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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11.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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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기간 동안 교회에서 양육됐고 마찬가지인 남편을 교회에서 만나 결혼했다. 양가 부모 모두 신자이고, 당시 통념으로는 출산이 늦은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감사하게도 연년생 아들 둘을 주셔서 신앙으로 양육하려 노력 중인 평범한 양육자이다. 청년시절에 교회에 대해 조금 삐딱했던 날 다시 끌어준 하나님의 말씀은 갈라디아서 3장의 유명한 세례고백문이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유대인도 헬라인도, 종도 자유인도, 남자도 여자도 하나라고 선포하신 해방과 평등의 정신이 너무나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공동체는 부족한 인간들이 이루고 있기에 그런 말씀을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학력·재력·사회적 지위 등을 논하고, 은연 중에 그것으로 차별하기도 한다. 특히 난 여성으로서 늘 의문을 가졌다. 내가 속한 교단에선 여성에게 안수를 허용치 않았었기 때문에 교회 내 성차별적 제도나 문화가 강하게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이후 여성안수가 허용된 교단으로 소속을 옮겼지만, 교회마다 존재하는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전통과 문화까지 단숨에 개선될 순 없었다.

 

오늘 사회는 50대 초입인 내가, 넓게는 40대 이후가 자라왔던 것과는 매우 다른 여러 가치관의 변동을 겪고 있다. 남성이 주로 짊어지던 생계부양자 모델이 해체되고 있고, 당연한 인생의 수순으로 생각했던 결혼과 출산 패러다임도 깨지고 있다. 비혼과 비출산, 늘어나는 1인 가구, 다양한 결합가족의 형태들이 등장하고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교회는 자라나는 세대들을 어떤 방식으로 양육하고 있는가?

 

기독교의 성차별에 대해 강의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처음에는 젊은 청년여성들과 함께 분노를 느끼며 목청을 높였다. 왜 하나님의 해방과 자유를 이야기하는 교회에서조차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종류의 차별이 있는 것인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 재생산하거나 후대에게 강요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를 이야기하고 심지어는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교회의 기성세대들이 일부러 차별을 하려고교회를 나오는 사람이 있겠는가? 모두 선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기독교 공동체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인데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기독교반성폭력센터의 지원으로 영페미들이 기독교 성차별에 대한 포스터를 제작하고 그에 자문을 주며 참여한 적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여성안수 문제였는데 포스터를 붙여둔 걸 보고 아들이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 것이었다. 여성이 목사가 되지 못하는 교회도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니 너무나 깜짝 놀라며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여성 안수 문제에 대해 신학적 논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먼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중에 정말 이것이 성경적 전통인지 아니면 그 후에 우리가 만들어낸 잘못된 문화적 관습인지를 질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성세대 대부분은 여성은 남성의 돕는 배필이라는 것을 알고, 이를 보조자로 해석하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 때의 돕는 배필이라는 것은 서로에게 꼭 맞는 도움을 뜻한다. 여성과 남성이 마주보는 동등한 관계라는 의미인 것이다.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부활의 증인들은 여성이다. 당시로는 공적 증언을 할 수 없었던 여성을 굳이 부활의 증인으로 택하신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요엘서에서는 하나님의 영이 남종과 여종 모두에게 임하시고 젊은이와 노인이 모두 차별이나 위계없이 참여하는 날을 이야기하고 있다최근 기독여성연구원 훌다에서 발간한 기독여성주의 입문서 <교회가 좀 불편한 너에게>를 읽으면 평소 교회와 성경에 대한 궁금증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우리 아들들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짐을 억지로 지지 않고, 딸들은 딸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억압을 당하지 않는 사회와 교회를 꿈꾼다. 어떤 모습이든 환영받고 그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공동체였으면 좋겠다. 그런 하나님의 은혜의 해가 속히 임하길 기도한다.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강사·기독여성연구원 훌다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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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옥합] 아들·딸 모두 행복한 교회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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