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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03.0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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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대홍 목사

 

고난을 주제로 한국 역사와 자신의 일생을 성찰한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는 이러한 관점이 잘 드러나 있는 역사서이다. 그는 고난이야말로 한국이 쓰는 가시면류관이라고 설명하며, 구약의 히브리 민족사와 우리 역사를 연결지어 이해했다. 이집트에서의 노예 생활, 수많은 외침을 받은 사사기 시대, 남과 북으로 나라가 나뉘고 결국 강대국 바벨론에 의해 멸망 당한 고난의 역사가 우리 민족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함석헌은 1901년 평안도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를 오롯이 겪었다.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살면서 당한 설움과 고통은 개인 만의 것이 아니었다. 고난은 그 시대를 함께 산 모든 한국 사람들의 공통 분모였다.

그 시기에 나온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조선인들을 위로했다. 고난에는 뜻이 있다고, 그저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말이다. 그는 조선을 세계의 평화를 위해 하나님이 특별히 준비한 하수구로 보았다. 하수구가 있어야 일상의 삶이 청결해지듯, 우리가 강력하고 혼탁한 폭력을 받아내는 하수구가 됨으로서 이웃 민족들의 평안을 가져다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인들이여 이 하수구(조선)에 감사하라. 그대들로 하여금 즐거움의 궁전에 놀게 하는 것은 이 하수가 아닌가? 그대의 자녀를 특별한 운명에서 난 것처럼 자존심 속에 기르게 하는 것이 이 하수가 아닌가? 그대의 눈에 보기 싫은 것은 언제나 달게 받아 치워주는 것이 이 하수구 아닌가? 그리고 그대들의 그 살찐 육체와 그 문명한 머리를 길러주는 곡식과 채소를 만들어내는 것까지 또한 이 하수가 아닌가? , 너 위대한 세계사의 하수구여!”- <뜻으로 본 한국역사> 에서.

 

이러한 함석헌의 생각은 책 제목이 이야기하듯이 성서의 관점으로부터 온 것이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이사야 53:5). ‘예수 그리스도로 본 신약시대 신앙인들은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통해 온 인류에게 자유와 구원이 주어졌다고 선언한다. 함석헌은 이러한 예수가 하수구의 역할을 오롯이 감당했다고 보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되새기는 사순절, 그 끝에 고난주간이 있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한 유대 종교는 하나님의 뜻을 온당히 받들지 못했고, 그 결과 수많은 죄인들을 양산하기에 이르렀다. 로마 식민통치 시기. 안 그래도 팍팍한 삶에 종교마저 자유가 아닌 무거운 짐이 되어 백성들의 삶이 도탄에 빠졌을 때, 예수는 그들의 고난을 함께 짊어졌다. 유대 종교지도자들의 고발과 로마 법정에서의 사형판결, 예수는 뭇 백성들의 하수구가 되어 그들의 고난을 대신 짊어졌다. 예수의 제자들도, 제자들이 세운 교회 공동체도 그 길을 걸었다. 이제 바통은 우리들에게 넘겨졌다. 오늘날 한국교회도 세상의 온갖 더럽고 추한 죄를 짊어지는 하수구가 되기를, 그래서 그리스도처럼, 뼈를 꺾은 고난을 지낸 후 부활하신 것처럼,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서로교회 목사, 서로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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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론] 교회, 하수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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