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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8.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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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 있는 YV 프로그램 중에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자연인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있다. 전혀 재미없을 것 같은 내용임에도 그렇게 시청률이 높은 것은 삶의 분주함으로 인해 지쳐 있는 현대인들이 쉼을 가지고 여유의 시간을 누리며,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다른 이들과 애쓰고 경쟁해야만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혜택들을 자유롭게 누리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 이런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등장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은 어쩌면 하나님께서 처음 만들어 주신 자연인 상태의 인간 본성의 마음일 것이다.  

 도시에서 여러 해 동안 목회를 하다 처음으로 시골 목회를 접하게 되었다. 농촌교회들의 현실과 어려움들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나의 농촌 목회의 실질적 문제로 피부에 와 닿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농촌교회의 문제는 뻔하다. 노년층 성도들은 늘어 가는데 저 출산과 젊은이들의 도시 쏠림 현상으로 인해 미래의 교회를 책임질 어린 아이와 젊은이들은 교회에서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안되는 청소년들을 가르쳐 청년이 되면 도시로 나가 버리고 그곳에서 교회를 출석한다. 그리고 명절 때와 휴가시즌에 부모님 뵙겠다고 고향에 내려와 잠깐 교회를 방문한다. 그것도 부모님 살아계실 때뿐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집은 그대로 폐가처럼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버린다. 도시에 나갔던 자녀들이 시골로 돌아와 산다는 것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이 상태로 5년만 지난다면 성도들의 대부분이 70-80대를 이루고 있는 필자의 교회도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를 보고 있는 시골 목사의 마음은 가뭄에 콩잎처럼 타들어 가기만 한다.  

 이 교회에 부임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도시 목회에 비해 너무 한가하게 느껴지는 시골목회라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선배 목사님께 심정을 애기했더니 1년만 지나면 된다고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농담 겸 웃으면서 말을 해 주었다. 지극히 필자의 개인적 경험이지만 여름에는 교회 앞마당에 풀 뽑기, 겨울에는 눈 치우기, 봄에는 꽃 심기, 나는 강아지 밥을 주고, 아내는 고양이 밥을 주면서 그렇게 1년이 지나니 정말 놀랍게도 그런 생활이 목회인 것처럼 적응이 되었다. 이것이 정말 농촌 목회일까? 전도를 하려고 동네 집들을 돌아보기도 했다. 동네 모든 가구들을 방문하는 데는 하루면 족했다. 그들의 반응은 너무 호의적이었고 이미 전임 목회자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이 지역은 두 집에서 거의 동네 모든 농사를 다 짓고 있다. 심지어는 여러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합숙시키며 농사를 짓는다. 기업형 농업으로 변화되고 있는 과정이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노인층들이 늘어가면서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으나 이런 모습을 보는 필자의 마음은 착잡하다. 하루는 면사무소에 가서 면장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렇게 농촌 현실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어떤 대책이 있느냐고 묻자 대답은 참 간단하고 쉬웠다. “참 걱정입니다.”

  어느 날 도시에 생활하다 이곳으로 내려와 살려고 집을 짓고 있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 때 문뜩 하나의 생각이 스쳐갔다. 많은 이들이 시골에 내려와 살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는 그리스도인들이 없을까? 만약에 도시에 사는 성도들이 뜻을 가지고 귀촌. 귀농을 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근처 시골 교회에 출석 한다면 그 교회는 얼마나 힘이 될까? 최근 귀촌, 귀농의 인구가 2018년 기준으로 50만 명을 이루었고 증가 추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모든 농업기술 센타에서 전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증가하는 귀촌, 귀농인들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농촌교회의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귀촌, 귀농에 대한 많은 성공사례도 있지만 의외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귀촌, 귀농을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시골 교회 목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골 교회의 많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 그곳에서 터를 잡고 교회를 출석하게 되어 도시 교회 부흥의 한 축을 이루었다면, 그리고 젊은이들이 많은 교회가 되었다면 도시교회는 시골교회들에 대해 그것도 일종의 빚진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가지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바라며 농촌기술센타로 발을 옮겼다.
 /송학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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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칼럼] 도시교회들이여 빚을 갚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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