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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산책]한강,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3)
한강은 시를 쓰면서 심연을 잠재우고, 심연에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시인은 사랑을 마주하며 내면에 흐르는 물빛 강물 소리로 다가서겠다고 노래한다. 한강에게 찾아오는 제주 4.3의 기억이 성근 눈이 되어 눈발이 가늘게 바람에 흩날리며 내리고 있다. 정지용의 시 「향수」의 마지막 연에 성근 별이 떠오른다.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 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짓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의 「향수」 에 나오는 성근 별은 밤하늘에 사이가 뜨게 시간당 15도씩 별자리를 이동하는 시간의 경과를 보여준다. 경하가 서 있는 벌판의 한쪽 끝은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져 있다. 등성이에서부터 이편 아래쪽까지 수천 그루의 통나무들이 심겨 있었다.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처럼 조금씩 다른 키에, 철길 침목 정도의 굵기를 가진 나무들이 조금씩 기울거나 휘어 있다. 마치 수천 명의 남녀들과 야윈 아이들이 어깨를 웅크린 채 눈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경하는 이 나무들을 묘지에 세워져 있는 묘비로 보였다. 우듬지가 잘린 단면마다 소금 결정 같은 눈송이들이 내려앉은 검은 나무들과 그 뒤로 엎드린 봉분들 사이를 경하는 걸었다. 어느 순간부터 운동화 아래로 자작자작 물이 밟혔다. 뒤를 돌아보니 벌판의 끝은 바다이고 밀물이 밀려오는거다. 그곳은 무덤이고 아래쪽 무덤은 봉분만 남고 뼈들이 쓸려가버렸다. 이미 물에 잠긴 무덤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위쪽에 묻힌 뼈들을 옮겨야 했다. 바다가 더 들어오기 전에, 바로 지금 성근 눈은 제주4.3의 묘비 우에 뿌려지는 생명과 죽음의 진혼곡이 되고 있다. 경하에게 계속되는 악몽을 그녀는 무한대로 열리는 숫자 아흔아홉 그루에 먹을 입혀 깊은 밤으로 지은 옷을 입히듯 정성스럽게 적당한 장소에 통나무를 심자는 것이다. 그 과정을 짧은 기록영화로 만들기로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했던 친구 인선에게 제안했다. 두 사람의 일정이 꼭 맞는 때가 좀처럼 오지 않은 채 사 년이 흘러갔다. 생명은 통증으로 인해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경하는 12월 하순 아침에 이십 년을 잡지사 기자와 사진가로 친구가 된 인선이의 문자를 받는다. 지금 와줄 수 있어? 경하는 인선의 문자를 받고 인선이가 있는 국내에서 제일 좋은 봉합수술 전문병원을 찾아갔다. 인선은 영화를 그만두고 그녀의 고향 제주로 내려가 국비로 일 년 과정의 목수학교를 마치고 목수가 되었다. 인선은 정신이 혼미해진 그녀의 어머니 정심을 돌보며 목공일을 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큰 가구를 만들었는데 자주 부상을 입었다. 어머니를 여윈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전기 그라인더에 청바지가 말려들어가며 무릎부터 허벅지까지 삼십 센티미터 가까운 흉터가 생긴 사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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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창조문예』 28주년 예배와 시상식
◇월간 『창조문예』는 창간 28주년을 감사예배를 드리고, 제21회 『창조문예』문학상 등 시상식을 가졌다. 28년동안 한 호도 결호 없이 「창조문예」를 매월 발행 왕성한 활동으로 ‘문학정신과 예술성’ 높인 작품창작 월간 〈창조문예〉(발행인=임만호장로)는 지난 8일 창간 28주년(통권 336호) 기념 감사예배와 문학상 시상식을 갖고, 한국문학의 질적 향상에 주력키로 다짐했다. 이날 제21회 『창조문예』문학상에 이광복소설가, 제2회 운강문학상에 박정미수필가, 제12회 『창조문예』문예상에 정이녹수필가 등 시상식을 가졌다. 시상식에 앞서 드린 감사예배는 권은영시인의 사회와 김순규시인의 기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증경총회장이며 시인 김순권목사의 『영적으로 쓰는 편지의 사람들』이란 제목의 성교, 〈월간목회〉 발행인이며 시인인 박종구목사의 축도 등 순서로 드렸다. 특히 김목사는 설교를 통해 “글을 기교로 쓰는 것이 아니고, 영적으로 감동을 주어야 한다”면서. “글은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의 영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상식은 『창조문예』주간인 최규창시인의 사회와 편집인 겸 발행인 임만호시인의 인사말, 중앙대 명예교수이며 심사위원장인 이명재문학평론가의 심사평, 그리고 각 분야 시싱식과 수상자 대표로 이광복소설가의 수상소감,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인 김호운소설가와 한국기독교문인협회 증경이사장인 박이도시인의 축사 등 순서로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에 등단한 김정숙시인과 조남두시인, 정안나시인에게 등단패를 수여했다. 이날 임만호발행인은 “지난 28년동안 한 호도 결호없이 『창조문예』를 발행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 때문이었다”면서, “앞으로도 한국문학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명재평론가는 심사평을 통해 “이번 수상자 3명은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해 왔으며, 문학정신과 예술성을 높인 작품을 창작헸다”고 평가한 후, 『창조문예』문학상에 대해 “최근 2024년에 전에 없이 여느 작가들이 외면하듯 다루지 않는 전 가족 단위의 성묘를 통한 추원보본의 의례는 물론 조상봉사와 가족관계를 잇는 양자의 문제를 작품화한 접근의 중요성을 높이 산다. 따라서 제21회 「창조문예」문학상 수상자는 일련의 9편에 이르도록 새로운 연작형의 창작 단편소설 시리즈로 일관되게 발표한 이광복소설가로 선정하는 데 심사위원 전원이 합의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이문학펑론가는 “제2회 운강문학상 심사를 진행하던 우리 심사위원들은 이번에 새 수필집 「어머니의 하늘과 바다」(2024)를 펴낸 박정미 수필가에게 그 상을 수여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하였다. 다른 작품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탁월한 문학성을 발휘한 이 수필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한 우리 심사위원들의 마음이 그렇게도 시원하고 후련할 수가 없었다. 심사 도중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문제로 머리를 혹사시킬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또 『창조문예』출신들로 구성된 창조문인협회가 주관한 『창조문예』문예상은 “최종적으로 거론된 정이녹의 수필집인 「하늘과 땅 사이 사랑의 언약」과 「바람 분다 돛 달아라-아버지 우리 아버지」를 선정했다”면서, “지금까지 네 권의 창작 수필집과 두권의 편저를 펴낸 것은, 등단과 함께 지금까지 창작활동에 열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밝혔다. 『창조문예』문학상을 수상한 이광복소설가는 수상소감을 통해 “오랜만에 뜻깊은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문학단체의 임원으로 다른 문인들에게 상을 드리는 입장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수상'하기보다는 '시상'하는 위치에 있었다. 여기저기 심사도 꽤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문학상 수상과는 사실상 담을 쌓고 지냈다”면서, “올해 9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또다시 신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창조문예」문학상 결정 통지를 받았다. 기쁘다. 이 귀한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창작에 더욱 매진할 작정이다.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창조문예」의 무궁한 발전과 관계자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제 21회 『창조문예』문학상 심사위원은 이명재문학평론가와 우한용소설가, 최규창시인, 제2회 운강문학상 심사위원은 임영천문학평론가와 최규창시인, 권은영시인, 제12회 『창조문예』문예상 심사위원은 최규창시인과 임만호시인, 권은영시인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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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산책]한강,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2)
박완서의 <그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나목><엄마의 말뚝>은 6.25 한국전쟁에서 작가의 가족사와 동화백화점 초상화부에서 그림을 그렸던 박수근 화백에 대한 증언을 하고자 했다. 이문열의 소설<영웅시대>,<변경>에서 보듯 분단 현대사에 있어서 그의 가족사는 이문열 문학의 원류이고 그 겪어온 삶 자체가 현대문학을 형성한 것이다. 이념의 허상을 좇아 월북한 아버지를 둔 그 불우하고 회한에 찬 이문열 작가의 가족사는 이데올로기의 이면이고 증언 문학인 것이다. 황석영은 그의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남과 북에서 철저하게 배척당한 그의 큰 외삼촌에 대한 실화를 의사 한영덕을 중심인물로 <한씨연대기>로 썼다. 황석영의 외할아버지가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7년간 감옥생활을 했던 전흥걸 목사이고 그의 어머니는 평양의 기독교 목사의 딸로서 진취적이며 문학적 감수성을 황석영에게 이어 준 것이다. 백도기의 <은제의 십자가>, <저 문 밖에서>,<젊은 나목>,<땅의 뿌리>,<조용한 개선>은 그의 부친 백남용의 순교에 대한 증언소설이다. 그의 소설에는 대부분 목사, 신부, 신학생, 그리고 아버지가 목사인 소년이 등장한다. 이것은 아버지가 목사였으며 자신이 목사인 작가가 체험한 삶의 경로를 증언하는 것이다. 이병주, 박완서, 이문열, 황석영, 백도기의 증언 문학을 계승한 한강은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로 매김했다. 제주4.3, 작별하지 않는다 노벨 문학위원회 안나 카린 팜은 한강에 대해 “부드럽고 잔인하며 때로는 초현실적인 강렬한 서정적 산문을 쓴다.”고 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경하와 인선과 그녀의 엄마 정심의 시선으로 제주 4.3의 비극을 풀어냈다. 경하는 광주 5.18을 소재로 소설을 쓴 작가이고 경하는 한강 자신이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인선은 베트남전 한국군 성폭력 사건을 영상으로 만들어 주목받았다. 정심은 인선의 어머니로 제주 4.3에 대한 상실의 기억을 평생 안고 있다. 한강은 제주 4.3의 역사적 사건을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과거의 상처와 마주해서 치유되고 회복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성근 눈, 생명과 죽음의 진혼곡 <작별하지 않는다>의 첫 문장이다.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한강 작가의, 익숙하지 않는 형용사 ‘성근’으로 시작되는 첫 문장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간결하고 담백하게 압축하는 모두어 이다. 성근은 ‘성글다’의 형용사형으로 변화된 표현이다. ‘성글다’는 “물건의 사이가 뜨다”라는 뜻으로 눈이 함박눈처럼 펑펑내리는 것이 아니고 굵직하지만 띄엄띄엄 내린다는 의미이다. 한강의 문장은 시적 은유를 담고 있다. 소설가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여 시인으로 먼저 데뷔했다. 서울의 겨울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 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내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 올 수만 있다면 살얼음 흐른 내 빰에 너 좋아하던 강물 소리, 들려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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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산책]한강,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1) - 왜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는가
스웨덴 한림원은 한국의 한강에게 노벨문학상을 선정한 이유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들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노벨문학상 첫 수상자 한강의 소설에는 생명과 사랑,평화와 인권을 서사하고 있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는 “역사 속 피해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함으로써 증인 문학 (witness literature)이라는 장르에 접근해 간다.”고 했다. 작가는 역사적 폭력에 대한 증언과 기억을 되살려내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치유하고자 했다. 응어리 맺힌 한을 건드려 해소하는 “한강의 스타일은 간결하지만 우리의 기대에서는 벗어난다. 죽은 자의 영혼을 몸에서 분리해 자신의 소멸을 목격할 수 있도록 한다. 묻히지 못하는 신원 미상의 시체를 보는 것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모티브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한강 작가의 사상적 원천이 바로 그리이스 극에서 이어온다. 그 속에는 철학과 시가 공존한다. 공포와 희열이, 사랑과 미움의 원색이 내재되어 있다. 인간이 가지는 모든 상극과 비극성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앞에서 사라지지도 감해지지도 않은 채 남아있는 것이다. 시인이고 극작가인 소포클레스의 마음 깊이 자리 잡은 인간의 존엄을 한강의 문학은 세계의 독자들에게 근본적인 공감을 갖게 하고 있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며 1948년 4월 3일에 봉기한 이들은 수백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들과 연루돼 있다고 할 수도 없는 평범한 민간인들이 ‘토벌’의 대상이 되어 3만 명이나 희생되었다. ‘광주 5.18’ ‘제주 4.3’ 에는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영역이 있다. 한강은 광주, 제주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그곳에 살아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드는 사랑의 기억을 끌어냈다. 한강은 역사적 폭력에 대한 증언으로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사랑만이 치유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채색주의자> 등을 프랑스 한국문화원 최경란 팀장과 함께 프랑스어로 번역한 피에르 비지우는 “한강의 글은 영혼의 심연을 헤집는다. 고통과 감정의 바닥까지 파고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무한한 섬세함’을 발견하게 된다. 한강은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탐구하면서도 고요함과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한강의 문장은 악몽마저 서정적 꿈으로 만들어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것이다. 그는 “한강의 소설들은 내면의 은밀한 경험이 역사와 어깨를 마주하고 고통과 사랑이 눈밭에서,숲에서.그리고 격정의 불길 속에서 흔적의 길을 남기는, 가슴아린 작품들이다.”고 덧붙였다. 한강의 증언소설이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데는 이병주의 실록소설<지리산>에 근원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병주의 소설은 해방직후, 이데올로기를 고발적이고 비판적으로 증언하였다. 이병주가 빌려왔다는 뉴저널리즘은 196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일종의 증언소설로 사회, 역사적 사건을 허구화하는 소설적 방법이다. 뉴저널리즘의 방법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그의 소설을 증언소설의 관점에서 읽어야함을 확인시켜주는 단서이다. 그의 처녀작<관부연락선>(1972)은 현대사를 소재로 역사적 진실을 탐색하려는 이병주 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이병주에게 소설은 허구이기보다는 현실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기에 <지리산>은 기록문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증언소설로서 역사적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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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문화예술원,「한강의 노벨문학상과 한국교회」 포럼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한강작가의 생명현상 근원을 설명 철학과 문학의 테두리 안에서 평가되고 바른 비평할 것을 제안 기독교문화예술원(원장=안준배목사)과 세계성령운동중앙협의회(대회장=소강석목사)는 지난 5일 한국기독교성령센터에서 「한강의 노벨문학상과 한국교회」란 주제로 송년문학포럼을 진행하고, 역사적 트라우마를 사랑과 화해의 치유메시지로 전했다고 강조했다. 한강의 작품을 살피며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타게 된 이유와 한국교회가 바라보아야 할 관점에 대해 나누었다. 또 한강의 작품이 말하는 세상의 근원적인 문제를 어떻게 복음적으로 해결하는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날 포럼은 김창곤 목사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김삼환 목사(여의도순복음김포교회)가 포럼 주제에 대한 발제와 안준배 박사(대학로순복음교회)가 문학평론을 했다. ‘법과 이념’의 용서, 표현 못하는 ‘생명의 아름다움’ 김 목사는 “한강작가가 특정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특정 문제에 대한 의견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설득력 있게 현실을 표현해 내는 능력이다”면서, “제주 4.3사태나 5.18운동과 같은 소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증언 문학의 특징을 넘어서 순수문학으로 평가되는 것과 노벨문학상 수상의 이유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좌우의 이념을 떠나 법이 용서할 수 없고 이념이 용서할 수 없는 생명에 대한 아름다움을 함께 그 문학에서 누리고 함께 축하하는 그런 장으로 우리가 이해를 해야 될 것이다”고 말하며, 한강의 작품의 문학적 성취와 평가에 대해 말했다. ‘참여문학’이 아닌 ‘순수문학’분명 김 목사는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의 작품에서 비춰진 생명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녀에게 있어 생명이란 우선 <채식주의자>에서 보듯 피 흘릴 수 있는 모든 생명들이 서로 얽혀져 있고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보듯 한 사람의 개별적인 생명이 아니라, 타인의 생명이 그리고 죽은 생명과 죽어가는 생명과 살아있는 생명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한 덩어리로써의 ‘생명현상’이다”고 말했다. 또 한강 작가의 생명현상의 근원을 기독교가 주의해서 봐야 할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폭력을 배태한 역사적 사건들, 즉 시간과 공간에 제약되어 일어난 사건들은 그 사건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이는 죽이는 폭력을 규탄하는 것보다 죽어가는 생명에 대한 경외와 애착과 안타까움을 호소한 것이다. 그렇기에 한강의 문학은 이데올로기적인 것이거나 참여문학이 아날 순수문학인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철학과 문학의 테두리 안에서 평가돼야 또한 신학의 관점에서도 전했다. “삶의 아름다움과 폭력의 모순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철학이다. 그 모순의 문제를 표현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문학이며 모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초월적인 신학이다”면서, “한강은 문학작가이며 모든 문학작품이 그러하듯 그녀의 작품들은 이 모순의 해결을 제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독교적 관점은 기독교 교리와 신학적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며, “한강의 작품은 철학과 문학의 테두리 안에서 평가되고 비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나 신앙인, 목회자들에게는 “한강의 작품이 말하는 생명현상이 아름다움과 폭력의 모순이 가져다주는 이 세상의 근원적인 문제를 어떻게 복음적으로 해결하는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 작가에게 바라는 것으로 낭만주의에 대해 말하며 “생명현상에 대한 애착에서 생명구원의 신앙에 이르는 가느다란 선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폭력에 대해 “우리의 신앙은 이데올로기적인 것을 내포해 쉽게 이데올로기로 환원되고, 이를 위해 폭력을 가하는 역사도 있다”면서, “우리는 ‘할례냐 무할례냐’를 따지는 이념적인 것으로 남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과 사랑, 평화와 인권을 서사 안준배 목사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산문」이란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안 목사는 “한강의 소설은 생명과 사랑, 평화와 인권을 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광주 5.18’,‘제주 4.3’에는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들어나는 영역이 있다”면서, “한강은 광주, 제주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그곳에 살아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드는 사랑의 기억을 끌어냈다. 한강은 역사적 폭력에 대한 증언으로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사랑만이 치유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피해자들 향한 애도의 윤리를 실현 안 목사는 <소년이 온다>란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의 피해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여 ‘증언 문학’으로 평가되지만, 역사적 폭력과 트라우마의 치유를 사랑을 통해 이야기함을 말했다.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이 작품이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매혹적인 연속체를 창조해 독특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정신적 공간을 만들어냈기 때문임을 말했다. 특히, “소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눈’의 이미지는 시적 산문을 통해 20세기 한국 역사의 정치적 폭력에 대한 기억을 환기하며, 피해자들을 향한 애도의 윤리를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4.3 사건의 피해자들이 소설을 통해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간다는 평가는 작품의 깊이를 보여준다”면서, “이는 사랑의 고통스러움을 독자들에게 깊이 각인시키며, 이별하지 못하는 사랑의 본질을 탐구한다”고 말했다. 또 안 목사는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에서 단지 가족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그 폭력에 저항하며 마지막에는 ‘나무’가 되버린 영혜를 통해 생명에 대해 질문을 한다”고 말했다, “한강은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를 폭력과 억압의 공동체를 탈주시키고자 했다. 가부장적 폭력으로 무너지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자연과 화합하게 하는 세상을 구현하려고 했다”며, “한강의 은유가 가득한 산문은 여성의 삶에 대해 뚜렷하게 느껴지는 공감대로 이루었다”고 전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깨닫게 되고 토론시간에서 백충 목사는 “이번 포럼을 통해 한강작가가 노벨문학상 받은 이유를 납득하게 되었다. 또 역사적인 사건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용순 목사는 “르네지라르의 말에 따르면 어느 국가나 인신제사를 드리는 게 다 있었다는 것이다. 국가에 위기가 생기면 사람을 죽이고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다고 한다”며, “거기에 유죄인 희생양이 있고, 무죄인 희생양이 있을텐데 예수님은 무죄인 희생양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 4.3사태나 광주 5.18운동에도 무죄로 죽은 희생양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을 통해 우리 구원을 받은 것과 같이 그 죽음이 너무나도 억울하지만 그로 인해 얻게 된 것이 있는 줄 믿는다”고 말했다. 유중한 목사는 “순수문학으로 평가한다면 생명을 사랑하는데 있어 기독교적 관점으로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면서, “김박사가 말한 것과 같이 한강작가가 낭만주의를 만나고 기독교신앙으로 오게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흥일 장로는 “발표에서 한강작가의 작품 속 나타난 역사적 트라우마, 보이지 않는 규칙 등 예리한 작가의 눈으로 해석해주었다”면서, “작품 속 등장한 두 역사적 사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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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소설산책]정치신학적 주제의 다성소설적 형상화 (2) -이승우의 「에리직톤의 초상」
이하에선 <에리직톤의 초상>의 그 질적 변화 문제에 대하여 논의해 보기로 하련다. 이러한 논의는 원작 중편과 개보작 장편 상호간의 비교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일이다. 이에 우리는 먼저, 1981년 발표된 원작 중편이 별로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한 채 외면당하다시피한 그 주된 이유가 무엇이었느냐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하리라. 한마디로 말하면, 원작 중편은 작가의 종교사상, 곧 기독교적 세계관을 피력하는 일종의 토론장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어서, 관념적이고 사변적인(또는 현학적인) 소설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그런 자리에 위치한 작품이었다. 그러므로 장편 제2부의 새로운 등장인물인 신태혁, 즉 이 소설의 ‘충격 인자’로서 출현하기 시작한 새 인물 등장 이전의, 일종의 미완성작에 해당하리라고 보이는 원작만으로써는 독자 대중의 관심도, 비평가의 호응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원작 중편은 마치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 비평가들로부터 받았던 평가 그 이상을 뛰어넘기가 어려웠다고 보겠다. 아니, 일단은 스토리 전개 면에 있어서 완성품이라고 볼 수 있는 중편 <사람의 아들>보다는 중편 <에리직톤의 초상>이 스토리의 그 미완의 성격 때문에서도 비교적 더 혹독한 평가를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원작 중편의 ‘장편으로의 변형’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의 진입이란 문제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제1부의 만연체, 화려체 중심의 문체가 제2부에 들어와서 간결체, 건조체 형식의 직설적 문체로 바뀐 것을 볼 수가 있다. 그 결과, 이런 문체의 변화로 작품내(특히 제1부)의 정태적 분위기가 후반(제2부)에 들어와 역동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지적될 만하다. 물론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제2부의 상황(장면) 변화가 결과적으로 그 문체의 변화를 동시에 초래했다고 표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체의 변화를 수반한 제2부의 상황 변화란 무엇을 뜻하는 말인가. 이는 바로 신태혁이란 인물의 새로운 등장에 다름 아닌 것이다. 신태혁의 새 출현으로써 이 소설의 상황은 급전한다. 제1부에 있어서의 수직·수평 관계의 종교적 논의라고 할 일종의 관념적 유희 분위기가 제2부에 이르러 실천적 참여의 방향으로 급선회하게 되는 것도 신태혁의 출현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신태혁은 이 소설에서 하나의 큰 ‘충격 인자’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가 수행한 일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그가 시위의 주동자로 모모 건물들에 방화를 주도하거나 노동운동가로서 일선 지휘를 맡은 일이었다기보다는, 이 소설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女性] 정혜령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충격 인자로서의 기능을 담당했다는 그 점일 것이다. 정상훈 교수의 딸로서 철두철미한 완고성을 지닌 보수주의적 신앙인 상을 결코 흐트러뜨리지 않았던 정혜령에게 ‘새로운 존재’(new beings)로의 변화를 가져다준 일, 이것이 곧 신태혁의 역할 가운데서는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여 정혜령의 변화가 신태혁의 수평축으로 완전히 수렴된 것은 결코 아닌 채, 그녀는 그녀 나름의 제3의 길로 그 자신의 행보를 내딛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이렇게 변화되고 있는 옛 애인 혜령을 옆에서 지켜보아야만 하는 화자 ‘나’(김병욱)의 점진적인 변화까지 예고해주고 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그런 변화를 직·간접적으로 촉진시킨 충격적 요인이 바로 신태혁이란 점에서 그의 역할은 자못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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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산책]한강,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3)
- 한강은 시를 쓰면서 심연을 잠재우고, 심연에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시인은 사랑을 마주하며 내면에 흐르는 물빛 강물 소리로 다가서겠다고 노래한다. 한강에게 찾아오는 제주 4.3의 기억이 성근 눈이 되어 눈발이 가늘게 바람에 흩날리며 내리고 있다. 정지용의 시 「향수」의 마지막 연에 성근 별이 떠오른다.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 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짓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의 「향수」 에 나오는 성근 별은 밤하늘에 사이가 뜨게 시간당 15도씩 별자리를 이동하는 시간의 경과를 보여준다. 경하가 서 있는 벌판의 한쪽 끝은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져 있다. 등성이에서부터 이편 아래쪽까지 수천 그루의 통나무들이 심겨 있었다.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처럼 조금씩 다른 키에, 철길 침목 정도의 굵기를 가진 나무들이 조금씩 기울거나 휘어 있다. 마치 수천 명의 남녀들과 야윈 아이들이 어깨를 웅크린 채 눈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경하는 이 나무들을 묘지에 세워져 있는 묘비로 보였다. 우듬지가 잘린 단면마다 소금 결정 같은 눈송이들이 내려앉은 검은 나무들과 그 뒤로 엎드린 봉분들 사이를 경하는 걸었다. 어느 순간부터 운동화 아래로 자작자작 물이 밟혔다. 뒤를 돌아보니 벌판의 끝은 바다이고 밀물이 밀려오는거다. 그곳은 무덤이고 아래쪽 무덤은 봉분만 남고 뼈들이 쓸려가버렸다. 이미 물에 잠긴 무덤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위쪽에 묻힌 뼈들을 옮겨야 했다. 바다가 더 들어오기 전에, 바로 지금 성근 눈은 제주4.3의 묘비 우에 뿌려지는 생명과 죽음의 진혼곡이 되고 있다. 경하에게 계속되는 악몽을 그녀는 무한대로 열리는 숫자 아흔아홉 그루에 먹을 입혀 깊은 밤으로 지은 옷을 입히듯 정성스럽게 적당한 장소에 통나무를 심자는 것이다. 그 과정을 짧은 기록영화로 만들기로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했던 친구 인선에게 제안했다. 두 사람의 일정이 꼭 맞는 때가 좀처럼 오지 않은 채 사 년이 흘러갔다. 생명은 통증으로 인해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경하는 12월 하순 아침에 이십 년을 잡지사 기자와 사진가로 친구가 된 인선이의 문자를 받는다. 지금 와줄 수 있어? 경하는 인선의 문자를 받고 인선이가 있는 국내에서 제일 좋은 봉합수술 전문병원을 찾아갔다. 인선은 영화를 그만두고 그녀의 고향 제주로 내려가 국비로 일 년 과정의 목수학교를 마치고 목수가 되었다. 인선은 정신이 혼미해진 그녀의 어머니 정심을 돌보며 목공일을 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큰 가구를 만들었는데 자주 부상을 입었다. 어머니를 여윈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전기 그라인더에 청바지가 말려들어가며 무릎부터 허벅지까지 삼십 센티미터 가까운 흉터가 생긴 사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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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문화/여성
-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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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산책]한강,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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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창조문예』 28주년 예배와 시상식
- ◇월간 『창조문예』는 창간 28주년을 감사예배를 드리고, 제21회 『창조문예』문학상 등 시상식을 가졌다. 28년동안 한 호도 결호 없이 「창조문예」를 매월 발행 왕성한 활동으로 ‘문학정신과 예술성’ 높인 작품창작 월간 〈창조문예〉(발행인=임만호장로)는 지난 8일 창간 28주년(통권 336호) 기념 감사예배와 문학상 시상식을 갖고, 한국문학의 질적 향상에 주력키로 다짐했다. 이날 제21회 『창조문예』문학상에 이광복소설가, 제2회 운강문학상에 박정미수필가, 제12회 『창조문예』문예상에 정이녹수필가 등 시상식을 가졌다. 시상식에 앞서 드린 감사예배는 권은영시인의 사회와 김순규시인의 기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증경총회장이며 시인 김순권목사의 『영적으로 쓰는 편지의 사람들』이란 제목의 성교, 〈월간목회〉 발행인이며 시인인 박종구목사의 축도 등 순서로 드렸다. 특히 김목사는 설교를 통해 “글을 기교로 쓰는 것이 아니고, 영적으로 감동을 주어야 한다”면서. “글은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의 영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상식은 『창조문예』주간인 최규창시인의 사회와 편집인 겸 발행인 임만호시인의 인사말, 중앙대 명예교수이며 심사위원장인 이명재문학평론가의 심사평, 그리고 각 분야 시싱식과 수상자 대표로 이광복소설가의 수상소감,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인 김호운소설가와 한국기독교문인협회 증경이사장인 박이도시인의 축사 등 순서로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에 등단한 김정숙시인과 조남두시인, 정안나시인에게 등단패를 수여했다. 이날 임만호발행인은 “지난 28년동안 한 호도 결호없이 『창조문예』를 발행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 때문이었다”면서, “앞으로도 한국문학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명재평론가는 심사평을 통해 “이번 수상자 3명은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해 왔으며, 문학정신과 예술성을 높인 작품을 창작헸다”고 평가한 후, 『창조문예』문학상에 대해 “최근 2024년에 전에 없이 여느 작가들이 외면하듯 다루지 않는 전 가족 단위의 성묘를 통한 추원보본의 의례는 물론 조상봉사와 가족관계를 잇는 양자의 문제를 작품화한 접근의 중요성을 높이 산다. 따라서 제21회 「창조문예」문학상 수상자는 일련의 9편에 이르도록 새로운 연작형의 창작 단편소설 시리즈로 일관되게 발표한 이광복소설가로 선정하는 데 심사위원 전원이 합의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이문학펑론가는 “제2회 운강문학상 심사를 진행하던 우리 심사위원들은 이번에 새 수필집 「어머니의 하늘과 바다」(2024)를 펴낸 박정미 수필가에게 그 상을 수여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하였다. 다른 작품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탁월한 문학성을 발휘한 이 수필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한 우리 심사위원들의 마음이 그렇게도 시원하고 후련할 수가 없었다. 심사 도중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문제로 머리를 혹사시킬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또 『창조문예』출신들로 구성된 창조문인협회가 주관한 『창조문예』문예상은 “최종적으로 거론된 정이녹의 수필집인 「하늘과 땅 사이 사랑의 언약」과 「바람 분다 돛 달아라-아버지 우리 아버지」를 선정했다”면서, “지금까지 네 권의 창작 수필집과 두권의 편저를 펴낸 것은, 등단과 함께 지금까지 창작활동에 열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밝혔다. 『창조문예』문학상을 수상한 이광복소설가는 수상소감을 통해 “오랜만에 뜻깊은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문학단체의 임원으로 다른 문인들에게 상을 드리는 입장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수상'하기보다는 '시상'하는 위치에 있었다. 여기저기 심사도 꽤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문학상 수상과는 사실상 담을 쌓고 지냈다”면서, “올해 9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또다시 신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창조문예」문학상 결정 통지를 받았다. 기쁘다. 이 귀한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창작에 더욱 매진할 작정이다.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창조문예」의 무궁한 발전과 관계자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제 21회 『창조문예』문학상 심사위원은 이명재문학평론가와 우한용소설가, 최규창시인, 제2회 운강문학상 심사위원은 임영천문학평론가와 최규창시인, 권은영시인, 제12회 『창조문예』문예상 심사위원은 최규창시인과 임만호시인, 권은영시인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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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창조문예』 28주년 예배와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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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산책]한강,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2)
- 박완서의 <그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나목><엄마의 말뚝>은 6.25 한국전쟁에서 작가의 가족사와 동화백화점 초상화부에서 그림을 그렸던 박수근 화백에 대한 증언을 하고자 했다. 이문열의 소설<영웅시대>,<변경>에서 보듯 분단 현대사에 있어서 그의 가족사는 이문열 문학의 원류이고 그 겪어온 삶 자체가 현대문학을 형성한 것이다. 이념의 허상을 좇아 월북한 아버지를 둔 그 불우하고 회한에 찬 이문열 작가의 가족사는 이데올로기의 이면이고 증언 문학인 것이다. 황석영은 그의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남과 북에서 철저하게 배척당한 그의 큰 외삼촌에 대한 실화를 의사 한영덕을 중심인물로 <한씨연대기>로 썼다. 황석영의 외할아버지가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7년간 감옥생활을 했던 전흥걸 목사이고 그의 어머니는 평양의 기독교 목사의 딸로서 진취적이며 문학적 감수성을 황석영에게 이어 준 것이다. 백도기의 <은제의 십자가>, <저 문 밖에서>,<젊은 나목>,<땅의 뿌리>,<조용한 개선>은 그의 부친 백남용의 순교에 대한 증언소설이다. 그의 소설에는 대부분 목사, 신부, 신학생, 그리고 아버지가 목사인 소년이 등장한다. 이것은 아버지가 목사였으며 자신이 목사인 작가가 체험한 삶의 경로를 증언하는 것이다. 이병주, 박완서, 이문열, 황석영, 백도기의 증언 문학을 계승한 한강은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로 매김했다. 제주4.3, 작별하지 않는다 노벨 문학위원회 안나 카린 팜은 한강에 대해 “부드럽고 잔인하며 때로는 초현실적인 강렬한 서정적 산문을 쓴다.”고 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경하와 인선과 그녀의 엄마 정심의 시선으로 제주 4.3의 비극을 풀어냈다. 경하는 광주 5.18을 소재로 소설을 쓴 작가이고 경하는 한강 자신이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인선은 베트남전 한국군 성폭력 사건을 영상으로 만들어 주목받았다. 정심은 인선의 어머니로 제주 4.3에 대한 상실의 기억을 평생 안고 있다. 한강은 제주 4.3의 역사적 사건을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과거의 상처와 마주해서 치유되고 회복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성근 눈, 생명과 죽음의 진혼곡 <작별하지 않는다>의 첫 문장이다.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한강 작가의, 익숙하지 않는 형용사 ‘성근’으로 시작되는 첫 문장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간결하고 담백하게 압축하는 모두어 이다. 성근은 ‘성글다’의 형용사형으로 변화된 표현이다. ‘성글다’는 “물건의 사이가 뜨다”라는 뜻으로 눈이 함박눈처럼 펑펑내리는 것이 아니고 굵직하지만 띄엄띄엄 내린다는 의미이다. 한강의 문장은 시적 은유를 담고 있다. 소설가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여 시인으로 먼저 데뷔했다. 서울의 겨울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 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내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 올 수만 있다면 살얼음 흐른 내 빰에 너 좋아하던 강물 소리, 들려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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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산책]한강,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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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산책]한강,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1) - 왜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는가
- 스웨덴 한림원은 한국의 한강에게 노벨문학상을 선정한 이유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들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노벨문학상 첫 수상자 한강의 소설에는 생명과 사랑,평화와 인권을 서사하고 있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는 “역사 속 피해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함으로써 증인 문학 (witness literature)이라는 장르에 접근해 간다.”고 했다. 작가는 역사적 폭력에 대한 증언과 기억을 되살려내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치유하고자 했다. 응어리 맺힌 한을 건드려 해소하는 “한강의 스타일은 간결하지만 우리의 기대에서는 벗어난다. 죽은 자의 영혼을 몸에서 분리해 자신의 소멸을 목격할 수 있도록 한다. 묻히지 못하는 신원 미상의 시체를 보는 것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모티브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한강 작가의 사상적 원천이 바로 그리이스 극에서 이어온다. 그 속에는 철학과 시가 공존한다. 공포와 희열이, 사랑과 미움의 원색이 내재되어 있다. 인간이 가지는 모든 상극과 비극성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앞에서 사라지지도 감해지지도 않은 채 남아있는 것이다. 시인이고 극작가인 소포클레스의 마음 깊이 자리 잡은 인간의 존엄을 한강의 문학은 세계의 독자들에게 근본적인 공감을 갖게 하고 있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며 1948년 4월 3일에 봉기한 이들은 수백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들과 연루돼 있다고 할 수도 없는 평범한 민간인들이 ‘토벌’의 대상이 되어 3만 명이나 희생되었다. ‘광주 5.18’ ‘제주 4.3’ 에는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영역이 있다. 한강은 광주, 제주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그곳에 살아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드는 사랑의 기억을 끌어냈다. 한강은 역사적 폭력에 대한 증언으로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사랑만이 치유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채색주의자> 등을 프랑스 한국문화원 최경란 팀장과 함께 프랑스어로 번역한 피에르 비지우는 “한강의 글은 영혼의 심연을 헤집는다. 고통과 감정의 바닥까지 파고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무한한 섬세함’을 발견하게 된다. 한강은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탐구하면서도 고요함과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한강의 문장은 악몽마저 서정적 꿈으로 만들어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것이다. 그는 “한강의 소설들은 내면의 은밀한 경험이 역사와 어깨를 마주하고 고통과 사랑이 눈밭에서,숲에서.그리고 격정의 불길 속에서 흔적의 길을 남기는, 가슴아린 작품들이다.”고 덧붙였다. 한강의 증언소설이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데는 이병주의 실록소설<지리산>에 근원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병주의 소설은 해방직후, 이데올로기를 고발적이고 비판적으로 증언하였다. 이병주가 빌려왔다는 뉴저널리즘은 196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일종의 증언소설로 사회, 역사적 사건을 허구화하는 소설적 방법이다. 뉴저널리즘의 방법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그의 소설을 증언소설의 관점에서 읽어야함을 확인시켜주는 단서이다. 그의 처녀작<관부연락선>(1972)은 현대사를 소재로 역사적 진실을 탐색하려는 이병주 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이병주에게 소설은 허구이기보다는 현실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기에 <지리산>은 기록문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증언소설로서 역사적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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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산책]한강,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1) - 왜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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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문화예술원,「한강의 노벨문학상과 한국교회」 포럼
-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한강작가의 생명현상 근원을 설명 철학과 문학의 테두리 안에서 평가되고 바른 비평할 것을 제안 기독교문화예술원(원장=안준배목사)과 세계성령운동중앙협의회(대회장=소강석목사)는 지난 5일 한국기독교성령센터에서 「한강의 노벨문학상과 한국교회」란 주제로 송년문학포럼을 진행하고, 역사적 트라우마를 사랑과 화해의 치유메시지로 전했다고 강조했다. 한강의 작품을 살피며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타게 된 이유와 한국교회가 바라보아야 할 관점에 대해 나누었다. 또 한강의 작품이 말하는 세상의 근원적인 문제를 어떻게 복음적으로 해결하는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날 포럼은 김창곤 목사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김삼환 목사(여의도순복음김포교회)가 포럼 주제에 대한 발제와 안준배 박사(대학로순복음교회)가 문학평론을 했다. ‘법과 이념’의 용서, 표현 못하는 ‘생명의 아름다움’ 김 목사는 “한강작가가 특정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특정 문제에 대한 의견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설득력 있게 현실을 표현해 내는 능력이다”면서, “제주 4.3사태나 5.18운동과 같은 소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증언 문학의 특징을 넘어서 순수문학으로 평가되는 것과 노벨문학상 수상의 이유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좌우의 이념을 떠나 법이 용서할 수 없고 이념이 용서할 수 없는 생명에 대한 아름다움을 함께 그 문학에서 누리고 함께 축하하는 그런 장으로 우리가 이해를 해야 될 것이다”고 말하며, 한강의 작품의 문학적 성취와 평가에 대해 말했다. ‘참여문학’이 아닌 ‘순수문학’분명 김 목사는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의 작품에서 비춰진 생명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녀에게 있어 생명이란 우선 <채식주의자>에서 보듯 피 흘릴 수 있는 모든 생명들이 서로 얽혀져 있고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보듯 한 사람의 개별적인 생명이 아니라, 타인의 생명이 그리고 죽은 생명과 죽어가는 생명과 살아있는 생명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한 덩어리로써의 ‘생명현상’이다”고 말했다. 또 한강 작가의 생명현상의 근원을 기독교가 주의해서 봐야 할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폭력을 배태한 역사적 사건들, 즉 시간과 공간에 제약되어 일어난 사건들은 그 사건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이는 죽이는 폭력을 규탄하는 것보다 죽어가는 생명에 대한 경외와 애착과 안타까움을 호소한 것이다. 그렇기에 한강의 문학은 이데올로기적인 것이거나 참여문학이 아날 순수문학인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철학과 문학의 테두리 안에서 평가돼야 또한 신학의 관점에서도 전했다. “삶의 아름다움과 폭력의 모순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철학이다. 그 모순의 문제를 표현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문학이며 모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초월적인 신학이다”면서, “한강은 문학작가이며 모든 문학작품이 그러하듯 그녀의 작품들은 이 모순의 해결을 제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독교적 관점은 기독교 교리와 신학적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며, “한강의 작품은 철학과 문학의 테두리 안에서 평가되고 비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나 신앙인, 목회자들에게는 “한강의 작품이 말하는 생명현상이 아름다움과 폭력의 모순이 가져다주는 이 세상의 근원적인 문제를 어떻게 복음적으로 해결하는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 작가에게 바라는 것으로 낭만주의에 대해 말하며 “생명현상에 대한 애착에서 생명구원의 신앙에 이르는 가느다란 선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폭력에 대해 “우리의 신앙은 이데올로기적인 것을 내포해 쉽게 이데올로기로 환원되고, 이를 위해 폭력을 가하는 역사도 있다”면서, “우리는 ‘할례냐 무할례냐’를 따지는 이념적인 것으로 남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과 사랑, 평화와 인권을 서사 안준배 목사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산문」이란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안 목사는 “한강의 소설은 생명과 사랑, 평화와 인권을 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광주 5.18’,‘제주 4.3’에는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들어나는 영역이 있다”면서, “한강은 광주, 제주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그곳에 살아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드는 사랑의 기억을 끌어냈다. 한강은 역사적 폭력에 대한 증언으로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사랑만이 치유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피해자들 향한 애도의 윤리를 실현 안 목사는 <소년이 온다>란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의 피해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여 ‘증언 문학’으로 평가되지만, 역사적 폭력과 트라우마의 치유를 사랑을 통해 이야기함을 말했다.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이 작품이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매혹적인 연속체를 창조해 독특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정신적 공간을 만들어냈기 때문임을 말했다. 특히, “소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눈’의 이미지는 시적 산문을 통해 20세기 한국 역사의 정치적 폭력에 대한 기억을 환기하며, 피해자들을 향한 애도의 윤리를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4.3 사건의 피해자들이 소설을 통해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간다는 평가는 작품의 깊이를 보여준다”면서, “이는 사랑의 고통스러움을 독자들에게 깊이 각인시키며, 이별하지 못하는 사랑의 본질을 탐구한다”고 말했다. 또 안 목사는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에서 단지 가족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그 폭력에 저항하며 마지막에는 ‘나무’가 되버린 영혜를 통해 생명에 대해 질문을 한다”고 말했다, “한강은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를 폭력과 억압의 공동체를 탈주시키고자 했다. 가부장적 폭력으로 무너지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자연과 화합하게 하는 세상을 구현하려고 했다”며, “한강의 은유가 가득한 산문은 여성의 삶에 대해 뚜렷하게 느껴지는 공감대로 이루었다”고 전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깨닫게 되고 토론시간에서 백충 목사는 “이번 포럼을 통해 한강작가가 노벨문학상 받은 이유를 납득하게 되었다. 또 역사적인 사건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용순 목사는 “르네지라르의 말에 따르면 어느 국가나 인신제사를 드리는 게 다 있었다는 것이다. 국가에 위기가 생기면 사람을 죽이고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다고 한다”며, “거기에 유죄인 희생양이 있고, 무죄인 희생양이 있을텐데 예수님은 무죄인 희생양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 4.3사태나 광주 5.18운동에도 무죄로 죽은 희생양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을 통해 우리 구원을 받은 것과 같이 그 죽음이 너무나도 억울하지만 그로 인해 얻게 된 것이 있는 줄 믿는다”고 말했다. 유중한 목사는 “순수문학으로 평가한다면 생명을 사랑하는데 있어 기독교적 관점으로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면서, “김박사가 말한 것과 같이 한강작가가 낭만주의를 만나고 기독교신앙으로 오게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흥일 장로는 “발표에서 한강작가의 작품 속 나타난 역사적 트라우마, 보이지 않는 규칙 등 예리한 작가의 눈으로 해석해주었다”면서, “작품 속 등장한 두 역사적 사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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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문화예술원,「한강의 노벨문학상과 한국교회」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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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소설산책]정치신학적 주제의 다성소설적 형상화 (2) -이승우의 「에리직톤의 초상」
- 이하에선 <에리직톤의 초상>의 그 질적 변화 문제에 대하여 논의해 보기로 하련다. 이러한 논의는 원작 중편과 개보작 장편 상호간의 비교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일이다. 이에 우리는 먼저, 1981년 발표된 원작 중편이 별로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한 채 외면당하다시피한 그 주된 이유가 무엇이었느냐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하리라. 한마디로 말하면, 원작 중편은 작가의 종교사상, 곧 기독교적 세계관을 피력하는 일종의 토론장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어서, 관념적이고 사변적인(또는 현학적인) 소설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그런 자리에 위치한 작품이었다. 그러므로 장편 제2부의 새로운 등장인물인 신태혁, 즉 이 소설의 ‘충격 인자’로서 출현하기 시작한 새 인물 등장 이전의, 일종의 미완성작에 해당하리라고 보이는 원작만으로써는 독자 대중의 관심도, 비평가의 호응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원작 중편은 마치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 비평가들로부터 받았던 평가 그 이상을 뛰어넘기가 어려웠다고 보겠다. 아니, 일단은 스토리 전개 면에 있어서 완성품이라고 볼 수 있는 중편 <사람의 아들>보다는 중편 <에리직톤의 초상>이 스토리의 그 미완의 성격 때문에서도 비교적 더 혹독한 평가를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원작 중편의 ‘장편으로의 변형’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의 진입이란 문제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제1부의 만연체, 화려체 중심의 문체가 제2부에 들어와서 간결체, 건조체 형식의 직설적 문체로 바뀐 것을 볼 수가 있다. 그 결과, 이런 문체의 변화로 작품내(특히 제1부)의 정태적 분위기가 후반(제2부)에 들어와 역동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지적될 만하다. 물론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제2부의 상황(장면) 변화가 결과적으로 그 문체의 변화를 동시에 초래했다고 표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체의 변화를 수반한 제2부의 상황 변화란 무엇을 뜻하는 말인가. 이는 바로 신태혁이란 인물의 새로운 등장에 다름 아닌 것이다. 신태혁의 새 출현으로써 이 소설의 상황은 급전한다. 제1부에 있어서의 수직·수평 관계의 종교적 논의라고 할 일종의 관념적 유희 분위기가 제2부에 이르러 실천적 참여의 방향으로 급선회하게 되는 것도 신태혁의 출현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신태혁은 이 소설에서 하나의 큰 ‘충격 인자’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가 수행한 일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그가 시위의 주동자로 모모 건물들에 방화를 주도하거나 노동운동가로서 일선 지휘를 맡은 일이었다기보다는, 이 소설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女性] 정혜령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충격 인자로서의 기능을 담당했다는 그 점일 것이다. 정상훈 교수의 딸로서 철두철미한 완고성을 지닌 보수주의적 신앙인 상을 결코 흐트러뜨리지 않았던 정혜령에게 ‘새로운 존재’(new beings)로의 변화를 가져다준 일, 이것이 곧 신태혁의 역할 가운데서는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여 정혜령의 변화가 신태혁의 수평축으로 완전히 수렴된 것은 결코 아닌 채, 그녀는 그녀 나름의 제3의 길로 그 자신의 행보를 내딛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이렇게 변화되고 있는 옛 애인 혜령을 옆에서 지켜보아야만 하는 화자 ‘나’(김병욱)의 점진적인 변화까지 예고해주고 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그런 변화를 직·간접적으로 촉진시킨 충격적 요인이 바로 신태혁이란 점에서 그의 역할은 자못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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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소설산책]정치신학적 주제의 다성소설적 형상화 (2) -이승우의 「에리직톤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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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시]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
- 우리는 지금 베들레헴으로 가고 있습니다. 백향목 숲 향기가 도열해 있는 길에 샛별은 청보석처럼 손짓합니다. 우리는 지금 주님 태어나신 베들레헴 마굿간으로 가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성결한 분이 처음 누우셨던 말구유, 주님이 받으실 고난과 베푸실 은혜와 기적을 생각하며, 두 다리에 힘을 모으고 떨리는 가슴을 누르며 걷습니다. 해는 이미 졌지만 어둡지 않고 처음 딛는 땅도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는 베들레헴으로 가고 있으니까요. 손에 손에 아기 예수께 드릴 선물을 들었습니다. 어떤 손에는 찬양을 어떤 손에는 감사를 어떤 손에는 사랑을 어떤 손에는 영광을 어떤 손에는 소망을 어떤 손에는 감격을 어떤 손에는 아, 어떤 손에는 뜨거운 눈물을. 황금의 쟁반에 받쳐 들고서 믿으며 노래하며, 노래하며 믿으며 걸어갑니다. 바람은 은빛 종을 흔들면서 어서 오라, 오라고 부릅니다. 동서와 남북, 사방천지에서 구름 같은 사람들이 베들레헴을 향하여 가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경배하러 가는 사람들, 기뻐하러 가는 사람들. 등성이를 넘어서 산굽이를 돌 때마다 주님의 생명은 샘처럼 솟아나고 주님의 진리는 대양처럼 파도쳐 우리의 발걸음이 환희로 넘칩니다. 가다가 벼랑을 만나면 날아서 갈 것입니다. 가다가 가시덤불에 갇히면 주님의 지팡이로 헤치고 나갈 것입니다. 어떤 짐승도 우리를 막지 못할 것입니다. 주님의 탄생을 찬양하러 갑니다. 길은 길을 불러 이어지고 마음은 타올라 발부리를 지킵니다. 아무것도 부럽지 않습니다. 우렁찬 행군,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 세계의 만민이 한마음으로 가는 길, 아기 예수가 이 세상에 오신 것을 감사하러 가는 길, 경배하러 가는 길. 우리는 주님의 병사, 아기 예수 만나러 베들레헴으로 갑니다.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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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시]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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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바탕의 농촌계몽 소설(4)-심훈의 「상록수」
- 이제부터는 <상록수>(1935)의 기독교문학적 특성을 몇 가지 관점에서 밝혀보고자 한다. <상록수>가 나오기 전까지는 기독교 세계를 반영한 소설 작품은 모두 ‘도시소설’ 부류였다. 이광수의 <무정>(1917)이나 <재생>(1924)을 비롯하여 염상섭의 <삼대>(1931) 등 소위 도시소설들에 기독교적인 세계가 반영된 면이 있었다. 그런데 <무정>이나 <재생> 등에서 어느 정도 기독교 세계를 보여주었던 춘원도 그의 농촌소설 <흙>(1932)에서는 기독교 세계를 거의 반영시키지 못했다. 이렇게 볼 때, <상록수>는 ‘농촌소설’에 기독교 문제를 끌어들인 첫 번째 작품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기독교 농촌소설’의 본격적인 첫 작품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다음으로 <상록수>란 작품의 의의는 이 소설이 기독교 세계관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맨 처음으로 반영시킨 작품이란 점이다. 도시소설이건 농촌소설이건을 불문하고 <상록수> 이전에는 기독교 세계관을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으로 반영한 작품이 거의 없었다. 이광수·김동인의 작품들은 물론, 염상섭의 <삼대>마저도 기독교 세계관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관점에서 반영시켰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염상섭의 <삼대>는 기독교소설로서도 문제작의 하나임엔 틀림없지만, 그러나 그 기독교 세계관이 독자 대중에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전달되는 작품이라곤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어느 면 부정 위에다 희미한 긍정의 세계를 구축해 보려는 노력이 엿보인 작품 정도로 봐줄 수나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하면 <상록수>는 기독교 긍정에의 굵은 선을 드러내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 작품의 다른 의의를 찾는다면 그것은 <상록수>가 기독교 실천문학 작품 계열에 속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방면에서도 이 작품은 한국 기독교문학사에서 아마도 효시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70~80년대의 소설계에 이른바 실천문학 작품들이 우리나라에서 양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기독교 실천문학’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에도 그 수십 년 전에 산출된 소설 작품 <상록수>의 위상은 결코 도외시될 수 없는 면이 있다 하겠다. (70년대에서의 이 방면의 희귀한 예외가 황순원의 1973년 작품 <움직이는 성> 정도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상록수>에서 한 가지 더 어떤 의의를 찾아본다면 그것은 이 소설이 한국 기독교소설사에서 명실상부한 여성 주인공을 첫 번째로 등장시킨 작품이란 것이다. 물론 필자는 우리나라의 ‘장편소설’들을 대상으로 해서 이런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가령 염상섭의 <삼대> 속의 홍경애가 주요인물 김병화의 짝으로서 여성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더라도 역시 그녀는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으로 교회 내에서 활동하는 인물은 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상록수>의 여주인공 채영신의 위상(희생적인 실천적 신앙인 상)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이 명실상부한 기독자 여주인공을 맨 처음 부조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상록수>보다 십여 년 앞서 나온 이광수의 <재생>의 여주인공 순영이도 여기서 논의의 대상으로 떠올릴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그녀의 ‘자진(自盡)’ 사건으로 인하여 그녀 자신의 기독교도로서의 최소한의 위상마저도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는 점을 도외시할 수 없다면, <재생>의 순영이는 <상록수>의 채영신과는 나란히 논할 수 있는 위치의 여주인공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불가불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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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바탕의 농촌계몽 소설(4)-심훈의 「상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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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문학회 30주년 행사, 목양문학상 시상과 공로패를 증정
- ◇「목양문학」이 30주년을 맞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목양문학 30주년 기념 목양문학상 시상 및 한국목양문학 제25집 출판기념식’을 가졌다. 목양문학회가 30주년을 맞아 지난달 30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목양문학 30주년 기념 목양문학상 시상 및 한국목양문학 제25집 출판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감사예배와 출판기념식, 시상식, 공로패 증정식 등 풍성한 행사로 드려졌다. 그럼에도 참여 인원을 제한하여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등 안전한 환경 속에서 모든 일정이 진행됐다. 이날 한국목양문학상 김정석목사(시)와 문장식목사(수필), 안준배목사(평론)가 수상했다. 이 행사에서는 창립회원과 공로회원들을 향한 공로패 증정식도 마련됐다. 이에 따라 고훈, 정려성, 박영률, 박재천, 최세균, 유한귀, 박종구목사가 창립회원으로, 김재남, 홍문표목사가 심사위원으로, 고환규목사가 시 낭송분야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공로패를 증정받았다. 또한 이날 차기 임원진이 발표된 가운데 전담양목사가 한국목양문학회 신임회장으로 추대됐으며, 박상기전임회장에게 공로패가 증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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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문학회 30주년 행사, 목양문학상 시상과 공로패를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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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바탕의 농촌계몽 소설(3)-심훈의
- 이광수의 <흙>(1932) 연재와 심훈의 <상록수>(1935) 연재가 겨우 3년이란 시간차밖에는 나지 않는데도 두 작품이 상당한 세계관의 차이를 보여주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로 두 작품 모델의 생동감 여부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된다. 이광수의 <흙>에는 평소 그 주인공의 모델로 채수반이란 인물이 내세워졌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 어떤 살아있는 모델이 따로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대신 좀 억지스럽게 표현해 본다면, 그 작품의 남녀 모델은 바로 그의 처녀 장편소설 <무정>(1917)의 남녀 등장인물들이었다고 표현해 볼 수 있으리라. <흙>의 허숭의 모델은 <무정>의 이형식이며, 마찬가지로 윤정선의 모델은 김선형, 그리고 유순의 모델은 박영채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두 작품 상호간의 짜임새는 매우 유사한 데가 있다. 말하자면 이 두 소설은 <무정>의 도시 무대가 <흙>의 농촌 배경으로 바꾸어지고, 등장인물 ‘이형식-박영채-김선형’ 사이의 삼각연애 관계가 ‘허숭-유순-윤정선’ 사이의 그것으로 바뀌어 나타났을 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두 작품 상호간에는 구성 면에서의 핍진(逼眞)한 친근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춘원 이광수의 <흙>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바로 그(춘원)의 전작 <무정>의 주요 인물들이 그 모델로 쓰이게 된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바 있다. 그러나 심훈의 <상록수>의 남녀 주인공은 그 실제 모델이 엄연히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박동혁의 모델은 심재영, 그리고 채영신의 모델은 최용신이라고 한다. 심 군은 경성농업학교를 졸업하고, 진학을 권유하는 부모의 뜻을 거슬러 충남 당진군(송악면 부곡리)에서 농촌운동을 전개한 작가의 큰 조카이고, 최 양은 경기도 수원군(반월면 천곡리)에서 역시 농촌봉사 활동을 하다가 과로에 지쳐 쓰러진 채 운명한 기독교(YWCA) 계통의 여성운동가였다. 특히 모델 최용신은 일제 강점기에 <성서조선>의 발행인으로 활동했었던 무교회주의 종교가 김교신 선생의 각별한 관심까지 끌었던 여성 지도자로서, 그녀의 투철한 신앙심이 바로 그녀의 그 불굴의 정신력의 바탕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두 모델이 실존 인물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두 사람(심재영과 최 용신)이 실제로 서로 사귀거나 사랑해 본 적은 없었다고 하는데, 작가는 이 두 인물을 소설 구성을 위하여 허구적으로 접목시켰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농촌봉사 활동에 뛰어든 남녀 생존 인물들을 작품의 모델로 사용한 <상록수>가 전혀 그렇지 못한 <흙>보다 더 생동감 있는 표현을 얻게 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박동혁이 자기 고향 한곡리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관심을 기울인 곳은 경제적 모순을 타파하고 사회개혁을 실현하는 분야였다. 이에 비하여 채영신이 낯선 고장 청석골에서 벌인 봉사활동은 이른바 문맹퇴치 운동과 같은 문화사업을 추진하며 정신적인 계발에 힘쓰는 일이었다. 이것마저도 그녀의 건강 상태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기 한 몸을 돌보지 않고 그곳 주민들을 위해 제 몸을 온전히 불살랐던 것이다. 그녀는 속죄양 의식, 곧 투철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살신성인의 ‘희생 봉사’ 정신이 너무도 강하고 또 확고했기 때문에 그 어려운 일(봉사활동)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작품의 실제 모델이었던 최용신과 <상록수>의 여주인공 채영신은 이렇게 서로 행복하게 결합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기독교적인 구원의 여인상들로 남아 있는 것이다. /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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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바탕의 농촌계몽 소설(3)-심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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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도 시집 「지상의 언어」 영역본 출간
- 박이도시인(사진)의 시선집 「지상의 언어」(창조문예사)의 영역본 「Language on the Surface of the Earth」가 출간됐다. 이 시집은 지상에서 천상을 향한 영원성을 추구했다. 「지상의 언어」는 지난 2013년 일본에서 출간된 시집으로, 그 대역본이 같은 해에 국내에서 국문으로 발간됐다. 이 시선집은 시인의 대표적 시들을 엮은 만큼 그의 시적 경향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박이도시인은 “후반기에 와서 특히 시가 짧아지는 등 어쩔 수 없이 인생론적인 경향을 띄게 된다. 흔히 ‘서정적 자아’라고 말하는데, 사물을 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발전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의 확인으로 나아가는 것을 경험한다”고 이 시선집을 소개했다. 「지상의 언어」는 △황제와 나 △어느 인생 △을숙도에 가면 보금자리가 있을까 △축제의 노래 △민담 시집에서 등 5부로 구성됐으며 110여 편의 시를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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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도 시집 「지상의 언어」 영역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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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바탕의 농촌계몽 소설(2)-심훈의
- 심훈의 <상록수>는 이광수의 <흙>보다는 더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할 것이다. <흙>의 주인공 허숭은 단지, 지식인이 우리 농민들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농촌봉사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시혜적 입장(만)을 토로하고 있음에 비하여, <상록수>의 주인공 박동혁은 지식인이 농촌에 들어가 농민들과 유리된 생활을 해서는 안 되고, 농민들의 삶 속에 파고들어가 농촌의 실상을 체험을 통해 파악하고 그들의 경제적 자활운동을 힘써 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로 보건대, 작가 심훈은 전혀 선배인 춘원(이광수)의 체질과는 다른 체질을 지닌 이였다고 하겠으니, 농촌계몽 소설이란 범주에 들 수 있을 두 편 소설 작품들의, 어느 정도의 상호 유사성으로 인하여 심훈이 다소 춘원과 유사한 체질로 인상 지어진 것은 심훈 자신으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왜냐면 춘원이 ‘하강적 모델’에 해당한다고 한다면, 심훈은 ‘상승적 모델’에 해당하는 작가로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흙>의 주인공 허숭의 입장이, <동아일보> 편집국장 시절 춘원이 내세웠던 브나로드 운동의 기본 입장과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면, <상록수>의 주인공 동혁의 그것은 신문사의 그 공식적 입장을 한 단계 뛰어넘은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시 동아일보가 내세운 브나로드 운동의 기본 입장이란 것은 ‘동족을 사랑하는 열성’과 ‘문맹을 물리치려는 헌신적 노력’에 모아져 있었다. 곧 동족을 사랑하는 열성으로 농촌계몽 운동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며, 그러할진대 문맹을 퇴치하게 될 헌신적 노력은 자연히 기울여지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봉사활동에 대한 결과보고를 부탁받고 일어선 박동혁은 그 경지를 뛰어넘는 발언을 하여 결과적으로 사회자의 간섭(곧 그 발언이 제지당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즉 박동혁은 이렇게 말했었던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일조일석에 부활하기가 어렵겠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정신, 요샛말로 이데올로기를 통일하기 위해서 전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이 발언에 대하여 사회자는 절대로 계몽운동과 사상운동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음 차례로 발언하도록 지목을 받은 채영신 역시 동혁과 같은 입장을 피력하였다. 그녀는 처음엔 발언을 사양했는데, 이유인즉슨 남학생을 먼저 발언하게 하고 여학생인 자기를 후에 발표하게 한 것이 불쾌하다는 것과 또 사회자가 무어라고 제재를 하게 될 것 같으니 그런 구속을 받아 가면서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그러다가 마지못한 듯이 일어나서 한 말은 이러했다. “우리 계몽대의 운동이 글자를 가르치는 데만 그치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 민족의 거의 전부라고 할 만한절대다수인 농민들의 갈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 우선 그네들에게 희망의 정신을 넣어주자는 박동혁 씨의 의견은 저도 전적 동감입니다!” 결국 박동혁이나 채영신이나 모두 문맹들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수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농민들에게 그들의 갈 길을 열어주기 위해 ‘희망의 정신’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 긴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되었던 것이다. 이광수의 <흙>의 주인공 허숭은 화려한 경력에다 출세에의 욕망이 뒤범벅이 되어 농민들과의 동화라는 게 사실상 어려웠지만(아니, 수상쩍은 인물로나 비쳐지고 배척을 당하기까지도 했었지만), 심훈의 <상록수>의 주요인물들인 박동혁과 채영신은 투철한 사명감과 농민에 대한 사랑으로써 쉽게 그들에게 다가가고 또 그들과 동화될 수 있었으며, 또한 그들로부터 신임까지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결과는 결코 쉽사리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고 보겠다./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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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문화/여성
-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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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바탕의 농촌계몽 소설(2)-심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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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바탕의 농촌계몽 소설(1)-심 훈의
- 올해는 우리나라 농촌계몽 소설 <상록수>의 작가 심대섭(1901~1936)의 탄생 120주년의 해이다. 심훈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작가 심대섭은 춘원 이광수의 <흙>과 더불어 30년대 농민문학의 쌍벽으로 불리는 <상록수>로 인하여 일단은 이광수의 인상을 많이 연상시키는 작가라고 보겠다. 심훈이 기독교 신자였다는 증거는 별로 발견되지 않는다. 단지 그의 둘째 형 명섭이 기독교회의 목사였다는 사실과, 그리고 그가 중국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을 당시 학적을 두었던 대학이 미션계인 항주의 지강(之江)대학이란 점을 감안할 때 그가 기독교와 무관하지 않음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그는 그의 <상록수>의 주인공을 기독교 신자로 설정하고 있는데, 그 점이 이채롭다고 하겠다. 여주인공 영신을 신도로 설정하여 청석골에서 기독교회를 중심으로 농촌계몽 사업을 펼치게 하는 것은, 기독교의 희생 봉사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는 면에서, 기독교소설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상록수>를 제외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상록수>에서는 긍정적인 크리스천으로서의 신앙을 지닌 채영신과 세속적 이념의 견지에서 세계를 개혁하려는 박동혁의 근원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젊은이가 하나로 묶일 수 있었던 것은 민족에 대한 사랑과 희생, 곧 민족주의적 이념의 공통분모가 시대적 표증으로 한데 묶여질 수 있었기 때문인데, 작품의 결미 부분에서 주인공 영신이 애석하게 희생되는 일을 통해서, 이 작품이 드러내고자 한 민족에 대한 사랑 역시 그 근원을 기독교적 희생정신에 두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민족주의 정신을 작품상에 반영한 심훈이 그의 유명한 항일 민족시<그날이 오면>을 남겨 놓았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로 보인다. 이 예언적인 민족문학 작품은 구약시대 예언자들의 헤브라이즘적 체질의 예언시를 오늘 이 땅에 재현시켜 놓았다는 점에서 우리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일제 강점기 문인들 중의 일부 인사에 속하기는 하지만, 당대에 그가 민족적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었음을 보여준 호례의 시가 바로 <그날이 오면>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이 시편 가운데 기독교적 언어가 직접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민족적 위기에 처한 구국적 충정을 시인의 마음 밑바닥으로부터 토로해내고 있는 이 시편은, 정치 사회적으로 누란의 위기에 처해있던 북이스라엘 왕국을 구해내고자 현실 참여적 외침을 애국적 민족시를 통해 토로했던 이스라엘 예언자들의 헤브라이즘적 ‘예언시’의 전통이 그대로 오늘 이 땅에 되살아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193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농촌계몽 소설 또는 농민소설로 지칭되는 몇 편의 굵직한 장편소설들이 나왔다. 이광수의 <흙>과 이기영의 <고향>, 그리고 심훈의 <상록수> 등으로서, 이들 중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작품이 한국 기독교문학사에 엄연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록수>라고 하겠다. 이 작품에 대해서 많은 연구들이 있어 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이것의 기독교 문학적 특성에 대해서는 그 연구가 결코 풍성한 편은 아닌 현 실정이라고 하겠다. 여러 가지 기독교 문학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는 소설 <상록수>는 이 방면의 선행 업적이라고 할 이광수의 <흙>과 자주 대비되어 논의되기도 하였다. 같은 30년대의 농촌계몽 소설로서 역시 같은 ‘동아일보’ 지상에 연재된 작품이며, 그 신문사의 ‘브나로드 운동’의 일환으로 나온 작품들이란 공통점 때문이었으리라. /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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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바탕의 농촌계몽 소설(1)-심 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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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제5회 명시·명언 특별서예전
- 홍덕선서예가, 13명의 시와 명언을 원곡체와 궁체로 작품화 소망화랑(대표=홍덕선장로·사진)은 제5회 「명시·명언 특별서예전」을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소망화랑에서 갖는다. 서예가인 홍덕선장로가 시와 명언을 원곡체와 궁체로 작품화해 전시한다. 이 전시회는 하나님의 사랑이 담긴 시와 명언, 서예를 통해 하나님의 복음을 전한다. 이번 서예전에는 박이도원로시인을 비롯한 13명의 시인과 김경래장로, 서예가인 홍덕선장로가 참여한다. 박이도시인의 「겨울 나그네」, 박종구시인의 「사랑」, 김소엽시인의 「이루지 못한 사랑」, 최규창시인의 「커피향기 속에」, 김연수시인의 「기다릴 그대 있어」, 최일도시인의 「아름다운 삶을 위한 기도」, 정재영시인의 「하늘강」, 조신권시인의 「횃불 항아리」, 이정균시인의 「갈대사랑」, 오성건시인의 「가을연가」, 박완신시인의 「일어나 생명길 걷자」, 금보성시인의 「모래」, 권성묵시인의 「부메랑」, 그리고 명언으로 김경래장로의 「하늘이냐 땅이냐」, 서예는 홍덕선장로의 「시편 37편 46절」 등이 전시된다. 박이도시인은 “먼 길 떠나기 위해/단잠에서 깼다/아직 어둠이 머뭇거리는/새벽하늘에 아침이 온다/희끗희끗 날리며 앉으며/순식간에 천지를 휘감아/화살 짓는 눈발/서로 부딪치며 떠밀리며/지상엔 하얀 폭풍이 인다/나뭇가지 위의 새둥지가/툭, 떨어지고 새들이/포롱포롱 황급히 떠난다/굳게 닫힌 성당 문이 삐꺽/천장에 누워 있던 12사도가/모자이크를 털어내고 걸어 나온다/뚜벅뚜벅 눈 속으로 떠나간다/그 뒤를 내가 따라 나선다/열둘 그리고 열셋의 발자국이/하얀 폭풍 속으로 사라졌다/발자국 뒤로 남는 헛기침 소리”란 「겨울 나그네」에서 12사도의 뒤를 따라 나서는 박시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박종구시인은 “십자가 위/못박힌 손과 발/그 아픔보다 더 목말라/했던//그것은//너와 나/그를 향해/그토록/옹색하기만한/그것은”이란 구절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김소엽시인은 “이루지 못한 사랑마다/별이 되게 하소서//이픈 이별마다/별이 되게 하소서//눈빛과 가슴으로/수천 수만 대화 나누고/멀리 두고 바라만 보게 하소서”라고 하나님께 간구한다. 특히 김경래장로는 1902년에 태어나 33세에 별세한 차재선전도사의 명설교 제목인 「하늘이냐 땅이냐」를 소개했다. 차전도사는 이 설교에서 “소망의 천국인 하늘을 바라보고 사느냐”의 명언을 남겼다. 이 「명시·명언 특별서예전」을 준비한 홍덕선장로는 “전시회때마다 관람자들이 감동을 받는 것을 볼때마다 계속 「명시·명언 특별서예전」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모든 작품들이 하나님의 복음을 형상화했다”면서, “이 서에전을 통해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기회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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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제5회 명시·명언 특별서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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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에 사로잡힌 고뇌의 인간상(4)-박영준의
- 최광주가 지금껏 참고 견디는 자기희생의 삶을 통해 그 자신이 터득하게 된 것은 자기의 그런 자세가 아내(삼애)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에서 나온 것이란 점과 그런 연민이나 동정심만 가지고서는 아내를 진실로 사랑할 수도 없다는 사실의 인식이었다. 진정한 부부생활은 정신적인 면 못지않게 육체적인 사랑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불구(반신불수)의 아내와 육체적인 관계를 갖기로 마음먹었고, 또한 그 일을 성사시키는 기적(?)도 이뤄낼 수 있었다. 아내 역시 그 일의 성사를 미세하게나마 감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그 조그만 행복도 그에게 오래 허락되지는 않았다. 비정상적인 상태에서의 부부행위가 가져다준 후유증이 아내의 정신적인 면으로까지 비화하여 그녀는 고뇌의 빛과 함께 심한 히스테리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의 일기장 사건이 또 터졌다. 우연히 어미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던 딸 경선이가 어미에게 들켜서 심하게 꼬집힘을 당하는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 꼬집힌 자리는 광주가 보기에도 몹시 독이 오른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렇게 심하게 꼬집지는 못할 만큼 대단한 상처였다. 삼애가 경선이를 꼬집은 데는 두 가지 이유가 복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그녀가 성적 불구자가 되었다는 울적한 자의식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자신의 치부(추한 과거)가 일기장으로 인해 들통났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첫 번째 꼬집힘을 당했을 때, 경선이는 아직 삼애의 깊은 비밀까지는 엿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언가 비밀(?)이 있을 것이란 육감이 들었던지 경선이는 그 일기장을 또다시 들여다보게 되었고, 이런 일을 다시 또 당하게 된 삼애는 경선이에게 “나가라!”고 소리쳤으며, 동시에 앞으로는 자기를 어머니라고 부르지도 말라고 외쳤다. 이 사건이 있은 뒤로 경선이는 실제로 집을 뛰쳐나갔고, 결과적으로 고아원에까지 가게 되었던 것이다. 작품상에 명기되어 있지는 않지만, 경선이가 두 번째로 삼애의 일기장을 들여다보았을 때, 이번엔 삼애의 잔인한 비밀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미가 “나가라”고 한다 해서, 또 어머니라고 부르지 말란다고 해서 어린 경선이가 곧장 집을 뛰쳐나가 그날 밤 돌아오지도 않은 일을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죄의식에 눈을 뜬 삼애의 자의식 때문에 결국은 그런 가정 불행마저 초래된 것이라고 보겠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장 감동적인 곳은, 자신의 그런 행위를 뉘우치고 곧 언니(신애)의 딸 경선이를 데려오라고 남편(광주)에게 간청하는 삼애의 진심에 찬 애절한 부르짖음의 장면이다. 이리하여 경선이는 집으로 돌아왔고 가정은 화평의 상태를 다시 회복하게 된다. 그러나 가정의 평화 회복도 잠시뿐 폭풍은 새로운 방향에서 불어닥쳤다. 동생 대주와 목사 딸이 어울려 외박을 한 사실이 들통 나서, 목사는 교회에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고, 광주 역시 동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됐으며, 결국 이 두 가정은 이삿짐을 꾸리게 되었던 것이다. 일반 교회의 통상적인 치부까지도 고발하고 있는 이 작품은 목사나 광주의 가정이 부닥치는 일시적 불행에도 불구하고, 참된 승리자는 김 장로나 김 집사 같은 율법주의적인 부류의 교인들이 아니라, 목사나 광주와 같이 죄의식이나 책임의식에 둔감하지 않은 진실한 신앙인이란 점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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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에 사로잡힌 고뇌의 인간상(4)-박영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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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에 사로잡힌 고뇌의 인간상(3)-박영준의
- 장편소설 <종각>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면을 이하에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이 작품의 주인공 최광주는 현재 심삼애의 남편으로서, 세 자녀와 미혼인 남동생 대주까지 모두 여섯 식구의 가장이다. 그런데 그의 아내 심삼애는 지금 반신불수의 몸으로 늘 자리에 누워만 있는 불구자로, 3년째 그렇게 살아오고 있다. 삼애는 광주의 전처였던 신애의 친동생이었다. 전처였던 신애는 딸 경선이를 하나 낳고서 자살해 버린 것이었다. 신애가 자살을 한 이유는 제 남편이 그녀 동생 삼애와 불륜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는데, 그 일이 남편뿐만 아니라 동생 삼애에게도 똑같이 책임이 있는 일이었고, 남편 못지않게 동생 삼애의 비행에도 그녀의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달리 말해, 남편의 비행에 대해서는 물론, 동생에게 사랑하는 남편마저 빼앗겼다는 분노감 때문이기도 했던 것이다. 즉 믿었던 측근에게 남편을 빼앗기는 최대의 배신을 당했다는, 분노를 수반한 자괴감 때문이었다고 보겠다. 친 형부를 빼앗은 삼애도 후에 그 패륜적인 죗값에서랄까 반신불수의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장본인인 삼애는 그녀의 그런 비극이 그녀 자신의 죄과에서 비롯된 것이란 사실을 깨닫지도 못하는 여인이다. 두 아들을 낳아 놓은 뒤 이런 비극을 당했으니, 자신의 불구로 인해 온 가족에게 미치는 불편함이 오죽할까마는,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크게 뉘우치는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어미에 비해 딸 경선이의 정성은 너무도 지극하다. 광주에게는 친딸이지만 삼애에게는 친딸이 아닌 경선이는, 열세 살이란 나이로는 너무 성숙하다 할 만큼 집안일에도 열심이지만, 또한 어미 봉양도 극진하다. 이 아이는 삼애가 자기 친모가 아니란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아이의 정성이 더욱 갸륵하게 보인다. 아마 아비 광주로서도 이런 집안의 분위기가 숨 막히는 일이었을 것이다.(게다가 동생 대주는 집안에 별 쓸모가 없는 존재로서 형 광주에게 무리한 부담만 안겨주는 실정이다.) 전처 신애가 자살을 한 이후로 광주는 크게 충격을 받고서, 자세한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었다. 그는 교회에 들어와 세례를 받은 뒤 자진해서 사찰 직을 맡았다. 이로 인해 받는 약간의 수입과 평일 장사를 해서 번 돈 등으로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불구(반신불수)의 삼애가 죄의식을 크게 지니고 있지 않음에 비해, 광주는 지금껏 너무도 큰 죄의식에 몸부림쳐 왔다. 그가 타종할 때는 꼭 열다섯 번씩 줄을 당기곤 했는데, 이는 자기가 범한 열다섯 여인에 대한 속죄의식을 나타낸 것이었다. 그는 열다섯이란 숫자를 자기의 십자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가 성적으로 문란한 행위를 자행하던 속악한 인간이었음엔 틀림없으나 아내의 자살 이후, 충격 속에서 새 사람으로 변화될 수 있었다는 사실만 보아서도, 그가 근본적으로 악한 인간은 결코 아니었음이 증명되었다고도 하겠다. 변화된 이후의 최광주는 거의 고행자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과거의 죄악에 대한 속죄의식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그는 수년간 금욕과 극기의 생활을 해 오고 있다. 현재의 아내 삼애가 불구자가 된 것에는 공범자로서의 자신의 책임도 있다는 생각에서 벌을 달게 받는다는 심정으로 지금껏 참고 견디는 자기희생의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활을 통해서 자신이 터득한 것은 무엇인지 자기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물음의 결과가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그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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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에 사로잡힌 고뇌의 인간상(3)-박영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