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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1.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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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표.jpeg

 

 

홍인표 박사

비블로스성경인문학연구소 연구위원

『생태위기와 기독교』 공동 저자

 


 평생 농촌에 살며 글을 쓴 권정생의 생태 의식은 그의 문학작품 곳곳에 나타난다. 지면상 이 글에서 생태 의식이 나타나는 그의 문학작품 모두를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이 글에서는 1972년 출간된 그의 동시집 『산비둘기』에 언급된 동시 두 편을 통해 그의 생태 의식을 살펴보려고 한다. 두 편의 동시를 통해 권정생이 성경에서 말씀하는 에덴동산을 생태계 회복에서도 사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동시 ‘모래밭에’와 ‘초록 아파트’가 그러한 작품이다. 



 먼저 ‘모래밭에’를 살펴보자. 


민이는 이만치 크게

우리 예배당


준이는 더 더 크게

하나님 집


 이 동시에는 먼저 자신이 다니는 교회당을 크게 지어보려는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이 엿보인다. 하나님의 집을 “더 더 크게 만드는 준이의 모습”에서는 순수한 동심이 엿보인다. 어린이의 상상 속에서 하나님은 참으로 크신 분이지만, 과연 얼마나 크신 분인지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만 하나님을 친근하게 생각하기에 가시적인 존재로 생각한다. 다만 하나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기에 하나님의 집을 “예배당보다 더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함으로써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표현한다.



햇볕 쨍쨍

여름 한낮


두꺼비 집 질까?

굼벵이 집 질까?


 이 동시의 “햇볕 쨍쨍 여름 한낮 두꺼비 집 질까? 굼벵이 집 질까?”라는 표현에서 권정생은 어린이의 입을 빌어 그의 생태 의식을 보여준다. 권정생에게 에덴동산은 굼벵이와 두꺼비도 공존하는 곳이다. 이처럼 인간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며 사는 모습은 창세기 1장에 묘사된 에덴동산에 비추어볼 때 자연스럽다.



영이는 조그맣게 / 아기 예수의 집


사과나무 감나무 / 꽃포기도 심고


물총새 날아가는 / 냇가 모래밭에


에덴동산이 / 만들어졌다.


 어린이들은 사과나무, 감나무, 꽃포기도 심어 예쁘게 가꾼 아기 예수의 집을 짓는다. 어느덧 “물총새 날아가는 냇가 모래밭에 에덴동산이 만들어졌다.” 황무지 같은 모래밭에 어린이들의 맑은 동심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에덴동산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초록 아파트’를 살펴보자. 



초록 이파리 / 모자이크


까치 아가들이 / 갸웃 갸웃

내다보는 / 동그란 창문


파란 커튼을 / 드리운 

꾀꼬리님 방


하루 종일 / 예쁜 가락

피아노 소리


 권정생은 새들이 사는 숲을 ‘초록 아파트’에 비유하였다. 높은 나뭇가지에 지은 둥지에서 까치 아가들이 갸웃갸웃 내려다보는 모습은 참으로 사랑스럽다. 꾀꼬리는 무성한 푸른 잎에 가려진 둥지에서 마치 피아노 연주를 하듯 온종일 예쁜 노래를 부른다. 



불붙는 듯 / 뜨거운 볕에


솔개 아저씨가 / 불러온 

소낙비 소방대


쏴와 쏴아 / 물 뿌리고 

지나간 다음 / 열린 창문마다 

무지개 핀다.


 무더운 어려운 여름 한낮에는 솔개 아저씨가 소낙비 소방대를 몰고 와서 쏴아 쏴아 물을 뿌려준다. 자연의 법칙에서는 다른 새들에게 천적인 솔개가 이 작품에서는 까치 아가들, 꾀꼬리 등 숲속 새들이 쾌적한 삶을 살도록 도와준다. 동심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서로 해함이 없이 돕고 살아가는 삶이 가능하다. 



여름살이 / 즐거운 

초록 아파트


밤낮 노랫소리 / 그치지 않는


에덴동산의 / 정다운 식구.


 시원하게 소나기가 내린 뒤의 초록 숲에는 아롱아롱 무지개를 수놓은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된다. 무더운 여름살이도 새들은 즐겁기만 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속은 그야말로 하나님께서 처음 만드신 에덴동산이다. 권정생이 말하는 에덴동산은 사람과 온갖 동물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곳이다.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는 곳이다. 물론 이 땅에서의 생태계는 먹이사슬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처음 세상은 이렇듯 먹이사슬을 초월하여 인간을 포함, 모든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곳이었음을 권정생의 동시를 통해 알 수 있다. 권정생은 하나님이 처음 창조하신 세상으로의 회복을 염원한다. 그것은 생태계의 회복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는 먹이사슬을 초월하는 생태계의 회복으로 말이다. 



[이 글은 비블로스성경인문학시리즈 2 『생태 위기와 기독교』 (한국학술정조 2021)에 수록된 필자의 글 「권정생의 문학작품에 나타난 생활세계 속 생태 의식」의 한 단락을 요약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 프로젝트: 기후 위기 시대의 기독교 ; 생태신학 녹색교회 생명목회를 위하여 - 

- 공동주최: 기독인문학연구원-이음사회문화연구원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 에이치투그룹 주식회사

- 후원 및 연대기관: 주)천일식품 ·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 · 비블로스성경인문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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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기후위기시대의 기독교 10] 권정생의 동시에 나타난 생태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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