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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12.0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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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사역하던 교회에 교회학교 선생님 중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예전 홍콩 영화배우 왕조현과 비슷한 생긴 얼굴에 훤칠한 키에 아주 수려한 외모를 가진 청년이었다. 그 청년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당시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20대 초반에 일찍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청년은 아직은 한참 어린 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결혼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그 청년은 결혼을 하고는 한동안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한 두 해가 지나서 나는 교회에서 새가족부와 구역을 담당하며 준전임으로 사역을 하고 있었다. 어느 주일날 그 청년, 아니 그 성도는 겨우 걷는 아기 손을 잡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를 아기 띠에 매고서는 쌀쌀한 초겨울날씨에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채 나타났다. 한 눈에 보기에도 무척 고단하고 초췌해보였다. 주일 예배 전 시간적 여유가 있어 유아실에서 이러 저러한 안부를 물으며 비교적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니 예상대로 좋지 않은 상황 속에 있었다. 대형증권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무리한 주식투자를 해서 빚을 엄청 지게 되었고, 직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퇴사한 상태에 있었다. 집에만 있게 된 남편은 매일 컴퓨터로 주식 그래프만 들여다보며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연년생으로 아이를 낳아 한꺼번에 둘이나 키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어려운 친정으로부터의 탈출구로 결혼을 선택했지만 더 복잡하고 무겁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그 후 그녀는 거의 매주일 열심히 교회에 왔고 집사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섬기는 구역에 구역원이 되어 나는 그 집사님을 주중에 한 번 더 만날 수 있었고 집에 가서 구역모임을 하며 구체적인 가정환경을 더 깊이 들여다 볼 수가 있었다. 그렇게 연년생을 키우던 집사님은 또 아이가 생겨 어린 아이들을 셋이나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 이전보다 상황은 더 나아진 것이 없고 집사님의 삶은 더욱 복잡하고 고달프게 느껴졌다. 집사님을 볼 때마다 매우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고 슬펐다. 답답한 마음에 하루는 하나님께 예언의 은사를 주시기를 기도드렸다. 내가 예언의 은사를 받아 그 집사님의 미래를 보면 앞으로 이런 일이 예비 되어 있으니 조금만 참고 견디자고 구체적인 용기와 힘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에게 끝내 예언의 은사를 주시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언의 은사에 버금가는 큰 통찰을 허락해 주셨는데 바로 예레미야의 말씀을 통해서이다. 이전 개역한글판 성경이 그 당시 상황에 더 와닿았었기에 예전 개역한글판 구절을 소개한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재앙이 아니라 곧 평안이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하는 것이니라 (예레미야 29:11)” 그동안 나는 예언의 은사가 누군가의 미래를 미리 보고 구체적인 사건이나 결과를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모두가 살아가길 원하시는 미래가 어떤 삶인지 한 줄로 보여주셨다. 이 말씀을 통해 나는 집사님을 향한 큰 부담감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맡기고 편하게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비슷한 상황의 성도를 만나더라도 더 이상 예언의 은사(?)를 구하지 않는다

 

위의 말씀을 기억하며 하나님이 열어주실 미래를 그리면서 응원하고 기도한다. 그 교회를 떠나온 지 한참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그 집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전도사님, OOO집사예요. 저 집 샀어요! 아이들도 잘 크고 남편도 직장에 들어가 모두들 잘 지내고 있어요. 전도사님 생각이 나서 기쁜 소식 전해드리고 싶어 전화드렸어요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지금 이 글을 쓰며 회상하는 가운데에서도 아직 그 집사님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듯하다. 한 어리고 연약한 집사님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예언의 은사를 구했던 미숙한 사역자에게 하나님은 하나님이 모든 성도, 아니 모든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보여주셨다. 그렇다! 하나님은 우리가 주안에서 모두 행복하고 평안하게 살며, 소망 있는 미래를 살기 원하신다.

 

 /울산영신교회 교육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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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도 우리가 행복하길 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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