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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10.1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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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홈리스 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한 지 어느덧 11년이 되었다. 쉼터에서 일하기 전에는 홈리스라는 명칭은 낯설고 어떤 경계를 갖게 하는 언어였다. ‘홈리스에 대한 편견적 이미지가 있을 수 있음을 안다. 게으름, 알콜중독 등 경쟁적인 사회에서 낙오된 이미지를 떠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끝도 없는 냉혹한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 과연 홈리스 그들 자신의 문제라고 만 볼 수 있을까? 쉼터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그 누구도 홈리스가 되고 싶은 사람이 없으며, 인생의 힘든 여정에서 막다른 상황에 내몰려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그 막다른 상황이란 사람마다 다르지만 가장 힘들 때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 결국 쉼터에 올 수 밖에 없었다는 선택은 동일했다.

 

경제적 상황 악화, 질병, 가족 단절 이 세 가지 원인이 중첩되었을 때 노숙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여성일 경우 가정폭력이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누구라도 이와 같은 요인 중 하나라도 겪게 된다면 큰 스트레스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가족,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함, 만회할 수 있는 경제력, 이 모든 것을 상실한 상태에서 상처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까지과거로부터 현재진행형인 인생의 고통 한 가운데 서 있는 분들이 바로 홈리스그 분들일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쉼터까지 오게 된 분들을 볼 때마다 마음속에 분명해 지는 생각이 있다. 바로 그 분들이 나의 스승이라는 자각이다. 고통 한가운데서 삶을 살아내려는 모습이 나에게는 그 자체로 삶에 대한 경외를 가르쳐 준다. 엄마와 함께 입소한 영아기 아기의 맑은 웃음을 통해 내면 깊이 와 닿는 뭉클한 깨달음이 있다. 주어진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존중되어 져야 하는지를 그 어린 아기가 미소를 통해 나를 가르친다.

 

쉼터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폭력의 위험을 피하고, 황폐해진 몸과 마음을 치유하면서 힘을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가지고 있는 재산이 입고 있는 옷과 3,000원이 전부였지만 쉼터에 와서 새로운 삶을 꿈꾸며 자립해 나가기도 한다. 쉼터 입소인을 대상으로 해마다 욕구조사를 한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서 1위는 항상 주거에 관한 사항 이다. 주거가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가 있으면 당연히 홈리스라는 낙인도 붙지 않는다.

주거와 함께 중요한 부분은 지속적인 경제활동이다. 쉼터에 계신 분 대부분 일을 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일을 하길 원한다. 주거와 지속적인 경제활동이 삶의 토대를 안정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홈리스 주거복지 및 일자리 지원 정책이 예전과 다르게 많이 향상된 면이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홈리스 정신질환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회복과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주택을 제공하는 지원주택제도가 있다. 도입 초기에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지원주택에는 사회복지사가 상근 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시설과는 다른 형태로 입주민이 각자의 사적인 주거공간을 통해 지역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여 홈리스나 생을 포기함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은 우리 삶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하면서 궁극적으로 우리로 하여금 생명과 평화를 존중하는 길로 이끌 것이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25:45)는 주님! 주님이 기뻐하시는 세상이 이 땅에서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내일의 집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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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옥합]함께 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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