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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聖과 속俗, 그 첨예한 대립상(2) -유재용의

임영천의 한국 기독교소설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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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12.2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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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여 어디 계십니까?>는 박요단이란 이름의 기독교회 전도사와 권미림이란 이름의 어느 뒷골목 창녀 신분의 여자가 각각 남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참으로 기이한 인연에 의해 맺어진 젊은 부부의 이야기이다. 교회의 전도사와 매춘굴의 창녀가 서로 만나, 후에 한 쌍의 부부가 되었다고 하는 사실도 독자를 약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데가 없지 않다고 보겠다.

 

그러나 그런 사실보다 더욱 독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어떤 경로로 그리 되었든 일단 부부가 되었으면 이후부터는 남녀가 서로 신뢰하고 살아가도록 양측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은 그러한 부부간의 정상적인 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아내 쪽의 새로운(아니 구태의연한?) 외도로 인해 그 가정이 매우 위태로운 지경에 빠져들고 있는 실상을 옆에서(이웃들이)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개척교회를 시작한 젊은 목회자와 어느 사창가 골목에서 잔뼈가 굵은 젊은 매춘부의 만남이란 상황 설정에서 독자는 이미 성()과 속()의 첨예한 대립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삶의 방향(양식)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났다고 하는 이유만으로 양자 간에 첨예한 대립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작가가 설정한 전도사 신분의 박요단이란 인물이 어떤 위인이냐에 따라 두 사람의 상호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적일 것이냐,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이냐가 결정될 것이다.

 

가령 박요단이 창녀 권미림을 단순히 가련한 여성정도로 보아 버리는 데서 그쳤다고 한다면 그들의 상호 관계가 그렇게 첨예하게 대립적이어야 할 이유가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그들의 관계)에서 우리가 어떤 대립적인 기운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은 상식적 의미에서의 대립 내지는 관념적 수준의 대립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관념적 수준의 대립이 아니라 실제에서의 첨예한 대립의 관계 그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들 사이의 상호 관계를 그렇게(첨예한 대립의 관계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주인공 박요단이 여주인공 권미림을 한 불쌍한 여인 정도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그녀를 반드시 그 악의 소굴에서 건져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와 집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데 그 근거가 있다고 보겠다. 박요단이 권미림을 그 죄악의 소굴에서 건져내고야 말겠다는 의지·집념을 보인 것은 그의 기독자(목회자)적 양심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신흥도시 계림으로 목회처를 마련하기 위해 찾아왔을 때 그곳에서 맨 먼저 만나게 된 이들이 두 여성이었다. 하나가 권미림이고 또 하나는 장귀녀란 소녀였다. 이들 중 후자는 작가의 다른 장편소설 <성역>의 한 주인공인 장귀동이란 남자와 마치 긴밀한 혈연관계라도 되는 것처럼 독자가 느끼지 않을 수 없는데, 이는 작품상으로 장귀동과 장귀녀가 둘 다 고아원 출신의 불행한 배역으로 등장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요단은 이들 두 여인들 중에서도 우연히 장귀녀와 먼저 만나게 되었다. 왜냐면 그녀는 버스터미널에서 외지인들을 숙박업소로 인도하는 안내인의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녀의 소개로 박요단은 마리아여관이란 데로 인도되었고, 거기서 다음 단계로 접대부 권미림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오로지 순진하기만 했던 목회자(전도사) 박요단은 여기서 세상이 과연 어떤 곳인지에 대하여 새로이 알아가게 된다. 즉 너무도 생생한 현장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 엄청나리만큼 생생한(적나라한) 현장 학습이 그의 목회철학을 180도로 변화시켜 놓은 것 같다./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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