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19.07.02 16:18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12박유미.jpg
 
다말의 성폭행 사건을 둘러싼 남성들의 반응을 보면 이 사건을 단순히 암논 개인의 도덕적 해이 또는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말 사건에 나오는 남성들은 모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정의롭지 못한 결정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말을 둘러싼 남성들의 행동을 보면 철저히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이며 권력 중심적이며 가해자 중심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도덕이나 정의, 약자에 대한 보호와 사랑이라는 하나님의 율법 정신은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다윗 왕권이 남성 권력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윗의 범죄와 암논의 범죄를 비교해보면 다윗의 범죄가 암논의 성폭행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암논의 성범죄가 다윗이 저지른 범죄의 영향력 아래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다윗과 암논은 모두 성폭행을 저질렀다. 또한 다윗과 암논 둘 다 성폭행의 동기가 상대 여성의 아름다움에 반해서였다. 다윗은 목욕하는 밧세바의 아름다움 때문에 욕망에 사로잡혔고 다말의 아름다움도 암논의 욕망의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그러므로 성서의 화자는 두 여성의 아름다움을 일부러 언급해 아버지와 아들 모두 이성과 하나님의 율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에 보기 좋은 것을 따라 행동했음을 강조한다. 이는 삼손이 자신의 눈에 보기 좋은 것을 따라 블레셋 여성과 관계를 맺은 것과 유사하다.

또한 다윗과 암논은 자신이 저지르는 행위가 금지된 성관계라는 것을 알고도 이를 저질렀다. 이를 위해 이 둘은 자신이 지닌 권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는데 다윗은 이스라엘 최고 권력자인 왕이라는 지위를 통해 밧세바를 자신의 사적 공간으로 불러올 수 있었고, 암논의 경우는 아버지의 권력을 이용해 다말을 자신의 처소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으며 왕자로서 다말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물러가도록 함으로 다말을 성폭행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다윗과 암논의 성범죄는 모두 권력과 힘을 이용한 성범죄이다.

성범죄를 저지른 다윗과 암논은 여성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다윗에게 밧세바는 욕망을 채울 존재였기에 그녀의 의사를 묻거나 이후의 삶에 관한 고려도 생략한 채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취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밧세바를 돌려보낸다. 암논 또한 다말의 의사와 이후의 삶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데에 급급했다. 그리고 다말을 물건 취급하며 집에서 내쫓는다.

성폭행을 저지른 후 이 두 사람은 책임지려고 하지 않고 사건은 은폐하려고 했다. 다윗은 우리아를 사지로 몰아넣었고 이 과정에서 다윗은 요압의 손을 이용해 우리아를 처단한다. 이후 암논의 사건에서도 다윗은 과거 자신이 그러했듯 암논의 죄를 숨겨줬으며, 암논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아버지를 이용한 죄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윗과 암논 사이에 있는 여러 가지 공통점을 통해 암논의 범죄가 다윗의 범죄와 상당 부분 닮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다윗이 밧세바에게 저지른 범죄로 인해 왕권을 잃지 않고 그녀를 아내로 얻었으며 아들까지 얻은 것으로 인해 하나님의 심판을 전혀 받지 않은 것처럼 느끼고 하나님께 받은 질책과 심판 선언을 자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기에 암논의 성범죄는 다윗의 범죄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안양대 교수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향유옥합] 왜 다윗은 다말의 부르짖음에 침묵했을까(1)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