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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12.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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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탄생의 기쁨을 나누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성탄절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전과 같지 않지만, 교회마다 갖가지 성탄장식이 화려하게 꾸며지고 있고 크리스마스 캐럴은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성탄 분위기는 교회 안에서뿐 아니라 밖에서도 뚜렷하게 느껴진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이맘때면 연말연시라는 시기적 이유와 겹쳐 마음이 풍선처럼 공연히 부풀어 오르기 마련이다. 백화점 같은 상점들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손님들을 끌어모으기에 바쁘다. 이렇게 소비문화가 더 주목받으며 성탄의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성탄과 부활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 ‘교회다움’을 상실해 위기에 내몰린 한국교회는 성탄의 의미와 참뜻을 되새김으로써 신앙의 성숙 도모하고, ‘교회다움’을 회복해야 한다.

 

 

소비문화에 편승된 성탄절의 바른 ‘의미’와 ‘참뜻’을 전해야

한국교회는 더 이상의 ‘채움’이 아닌 ‘나눔’과 ‘비움’의 계기로



탐욕을 부추기는 시기로 전락

 

‘성탄 특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말연시 떠들썩한 분위기와 맞물려 성탄절은 기업에서도 매출을 올리기 위한 연중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시기이다. 이때 기업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부추긴다. 기독교의 축제에서 상인들의 축제가 됐다.

 

팬데믹 전인 2019년 12월, 현대백화점은 상품의 매출이 2018년 동기대비 43.2% 늘어났다고 밝혔다. 부문별로는 식기, 요리도구, 인테리어 소품, 와인잔 세트 등이 최대 50% 늘었고, 소형가전의 경우 67.1% 급증했다. 특히 일반적인 제품들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세련된 디자인과 뛰어난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백화점측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선보인 독특한 디자인의 ‘한정판 상품’도 인기다”라며, “현대리바트가 국내에 독점 판매 중인 미국 키친 홈퍼니싱 브랜드 ‘윌리엄스 소노마’의 ‘크리스마스 컬렉션’은 매년 판매 제품의 70% 이상이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에 완판된다”고 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한 목사는 “본래 크리스마스는 가장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오신 아기 예수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념하는 시간인데 축일에서 축제의 대상이 빠지고 세속화되면 자연스럽게 소비적 문화가 된다”라며, “이를테면 산타클로스도 성 니콜라스가 가난한 자들을 돌보며 선물을 주던 것에서 유래했는데, 그 정신이 빠지니 연인들이나 자식들이 선물을 요구하는 등 본질이 퇴색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성탄 시즌은 인간의 탐욕을 부추기는 시기로 전락했다. 성탄의 참뜻을 잊은 채 많은 이들이 흥청망청 소비하며 탐욕을 채울 때, 역설적으로 어떤 이들은 하루 버틸 빵조차 구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가장 낮은 곳에 오신 예수

 

예수의 오심을 기념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성탄이 인간의 탐욕과 연결되어 소비문화를 부추기는 시기로 전락했다. 2020년 전, 예수는 화려한 궁궐이나 세상에서 가장 돋보이는 곳이 아닌 팔레스타인의 작은 마을 베들레헴 변두리에 초라하고 누추한 마구간 구유에 오셨다. 도시 한가운데서 부와 권력을 누리며 먹고 마시던 이들은 자신의 탐욕을 채우느라 예수께 태어나실 방 한 칸 내어주지 않았다고 누가복음 2장은 기록한다. 구유는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를 뜻한다. 가장 낮은 곳에 오신 예수는 세리와 문둥병자, 창녀, 과부, 목동과 같이 당시 사회에서 죄인으로 규정되어 손가락질 받았던 누추한 이들과 함께 하셨다. 

 

김기석 청파교회 목사는 “길거리로 내몰린 노숙인들, 불기조차 없는 쪽방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 일터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며 칼바람과 마주선 이들, 공부 못한다고 가난하다고 교육적인 배려조차 받지 못한 채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들,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과 그 가족에게 성탄은 어떤 의미일까?”라며 성탄의 의미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김목사는 “성탄은 어쩌면 우리 시대에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 잊혀진 사람들, 절망의 나락에 떨어진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고향이 되어주라는 요청인지도 모른다”며, “동방에서 온 박사들과 목자들이 이른 곳은 화려한 왕궁이나 성전이 아니라, 말 구유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님은 바로 그런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며, “주님은 지금 난민이 되어 세상을 떠돌고 있는 이들,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것 같이 서글프고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곁으로 다가서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채움’ 이 아닌 ‘나눔’ 과 ‘비움’ 으로

 

성탄절기가 되면 많은 교회에서 말구유를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구유는 단순한 추억거리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를 뜻한다.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목사는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오시는 방식은 늘 이렇게 자신을 비워 겸손으로 오신다”며, “비천한 여인 마리아의 몸에, 가난한 요셉의 가정에, 보잘것없는 땅 베들레헴에, 사람이 누울 수 없는 가축의 여물통에 그렇게 오셨다”고 말했다. 이어 “왕이라면 당연히 왕궁에서 권세 있는 사람들의 찬사를 받으며 태어나야 마땅하다”며, “그러나 하나님의 아들은 우리 생각과 정반대의 방식으로 이 땅에 성탄하신다”고 강조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성탄은 예수님이 구유에 나셨는데, 고통받는 사람들, 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도 함께하시기 위해서 본인 자신이 낮아지신 그런 사건이다”라며, “아주 낮은 자리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그 자리에 내려오셔서 우리를 위로하셨다는 사실, 하나님께서 고통받는 사람을 잊지 않으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그런 계기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교회는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돈, 권력, 명예를 추구하고 있고 또 그것을 누리고 있다”며, “그래서 구유에 나신 예수님의 정신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런 상황에 우리 한국 교회가 있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예수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로 오셔서, 초라하고 누추한 이들과 함께 하셨다. 지금도 가장 낮은 자리에서 초라하고 누추한 이들과 함께 하신다.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채움’이 아닌 빵 한 조각 구하지 못해 배고픔에 떠는 이들과 먹을 것을 나누고, 절망과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의 설 땅이 되어주어 성탄의 참뜻을 되새겨야 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2020년 전, 구유에 오신 아기 예수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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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곳에 오신 ‘성탄’ 참뜻 회복 절실, 소비로 탐욕 부추기는 시기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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