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3-14(금)

[신학] 공공신학이란 무엇인가 - 3

공공신학은 내용 아닌 전달 방식에 더 관심가져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24.04.22 11:22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최경환 .jpg

최경환 박사


교회는 민주 시민의 정신을 배양할 수 있는 모판이다 

 

공공신학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다국적 기업을 옹호하는 보수적인 신학부터 전통적인 해방신학의 의제를 더욱 급진적으로 확장시키는 신학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세계화에 대한 의견도 저마다 다르고, 정치 참여에 대한 의견도 모두 다르다. 공공신학이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공론장의 성격에 대해서도 저마다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정체를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는 것이 공공신학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공공신학은 각 지역의 중요한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가지고 신학으로 대답하는 방식, 즉 귀납적으로 혹은 아래로부터 신학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신학을 한다고 하면 먼저 현실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공신학은 학제 간 연구이고, 다양한 학문과의 교류를 통해 신학을 재구성한다. 사회학, 정치학, 행정학, 철학, 문화연구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공공신학이 이런 학문의 도움을 받아 한국사회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도 갱신되지 않을까 한다.

 

이런 점에서 공공신학은 어쩌면 신학의 내용이 아닌 그것의 전달 방식 혹은 태도에 대해서 더 깊은 관심을 갖는다. 무엇을 선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이냐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고 볼 수 있다. 복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독선적이거나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 진리에 대한 확신을 얼마든지 온유하고 겸손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은 사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의 핵심을 차지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념을 자신 있게 그러면서도 온유하게 전하는 것과 타자의 신념을 존중하고 그들을 포용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의 중요한 정체성이다. 심지어 세속 사회와 문화가 기독교에서 보기에 틀렸거나 악하다고 확신할 때조차도 이런 정체성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들은 얼마든지 온화하고도 부드러운 방식으로 자신의 신념을 시민사회에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참된 정체성을 보여주는 표지이다.

 

현대사회에서 시민은 누구든지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자유롭게 광장에서 말하고 표현할 수 있다. 종교 단체 역시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치적인 의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소통가능성과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보편성의 획득이다. 만약 광화문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보수 기독교의 집회가 시민사회의 합리성과 보편성을 통과한다면 의미 있는 모임으로 확장될 수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것이다.

 

파커 팔머(사회운동가)는 교회야말로 민주 시민의 정신을 배양할 수 있는 모판이라고 했다. 교회에서는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예배를 드리고, 정치적, 지리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함께 성만찬에 참여한다.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의 습관을 키울 수 있는 곳이 바로 교회라는 것이다. 만약 교회에서 진정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배우고 실천하고 나눌 수 있다면, 교회는 세상의 희망이 될 것이다.

 

/ 신학박사,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공동대표

전체댓글 0

  • 52606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신학] 공공신학이란 무엇인가 - 3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