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의 계간지였던 ‘계절문학’ 2009년 겨울호에 발표된바 있는 김광한 작가의 단편소설 <마지막 고해성사>에 대하여 이하에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이 작품은 기독교소설이며, 좀 더 좁혀 표현해 보자면 제목이 우리에게 암시하듯 가톨릭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여기서 가톨릭을 특히 강조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으므로 넓은 의미의 기독교소설이란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보기로 하련다.
먼저 작가 김광한(1944~ )이 그때를 전후해 연이은 기독교소설들을 써내어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한국문인협회의 기관지 ‘월간문학’ 2008년 8월호에 단편소설 <모두 함께 사랑의 춤을>, 그리고 계간 ‘농민문학’ 2008년 여름호에 단편소설 <개 같은 사람들의 천국> 등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상당한 호응을 얻어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어서, 예의 그 <마지막 고해성사>를 내놓고서 그는 독자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셈이었다. 이 단편소설에 대하여 필자는 비교적 성공적인 기독교소설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 작품은 앞서 발표하였던 두 작품들에 비하여 결코 손색이 없는 작품, 아니 더 발전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다소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가 줄곧 내세우고 있는 기독교적 인물 ‘프란체스코’의 출현이 항상 비현실적인 실체라고 지적해볼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작가의 작품에 관한 한, 그 장치가 빠져버린다면 그의 소설세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무너져버릴 것이므로 그 점을 불가불 용인한다고 할 때, 나머지 문제에 있어서는 별 흠(지적 사항) 없이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적어도 안정권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조 노인(조 대인)의 고뇌와 번민이 비교적 살아 있으며, 동시에 그의 생애 마지막이 심리적(종교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정황을 설명(서술)하고 있는 대문도 아주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74년 동안 현세에서 부귀를 누리다가 운명한 천주교 신자 조 노인의 후년(말기)의 삶을 다룬 서사 작품이다. 그가 현세에서 부귀를 누린 것은 생의 중반기까지인 것 같고, 후반기부터서는 ‘어머니(생모)가 각기 다른’ 세 명의 자식들의 등쌀에 못 이겨 많은 재산을 미리 ‘유산상속’ 해주고 말아, 그의 말년은 실제로 비참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그런 내막을 교묘히 숨기고 사는 데에도 달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말년에 성당의 성도들 앞에서는 자선사업을 잘한 사람, 고아원이나 양로원 같은 곳에 기부금을 꽤나 잘 낸 사람… 등으로 알려졌었고, 특히 성당의 신부들에게는 그가 상당히 훌륭한 평신도 신자로 인식되어 있었으니 그의 삶의 기술(?) 또한 대단했던 것 같다. 그러나 마지막에 그 앞에 나타난 어느 기이한 인상을 지닌 인물의 날카로운 지적으로 인해 조 노인이 행한 자선행위가 평생이 아닌, 그의 말년의 10년 정도(안팎)에 불과했음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가 살아생전 1백억이 넘는 막대한 재산을 축재할 수 있었던 비법이 어디에 있었을까. 그것은 그의 선친의 유산을 물려받은 때문이었다. 그의 선친은 일제 강점기에 어느 돈 많은 일본인의 포도밭을 마름의 신분으로 돌보았는데, 8·15 광복이 되면서 쫓겨 가게 된 일본인이 그 재산을 선친에게 ‘관리위임’했었지만, 후에 그 재산이 적산(敵産)으로 지목되자 아예 선친 것으로 돼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선친이 그 적산을 물려받은 1년 뒤 죽고 말아, 결국 아들 조 노인(실제 ‘조 청년’)이 21세에 일약 대부호가 돼버렸던 것이다. /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