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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12.0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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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옥합.jpg

 

작년에 막내가 곤충을 좋아한다는 걸 들으시고 집 근처에 사시는 권사님께서 4마리의 호랑나비 애벌레를 가져다 주셨다. 베란다에 놔둔 레몬나무에 호랑나비가 알을 낳고 갔다고 했다. 처음 호랑나비 애벌레가 우리 집에 오고나서, 아무 생각없이 애벌레는 당연히 배추잎을 먹고 살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양배추잎을 넣어두었다.

그런데 다음날 양배추잎은 하나도 줄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보니, 호랑나비애벌레가 먹는 잎이 정해져있다는 걸 알았다. 호랑나비애벌레는 귤나무나 레몬나무, 산초나무, 운향과 나뭇잎을 먹이식물로 삼는다는 것이다.

다행히 집 근처 야채가게 할아버지집에는 귤나무가 있었다. 야채를 사러갈 때마다 몇 번 귤나무 잎을 얻어왔다. 감사하게 애벌레들은 잘 먹고, 잘 자랐다. 3마리가 나비가 되었고, 아이는 좋은 짝을 만나라면서 기분 좋게 날려주었다. 한 마리가 남았는데, 귤나무 잎을 매번 얻으러 가는 것도 죄송스러운 마음에, 이 애벌레에게 생명의 은인이 되어 주자라는 생각이 들어 귤나무를 하나 사주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역에서 집에 오는 길에 역 근처 꽃 집에 들렀다. 자그마한 귤나무를 생각하며 들어갔는데, 귤나무는 없고, 레몬나무가 있었다. 레몬을 4개나 달고 서 있는 그 나무에는 4,500엔이라는 가격이 붙어있었다. 나는 비싼 가격에 멈칫했다. 하지만, 이미 날이 저물어, 고민할 여유가 없었고, 덜컥 내 손에는 레몬 나무가 들려있었다.

애벌레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무럭무럭 자라주었고, 나무의 가운데, 볕이 잘 드는 곳에 멋지게 번데기 자리를 잡았다. 어찌나 번데기 모양이 우아하고 아름다운지 볼 때마다 감탄하며, 나비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 날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있었는데, 막내가 먼저 발견했다. 조금씩 날개가 제 모습을 갖추어갔다. 나무를 베란다로 옮겨두었다. 오후가 되면 날아가겠지 싶었는데, 캄캄한 밤이 되었는데도 나비는 그 자리에 있었다. 다음 날 보니 나비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대로 죽어있는 것 같았다. 날개가 펼쳐지지 않고, 무언가 날개 사이에 끈적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한 생명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며, 열심히 키웠는데, 하루도 살지 못하고 죽은 나비를 보면서, 슬프기보다는 허무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애벌레의 입장에서보면, 사람의 감시를 받으며, 불편한 상황이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훌륭하게 번데기로 자라고, 또 그 껍질을 뚫고, 우화해 냈다. 그 과정이 위대하지 않는가.

애벌레가 된 나비를 돌아보며 일본선교에 대한 마음을 품고, 가족과 함께 발을 떼던 순간이 떠올랐다. 긴박한 코로나의 시작점에서 모든 것은 우리의 기대와 다르게 멈추어지면서, 그어지던 펜이 멈추며 잉크자국만 짙어지는 것 같았다. 결국엔 종이만 낭비하는 헛된 자국을 남기는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힘차게 날갯짓을 해 날아올라야 한다고 스스로를 밀어올렸지만, 모든 것은 멈춤과 같았다. 그 긴 기다림이 실패같기도 하고, 절망의 터널같기도 했다. 아직까지 그 시간들의 상채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돌아보면, 가족끼리 단단해지고, 주님의 때를 기다리게 하는 시간이었다. 모든 것을 던지고 건너온 선교의 삶이 하루만 살다간 나비처럼 보였지만, 선교를 위한 첫 발은 의미없지 않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유 하늘/ 일본선교사·동경지구촌교회 교육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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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옥합] 호랑나비 애벌레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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