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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6.1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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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병로의 장편소설 〈산촌의 소리〉를 읽고 나서 필자는 G. 타이센의 〈갈릴래아 사람의 그림자〉라는 소설을 떠올리게 되었다. 

전혀 이질적인 것 같은 이 두 작품들을 서로 연관시켜 생각하게 된 것은 독일 신학자 타이센이 그의 신학적 연구 결과를 소설로 형상화했듯이 우리 목회자 김병로도 그의 목회 체험을 같은 소설로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타이센은 그의 소설을 통해 예수 시대의 사회­정치적 배경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는데, 예수 시대에 관한 오랜 연구를 거친 사람이 아니고서는 쓸 수 없는 그런 소설을 그가 써 냈던 것이다. 그 원리가 서로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의 목회 경험을 쌓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결코 써 내기 힘든 작품을 김병로 작가는 그의 나이 회갑을 넘긴 때 써낼 수 있었다. 

그의 노련한 목회 경험에 의해 수집된 각종의 소재(또는 에피소드)들이 이 작품 속에는 허다히 담겨 있다. 그리고 그런 소재들은 생경한 자료들로 나열돼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실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기독교 실천문학 작품답게 등장인물의 실천적 삶의 모습이 생생하게(사실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오랜 목회체험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리라. 소설 작품 속에서 ‘묘사’가 큰 구실을 한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엄밀한 의미의 묘사(‘보여주기’showing) 같은 것은 이 작품 속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서간체 소설의 형식이므로 단순한 서술(‘말하기’telling)이 있을 뿐이다.

서술 일변도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경지가 거의 묘사의 수준으로까지 독자에게 인식되고 있는 것의 근원은 아무래도 작가의 실제적 체험의 반영이라는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에서는 성직자이건 평신도이건, 사이비 그리스도인은 모두 작가의 준엄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태삼 목사나 한용범 장로 같은 분들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용범 장로를 위시해서 장도환 장로, 김상수 장로와 같이 그들은 후에 대부분이 회개하고 새사람으로 변화된다. 특히 한 회장(한 장로)의 변화된 모습은 놀랄 만한 정도이다. 그리스도의 은총이 아니고서는 가히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의 마지막은 한국 교회의 한 치부라고도 할 수 있는 성직자들의 노년 결혼에 대하여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어서 독자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이런 장면 설정은 이 작품의 초반에 이미 설정해 놓은 처녀 여전도사들의 독신 생활 중도 포기에 대한 풍자와 수미상응(首尾相應)한 구성법으로 주목할 만하다고 하겠다.

신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민 교수(목사)의 이야기를 통하여 작가는 한국교회의 병폐 한 가지를 고발하고 있다. 그러나 민 목사(교수) 자신은 이런 교계의 치부에 자기가 한 사건을 더 보태 줄지도 모를 ‘성직자의 노년 결혼’에 대하여 스스로 회개(포기)하고 결연히 제 길을 찾아 떨쳐나서는 것이다. 민 목사의 ‘마음 비우기’ 결단에 우리의 머리가 수그러지지 않을 수 없다.

작품의 마지막은 주인공 송상희 전도사가 몸담고 있는 기도원의 공석 중인 원장 자리를 그녀 자신이 취하지 않고 선배인 하 전도사에게 양보하기 위해 편지를 띄우는 것으로 끝나지만, 짐작건대 하 전도사 역시 그 청을 흔쾌히 수락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들의 ‘바른 마음가짐’이 이 작품 속에서는 크게 강조되고 있다. /문학평론가, 조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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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들의 결연한 ‘마음 비우기’ 실천운동(하)-김병로의 〈산촌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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