고 죽이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다윗이 암논의 성범죄를 다루는 방식은 한국교회에서 성범죄를 다루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현재 교회는 교회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가해자를 감싸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성범죄자를 처벌하는 대신 성폭행 당한 여교인을 향해 잠잠하라고 하며 외면하면서 2, 3차 가해를 하고 교회 공동체에서 쫓아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자신이 피해자인 듯 연기하며 자리를 지키고 기득권을 유지한다.

그렇지만 교회 내 성범죄에 관한 지적과 회개의 촉구, 처벌은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다윗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 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회복의 방법이다. 그렇게 해야 가해자는 하나님의 용서를 받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할 수 있으며 피해자가 회복되고 교회가 교회답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피해자 중심으로 죄를 드러내며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목회자의 성범죄 문제를 다루도록 해 더는 피해자가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길 희망한다. 
/안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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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옥합] 왜 다윗은 다말의 부르짖음에 침묵했을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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