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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 그 심층적 해부(5)-염상섭의

임영천의 한국 기독교소설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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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3.1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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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의 여주인공 홍경애는 조상훈의 아들 덕기와 어느 소학교를 같은 해에 졸업한 동기 동창 관계이다. 그 학교는 조상훈이 얼마간의 기부금을 낸 관계로 그가 설립자의 명의를 한 몫 가지고 있는 교회학교였다. 바로 이 학교에서 덕기와 경애는 함께 공부하는 가운데 서로 알게 된 것이었다. 경애는 이처럼 덕기와는 동창 관계이고, 덕기의 부친 조상훈과는 사제지간의 관계이다.

 

이러한 그들 상호간의 관계는 얼마 지난 뒤 바뀌어지게 되었다. 경애가 어느 정도 철이 들었을 때, 그리고 애국지사였던 그녀의 부친이 감옥에서 폐인이 되다시피 하여 가출옥하였을 때 운명의 장난이 시작되었다. 그녀의 부친이 위태하다는 소문을 듣고 조상훈은 그를 문병하러 간 것이었다. 병자는 신장염에다 기관지병이 겹쳐서 한마디로 중태였다. 상훈은 문병이 끝나고 귀가한 뒤, 인삼 몇 뿌리에 쌀 한 가마니 표와 돈 얼마가 든 봉투를 경애를 통해 보낸다. 며칠 후에는 자기 집 단골 의사를 소개하여 진찰을 받게 해 주기도 하였으나 병자의 건강이 근본적으로 호전되지는 못하였다. 결국 해가 바뀐 뒤, 노 지사는 끝내 운명하고 말았다.

 

임종 현장에서 당사자의 유언도 있고 하여 상훈은 지사의 남은 모녀를 잘 보살펴 주었다. 교회 안에서도 애국지사의 유가족을 끝끝내 돌보아주는 상훈의 그 독지에 대하여 칭송이 자자했다. 이럴 즈음 여학교를 졸업한 경애가 설립자 대표인 상훈의 추천으로 그 학교의 선생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훈과 경애의 관계를 두고 심상찮은 소문들이 오고갔다. 당황한 경애는 자신을 수원 지역의 학교로라도 옮겨 달라고 부탁해 보는 게 좋겠다는 판단 아래, 결국 감기로 인해 한 이틀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조상훈을 만나러 그의 댁을 찾아갔다. 그녀의 이 잦은 방문이 빌미가 되어 두 사람 사이는 깊은 관계로 변한 것이었다. 경애는 딸아이를 낳게 되었으며, 상훈의 실제적인 첩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니까 새로 태어난 그 계집아이는 덕기의 이복누이 동생이 되었고, 경애는 덕기의 단순한 동창생의 신분에서 이제는 그의 서모의 위치로까지 뒤바뀌어진 셈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변화는 경애 모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교회의 전도부인이던 경애 모친은, 세상을 숨기고 낳은 목숨(손녀) 때문에 교회에서 자연히 멀어지게 되었으며 당사자(경애) 역시 그 점은 마찬가지였다. 아니, 경애의 처지는 그 정도에서 그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 조상훈은 경애가 아이를 낳자 세상 이목이 두려워 그녀를 의식적으로 멀리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생활 대책조차 세워주지 않았다. 아이는 병들어 40도의 고열을 호소하는 형편인데도 아버지는 그의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았다. 이런 속에서 점차 경애의 타락상이 엿보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친구가 경영하는 자그마한 술집 ‘바커스’의 여급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녀인들 어찌할 것인가. 현실 타개책의 일환으로, 그리고 절망감의 가벼운 해소책의 일환으로도 그녀는 이런 길을 택할 수밖에는 없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훌륭한 아버지(애국지사)와 전도부인인 어머니, 그리고 그녀 자신도 교회학교를 거쳐 후에는 그 기독교 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기도 했던 독실한 여신도 홍경애는 이렇게 하루아침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결코 그녀의 몰락상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홍경애는 미래지향적인 청년 김병화를 만나게 되면서, 소아적이었던 그녀의 삶이 이후 점차로 대승적인 삶의 모습으로 바꾸어지게 되는 것이다.

 

/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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