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주님 만나기 두려운, 온전히 순결한 영혼① -김원일 중편소설
임영천의 한국 기독교소설 산책
김원일의 새로운 형식의 중편소설 <나는 두려워요>(2001)는 그 작품 전체가 한 문단만으로 되어 있다. 즉 한 행도 행갈이란 형식을 취하지 않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줄글로만 써내려간, 형식상으로 다소 갑갑하다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라고도 하겠다. (이후 이런 형식의 소설이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에도 나타나게 그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나 판단된다.)
전체 3장으로 되어 있는 중편소설 <나는 두려워요>의 제1장은 김원일이 그의 전작 <믿음의 충돌>(1994)에서도 보여준 일종의 여로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제2장, 제3장에 이르면 그런 형식이 굳이 고수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전3장의 규모 큰 이 중편소설이 1, 2, 3 각 장의 분량 안배에 있어서 일종의 용두사미식(두괄식) 배치를 하고 있음도 보인다.
다시 말하면 앞 장(제1장)이 분량 면에서 가장 많고, 가운데 제2장은 그 다음으로 많은 분량이며, 마지막 제3장은 그 분량이 가장 적게 배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는 작가 자신의 의도적 안배라고 생각된다. 주인공의 마지막 임종 장면의 어떤 스피디한 극적 효과를 거두기 위한 장치요 고안이라고 판단되는 것이다.
즉 주인공의 생명이 소진되어 가는 과정을 시간 개념을 개입시켜 실감 있게 표현해 보려는 노력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지금까지 말해온 어떤 형식적 특징보다도 더 그 내용 면에 독자들이 강력히 끌리게 되어 있는 작품이다. 그 내용이란 바로 기독교 정신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해 볼 수 있겠다. 앞서 우리가 살펴본 김 작가의 작품(‘믿음의 충돌’)과 비교해 본다면, 이 작품 <나는 두려워요>가 훨씬 더 기독교적인 세계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은 기독교 신도인 주인공 윤여은 선생이 생의 말년에 암 투병으로 인해 극심한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그녀의 그 고통이 예수의 십자가 고난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음이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 점은 다음과 같이 설명되고 있는 문장(본문) 가운데서 그 의미의 실마리가 다소 풀리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그 환상은 자신에게도 죽음의 때가 가까워진 탓인지 예수가 형장으로 끌려가는 장면이 자주 보였다.” 예수의 십자가 고난과 관련된 이런 환상의 장면이 아래와 같이 이어지고 있다.
“그 실재하지 않는 세계가 그녀에게는 마치 목격자로서 경험한 듯 생생하게 재현되었다. 예수가 십자가를 메고 성문을 향해 골목길을 빠져 나갔다. 다른 죄수 둘과 함께 걷는 예수가 무거운 십자가 형틀을 메고 가느라 탈진이 되어 허덕거리자 병사는 호통을 치며 채찍으로 매질을 했다. 예수는 허기와 피로에 지쳐 몇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연방 무릎을 꿇었다.”
이런 예수의 고난의 모습이 독자들에게는 윤여은 선생의 나날의 격심한 고통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나타난다. 어떻든 이렇게 오버랩 되어 나타나는 두 고난(고통)의 장면들이 우리 독자들에게 주는 인상은, 윤 선생이 그래도 참 기독교 신도였던가 보다고 하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예수를 따르는 그의 제자라면 예수의 고난에 맞먹는 그런 고난의 삶을 살지 않을 수 없다고 하는 어떤 당위성에의 인식과, 실제로 윤 선생의 고통의 삶이 사실은 예수의 고난의 삶의 한 상징적 모습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다시 말해, 윤 선생의 고통의 나날이 예수의 고난의 삶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예수의 고난의 삶을 본받아 살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녀가 오늘과 같은 고통의 삶을 살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