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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퇴역 목회자의 이색적 현장 목회(3)-백도기의

임영천의 한국 기독교소설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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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3.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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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한용이)의 느닷없는 도전에 낌새(눈치)를 챈 형 한주가 동생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너 지금 무슨 헛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냐?”라고 구차하게 응수했는데,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여기서 동생 한용이가 아침밥을 얻어먹었다고 하는 어떤 여자란 바로 형 한주가 옛날 범했던 가정부 신분의 여자였다.

 

형 한주가 짜식들이 긍지도 없어. 함부로들 처신을 하고.”라고 말했을 때, ‘짜식이 아니라 짜식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문제의 막내 한필이만을 두고 한 말이 아니라, 바로 밑 동생 한용이까지 포함시켜서 한 말이었던 것이다. 즉 여자관계에 있어서라면 한용이 너도 꿀린 데가 있지 않느냐, 라는 의미였다고 보겠다. 그것은 한용이의 결혼 문제를 두고 한 말이었다. 그래서 약점을 건드림(지적) 당하게 된 한용이 반발의 의미로 형은 어쨌는데?” 하고 옛날의 그 가정부 얘기를 꺼내다 말았던 것이다.

 

한용이는 어느 술집 여자 하나를 건드렸었는데, 그녀와의 사이에 두 아이들을 배게 했지만 둘 다 낙태시켰었고, 뒤에 하나 더 배게 했다가 그 애를 지우기 위해 그녀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던 현장에서 그녀의 애원에 못 이겨 그 애를 낳게 허락해버렸으며,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뜻하지 않게 그녀와 결혼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니 형(한주)의 처지에서 보자면 짜식들이 긍지도 없이 함부로 처신을 한꼴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한용이가 두 번째 아이를 낙태케 하며 단순히 그녀를 육체적 향락의 도구로만 삼았을 시기까지는 확실히 그는 함부로 처신을 한편이었다고 보겠다. 그리고 그가 그녀와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 일은 실로 긍지도 없이처신한 일로 형에게 비쳐졌을 것임은 너무도 당연하였다. 만약 형 한주의 경우라면 이때 그는 응당 그녀를 차버렸을 것이다. 마치 전에 그가 가정부를 그렇게 대했듯이.

 

한주는 결코 네플류도프(<부활>의 주인공인 사내)는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용이는 종국(終局)에 가서 자신이 향락의 도구로만 삼으려던 비천한 신분의 여인을 자신의 정식 부인으로 맞아들임으로써 작은 네플류도프의 역할을 해 낸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에게서 작은 부활인 상을 보게 된다고 하겠다. 세 형제들 가운데서는 그래도 그가 가장 미래가 엿보이는 인물이라고 표현해 볼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이런 인물에게도 여자관계 외에, 고의적으로 아버지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해서 각종 방법으로 골탕을 먹이던 과거가 있었고, 그러한 행동이 방탕한 아버지에 대한 응분의 보복이라고 생각한 때가 있었지만, 뒤늦게 그가 깨달은 것은 그런 자신의 그 행위들 자체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자학행위에 다름 아니란 사실의 인식이었다.

 

그는 형으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형의 승용차를 몰래 몰고 나가 그것을 미끼로 돈을 얻어내려고까지 했었다. 그러나 그는 어떻게 돼서인지, 아마도 이 소설의 화자인 휴직 목사()와의 친분관계가 형성되고 난 뒤부터의 일인 것도 같지만, 점차로 인격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편이다. 그는 동생 한필이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도 형 한주보다는 훨씬 유연한 태도로 해결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갑자기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한필이가 낳을 애를 자기가 길러 보겠다고 결심한다든지, 형은 3만 원만 쥐어 보내는데 그 자신은 한 10만 원쯤 채워 입원 수술비에 충당케 하려 한다든지, 이처럼 인간다운 모습을 그래도 약간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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