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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에 사로잡힌 고뇌의 인간상(2)-박영준의

임영천의 한국 기독교소설 산책(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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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10.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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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독교문학사에 나타나는, <종각> 출현 이전의, 기독교적 내용을 다룬 다른 작가들의 소설작품들 중 공통적인 약점은 이것들이 기독교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기독교의 본질적인 문제를 탐구하는 게 아니라, 대개의 경우 소재주의적인 경향을 드러내거나 피상적인 관찰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죄의 문제, 십자가의 문제, 종말론의 문제, 궁극적 구원의 문제…등 기독교적 핵심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기독교 주변이나 그 역사, 또는 교회의 피상적이거나 외면적인 소재만을 찾아 형상화함으로써 기독교소설로서의 치열성이나 절실감이 부족했었다는 것이다.

 

이런 일반적 약점을 박영준의 <종각>은 보완해주고 있다. 이 작품을 N. 호손의 <주홍글씨>와 연관시켜 해석하려는 시도가 보이는 것도 위에 이야기한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 먼저,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하여 양자(兩者)를 대비해 본다면, 주인공 최광주는 딤즈데일과, 여주인공 심삼애는 헤스터 프린과, 그리고 도덕주의를 표방하는 평신도들은 엄격주의에 젖어있는 미국의 청교도들과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양자는 서로 유사 영역을 공유한다고 보겠다.

 

<주홍글씨>가 죄의 테마를 다루었다고 한다면 <종각>도 죄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주홍글씨>의 등장인물들이 육욕의 노예요 죄악의 하수인들임과 마찬가지로 <종각>의 주요 인물들도 육욕에 얽혀 허우적대고 있는 죄악의 군상들이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약1:15)고 한 성경 말씀처럼, <주홍글씨>의 주인공들의 말로가 그렇게도 비극적이듯, <종각>의 등장인물들 역시 몹시 불행한 결과에 이름을 우리는 보게 된다.

 

그러나 외형적인 그들의 불행과는 달리, 마지막이 그들의 철저한 회개로 인하여 속죄와 구원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우리가 확인하게 되면서 안도감을 느끼게도 되는 것이다. 딤즈데일 목사가 죄의식 때문에 받는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죄악에 대한 철저한 회개를 통해 영혼의 구원에 이르듯, 최광주도 철저한 회심과 거의 고행이다시피 한 기독자적 희생의 삶을 통해 자신의 구원에 접근해 가는 것이다.

 

하나 그가 아무리 속죄의 경건생활을 유지하려고 해도 그의 측근(가족)이 그를 이해해 주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 그를 괴롭히기만 하지만, 그는 그 모든 고통을 ‘속죄하는 마음’ 하나로써 스스로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죄에 대한 가책과 죄의식에 따른 고행자적 속죄의 삶을 통해서 그는 신에게 한 발짝 더 접근해 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광주를 한국판 딤즈데일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릴런드 라이컨은 호손의 <주홍글씨> 가운데서 세 가지의 세계관이 있음을 지적해 냈다. 율법적(청교도적) 세계관, 낭만적 세계관, 그리고 기독교적 세계관 등이다. 박영준의 <종각>의 세계관도 결국 이 세 가지로 요약될 것으로 보인다. 김 장로와 김 집사 등은 율법적 세계관을, 심삼애와 목사의 딸 선희 등은 낭만적 세계관을, 그리고 주인공 최광주와 담임목사 등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소설로서의 <종각>(1965)에 대하여 한마디로 요약해 보자면, <종각> 이전의 그의 작품들 속에서는 기독교세계가 아닌 곳에서 작중인물이 자신의 타락과 죄악을 스스로 ‘반성’함으로써 인간성을 회복하지만, <종각>에 이르러서는 주인공이 신(神)을 향해 ‘참회’(회개)함으로써 자신의 과오(죄과)를 씻어내는 것이다. 그의 소설이 기독교문학으로서 진일보한 면을 여실히 보여준 점이라고 하겠다./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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