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19.06.04 15:34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43006950c8cd24966623cdd5a3e1e654_7bla7V2aueFqFZl1sirs.png
 
인간관계 중시하는 신앙 공동체의 네트워크 회복 도모
노년 사역통해 쉼터·천국역할 맡는 교회 정체성 필요

사람이 자주 찾아가는 장소가 그를 규정한다. 도박장을 자주 찾는다면 그는 도박꾼이다. 경기장을 자주 찾는다면 스포츠 매니아일 것이다. 술집을 자주 찾는다면 당연히 술꾼이다. 예배당을 자주 찾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성실한 교인이다. 노년에게 장소는 매우 중요하다. 장소란 위치나 경관과 같은 물리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는 실체는 아니다.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상징과 의미를 공유하고, 관련을 맺음으로 창조되는 다층적 경험이자 동시에 그를 만드는 곳이다.

노인들은 보통 배우자가 죽은 후에도 같은 집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배우자와 살았고, 자녀들이 장성하여 결혼한 후에도 살았으며, 배우자와 사별한 후에도 계속 집을 지키며 사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의 집에 심방해 보면 분가한 자녀들이나 사별한 배우자의 물건을 치우지 않은 채 오래된 물건들과 계속 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겉으로 보면 모두가 떠난 공간에 노인 혼자 덩그러니 남아 사는 것이 안타깝게 보이지만, 노인에게는 빈집이 아니라 자녀들과 함께했던 세월, 부부가 함께한 세월이 남아있는 추억의 장소인 셈이다. 어쩌면 가족이 떠난 후에도 빈집을 채우는 물건들과 기억들을 유지하려는 것은 노인들에게 ‘아직까지 나는 현역’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가족이나 국가의 요양 돌봄에 의지하지 않고 오히려 이웃들과 상호 돌봄의 관계를 갖는 경우가 많다. 가깝게 늘 만나는 성도들에게 도움을 쉽게 받을 수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예배도 좋지만, 성도들과 만나 대화하고 식사하는 시간을 통해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노인들은 지역의 소규모 상점들과도 관계를 유지하며 능동적인 소비자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 대형마트보다 동네마트를 찾는 이유이다. 동네마트는 노인의 삶의 유형을 잘 알기에 필요한 것을 꼭 짚어 추천해 주고, 물건값이 얼마 안 되어도 집에까지 배달해 준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번거로운 질문도 친절하게 해준다. 이처럼 노인에게 장소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성경에서 노인 사무엘이 살았던 장소를 찾아보았다.

사무엘은 은퇴 후 고향에 가서 살았다. 본래 그는 에브라임 산지 라마다임소빔이라는 시골출신이다(사무엘상 1장 1절). 70인역에서 “아리마대 출신의 숩 인이 있었다”고 번역했다. 라마다임은 두 개의 고지, 높은 곳이라는 뜻이다. 즉 라마는 고지라는 말이다. 1장 19절에서는 엘가나가 “돌아가 라마의 자기 집에 이르니라”고 했다. 거기서 사무엘이 출생한 것이다. 7장 15~17절에 “사무엘은 사는 날 동안에 이스라엘을 다스렸으되 해마다 벧엘과 길갈과 미스바로 순회하여 그 모든 곳에서 이스라엘을 다스렸고 라마로 돌아왔으니 이는 거기에 자기 집이 있음이니라”고 했다.

“이스라엘 모든 장로가 모여 라마에 있는 사무엘에게 나아간다”(8장 4절). 장로들은 다른 나라들처럼 왕을 세우도록 요청한다. 사무엘은 사울 왕을 세운 후에도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는 사울에게 실망하고 역시 고향 라마로 간다(15장 34절). 또한 다윗을 택하여 기름을 부은 후에도 라마로 갔다(16장 13절). 다윗은 사울의 칼을 피해 사무엘을 찾아 라마로 간 일이 있다(19장 18절). 사무엘에게 라마는 고향이며, 은퇴 후 거주지였고, 여전히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곳이었다. 교인에게 라마가 있어야 한다. 살아있을 때는 교회이며, 죽은 후는 천국이다.
 
 (
commission@naver.com)
 /평화교회 목사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성경의 노인19] 노년의 장소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