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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잉시대

이 철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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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6.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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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이나 서비스업계에는 ‘진상’이라는 속어가 있다. 진상은 임금님께 지방특산물을 바치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진상품을 거둬들이는 과정에 워낙 패악이 심해 백성들이 ‘원망’의 뜻을 담아 ‘진상’을 회자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무례한 말과 태도로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거나 억지를 부리는 행위, 또 그런 사람”이라고 사전에 정의하고 있다. ‘진상’은 감정과잉사회의 특징으로 감정조절 불능의 ‘또라이’를 말한다.

진상에는 양대 법칙이 있다. 하나는 호의를 베풀면 권리인줄 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진상은 자기가 진상인줄 모른다는 것이다. 진상은 주로 유통업계에서 만나는 고객들의 갑질을 비유하면서 유행했지만 이제는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형태로 번지면서 우리 모두 너나없이 진상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차례로 이루어낸 역사를 통해 70년 전 같은 출발선에 있던 국가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윤택한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으며, 높은 민주, 권리, 평등의식과 정의감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진상들이 판을 치는 감정과잉사회에서 살아야 하나. 혹시 우리가 해외여행을 하면서 집단 ‘진상’짓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구촌은 냉정한 사회다. 자칫 우리들의 감정과잉사회가 지구촌에서 ‘진상’이 되지 않도록 할 때가 됐다. 거칠고 무례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배려와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진상 짓을 ‘권리’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팽배하고, 비용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정치판의 싸움질은 이런 진상의 모범답안 같다고 할 것이다.

교회는 진상의 문제에서 자유로울까? 우리 모두는 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도, 당신도, 우리는 옳기만 한가?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말한 것은 ‘진상’일까? 정상일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진상’일까? 정상일까?

감정과잉시대는 진상들의 갑질시대다. 기독교인은 예수의 피 앞에 사랑의 빚진 자다. 이 빚진 자의 겸손이 감정과잉시대의 치유가 될 것이다. 
/한국오순절교회협의회 명예회장·서울성서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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