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선거와 한국기독교 3
대선을 준비하는 그리스도인의 바른 자세
배덕만 교수
그리스도인은 현실에 대한 날카롭고 예언자적인 태도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
이 글을 마치며 이상에서 선거의 역사를 간략히 살피면서, 각 선거에서 개신교가 참여ㆍ대응했던 방식도 함께 검토했다. 이제. 이런 역사와 제언을 토대로 곧 총선을 앞둔 개신교인들을 향해 몆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이번 선거을 통해, 개신교는 특정 이념 및 정당과 자신을 배타적으로 동일시 해왔던 오랜 관행을 청산해야 한다. 분단과 냉전을 배경으로 남한에서 재구성된 개신교는 ‘반공, 친미, 친자본’의 전위대로 맹활약을 해왔다. 덕택에, 특정 권력층이 부여한 특혜와 특권을 누리면서 오랫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특권적 지위를 획득ㆍ유지하기 위해, 개신교는 복음을 타협하고 예언자적 책임도 회피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황금기는 막을 내렸다. 따라서 특혜와 특권을 부여했던 특정 정권 및 이념과의 밀월관계도 청산하고 철저하게 “백의종군”해야 한다. 그래야 "빛과 소금"으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착오적 극우세력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둘째, 당분간 광장에서 함성을 멈추고, 골방에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분명히, 개신교가 한국의 문화를 선도하고, 정치와 경제를 이끌었던 때가 있었다. 수와 양은 여전히 소박했지만, 사회적ㆍ문화적 영향력은 비범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해방 이후 개신교는 몸집이 급속도로 거대해지고 힘도 막강해졌다. 장로 대통령을 만들어 내고 법안을 폐기시킬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전성기가 막을 내리자, 광장에 모여 폭언과 망언의 말잔치를 벌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광장에 빈번히 다수가 모여 막말을 쏟아낼수록, 사회의 반응은 싸늘해지고 혐오감은 급상승했다. 동시에, 개신교 내부의 모순과 오류가 만인의 상식이 되면서 어느 새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분명히, 개신교가 담대히 광장으로 나가야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광야와 골방으로 물러날 때가 아닐까? 분명히 세상이 듣도록 함성을 외쳐야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침묵하며 자신을 성찰해야 할 시간이 아닐까?
셋째, 이익집단의 한계를 넘어 보편적ㆍ공적 종교로 성숙해야 한다. 그동안 선거에서 개신교가 보여준 모습은 과거에 향유하던 특권을 유지 혹은 회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정치 집단과 다르지 않았다. 이것이 선거의 존재 이유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그 순간 개신교는 자신이 또 하나의 이익집단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기적 욕망으로 끊임없이 분열하고 갈등하는 세상에서 보편적 가치와 공적 진리를 전파하여 상생과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고등종교의 본질이고 사명이다.
그런 숭고한 책임과 역할을 포기하는 종교는 단지 미신과 사이비일 뿐이다. 따라서 개신교가 이기적 욕망에 집착하여, 보편적ㆍ공적 가치를 외면할수록 한국사회에서의 입지는 빠르게 축소될 것이다. 반면, 타자를 존중하고 공동체적 이상에 충실할수록, 자신의 이기적 욕망을 용기 있게 내려놓을수록, 한국사회는 개신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이번 선거가 개신교에게 성숙과 변화의 기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