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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04.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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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지교수

 

고대 근동에서 창조라는 개념이 우리의 현대적 개념과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조직신학적 접근에 익숙한 우리에게 하나님의 창조는 로부터 어떠한 존재가 생겨난 사건으로 이해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개념을 부정할 의도는 없지만, 적어도 고대 근동의 창조 개념에서는 어떤 물질의 존재 여부가 큰 관심거리는 아니었다.

고대근동의 창조에서 무엇보다 중요했던 점은 창조된 존재에게 부여된 역할기능이었다. 예를 들어, 창세기 12절에 기록된 공허는 반드시 거기에 있어야만 하는 가치와 목적, 진실, 유익, 온전함이라는 개념이 결여된 상황이었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빛이 있으라고 하심으로써 나타난 결과는 빛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점보다는 그 빛이 제 기능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데에 있었다.

 

흔히들 하나님께서 으로 사람을 빚으셨다고 하지만 땅에서 취한 먼지, 티끌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2:7). 이 재료는 고대 근동에서 알려진 신의 눈물(코핀 텍스트), 신의 살(아트라하시스), 신의 피(에누마 엘리쉬)와 같은 신성한 재료에 비해 턱없이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재료이다. 더 나아가 흙과 달리 티끌은 빚으려 해도 빚을 수조차 없는 형편 없는 재료에 불과할 뿐이다. 고대 근동 배경에서 읽는 창세기 1-2장의 창조 이야기는 올바른 창조 신앙을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역할과 기능을 잘 감당하는 것이다. 시편 기자는 하나님께서 지으신 해와 달과 별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얼마나 성실하게 잘 담당하고 있는지 묘사한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으며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씀이 세상 끝까지 이르도다” (19:1-4).

이에 반해 하나님의 최초 대리자였던 아담과 하와는 자신들의 불순종과 거짓말(3:1-13)로 인해 땅이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게 했다(3:18). 또한 그들의 자녀들 사이에 시기와 살인(4:3-10)이 있었으며, 가인의 자손 라멕은 자신의 잔인함과 포악(4:19-24)을 자랑으로 삼을 정도였다.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역할은 커녕 이스라엘은 자신의 계속된 죄로 인해 이방 땅으로 끌려간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이사야를 통해 그들이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 선포되었다.

 

하늘을 창조하여 펴시고 땅과 그 소산을 내시며 땅 위의 백성에게 호흡을 주시며 땅에 행하는 자에게 영을 주시는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나 여호와가 의로 너를 불렀은즉 내가 네 손을 잡아 너를 보호하며 너를 세워 백성의 언약과 이방의 빛이 되게 하리니 네가 눈먼 자들의 눈을 밝히며 갇힌 자를 감옥에서 이끌어 내며 흑암에 앉은 자를 감방에서 나오게 하리라” (42:5-7). 하나님께서는 먼지, 티끌과 같은 우리를 빚어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하셨다. 고대 근동의 배경 속에서 읽는 창조 기사는 우리로 하여금 더 적극적인 창조 신앙을 가지게 한다. 보잘 것 없는 우리를 하나님의 대리자, 하나님의 형상으로살아가게 하신 놀라운 은혜를 성도여,찬양하세

 / 서울한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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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창조 이야기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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