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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12.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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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최준호.jpg

 

여름이 되면 날씨는 더워지고 수영복을 착용해야 할 시간이 온다.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 치고 노출에 자신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배가 나온 것을 인격이 완성돼서 그렇다고 치부하는 남자들은 그나마 완충이 되지만 직업적으로 몸매를 가꾸는 대중매체의 주인공들과 비교되는 젊은 여자들은 비상이 걸리는 시기다. 

 

주요 모 일간지 6월 중순에 실린 기사가 눈에 뛴다. 제목은 “그들의 환호, 그녀들의 반란? 44가 대세”라고 되어있다. 44사이즈란 허리가 23~24인치를 기준으로 만든 옷의 사이즈라는데 일반 옷 매장에 있는 늘씬한 마네킹에도 안 들어가는 초슬림형 옷들이란다. 그냥 상징적인 날씬한 몸짱의 이상형으로 있는 게 아니라 가장 판매고가 높은 사이즈이며 55, 66, 77 등의 빅사이즈 옷들은 전용매장을 이용해야 한다. 거기에다가 44사이즈의 옷들은 최근 20%의 판매 신장고를 보였다고 한다. 

 

다른 일간지를 보면 한 유방성형을 전문으로 한 병원에서 신체 계측한 결과를 공개하고 있는데 젊은 연령의 여자일수록 평균 신장은 증가했지만, 가슴둘레는 감소했으며 이런 추세는 10년 동안 평균 3mm 감소를 보이는 추세라고 한다. 여자들이 실제 가늘고 길어진다는 거다.

 

식이장애 환자들 중 폭식증이라는 병에 걸린 사람들이 있다. 식사와 체형의 변화에 항상 긴장하고 식욕억제와 체중조절에 대한 반복되는 실패에 우울증에 빠져 사는데, 그들을 마주하면 이런 사회의 영향을 외면하고 살라는 말이 설득력을 잃는다. 

 

한국사회는 무한 경쟁과 최고의 가치가 살아남는 역동적인 사회다. 체형과 미모에 대한 경쟁에는 ‘적당히’ 가 있을 수 없다. 신체적 특징은 결점이 되고 개인의 고유함을 잃어간다. 모르는 사이에 우리나라의 여자는 44사이즈와 비44사이즈로 나누어지고 살이 찐다는 건 낙오자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저녁 늦게까지 휘트니스 센터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사람들 중 운동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뛰는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또한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일정 기준을 통과하기 애쓴다는 면에서 입시 지옥 고등학생들의 강박적인 야간자율학습과 흡사하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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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교실] 식이장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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