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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06.2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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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과 투사들에게 보내는 헌사(1)

-박요한의 <불타는 땅>

박요한 작가의 <불타는 땅>(1990)이란 장편소설이 있다. 기독교 역사소설 형식의 이 작품은 <인자의 땅>(1987)에 이은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그는 목사 신분에 어울리게도 첫 번째 장편에 이어, 이 두 번째 장편에서도 기독교 세계와 관련된 소재를 그의 작품 속에 끌어들이고 있다. 단 전작이 현실 가운데서 기독교적 소재를 찾아본 것이었다 한다면, 후작은 과거의 역사 속에서 그것을 취했다고 하는 점이 서로 다른 점이라 하겠다. 여기서 과거의 역사란 주후 1세기, 특히 예수 시대 또는 신약성서 시대를 가리킨다.

 예수 시대, 특히 그(예수)의 처형 시기가 정점을 이루게 되는 시대적 배경을 작품화한 소설들로는 외국의 경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과 게르트 타이센의 <갈릴래아 사람의 그림자> 등이 있고, 국내의 경우에는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와 백도기의 <가룟 유다에 대한 증언> 등이 있는데, 여기에 박요한의 <불타는 땅> 한 편이 더 보태어지게 된 셈이다.

 소설 <불타는 땅>은 그 작품의 전반적 분위기가 다분히 <사반의 십자가>와 흡사한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을, <사반의 십자가> 식 명명을 본떠서 <에벳의 십자가>로 별칭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바 있다. [에벳은 이 작품 속의 주요 등장인물로, 화자역을 맡은 인물이다.]

 어느 평론가가 <사반의 십자가>를 가리켜 소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로망스에 더 가깝다고 지적한 일이 있었지만, <불타는 땅>도 역시 로망스에 가깝다는 평을 내릴 수 있다는 관점에서 두 작품은 서로 닮은 데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 예시한 작품들 가운데서 <사반의 십자가>와 <불타는 땅>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 중에서는 로망스에 속하리라 보이는 작품은 있지 않은데, 그 작품들에 비하여 <사반의 십자가>나 <불타는 땅>이 그 진지성이나 심각미가 덜한 것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그 작품들의 로망스적 성격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두 작품들 간의 유사성은 등장인물들의 설정에 있어서도 드러나는 편인데, 곧 복음서에 나타나는 예수 처형 시의 좌우 두 도적들이 그 작품들 가운데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즉 <사반의 십자가>에서는 좌도가 사반으로서 그 작품의 주인공이며, 우도는 ‘이름 모를 도둑’또는 ‘낯선 도둑’으로 사반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역할을 담당할 뿐이지만, <불타는 땅>의 경우에는 좌도에 아각, 우도엔 에벳이 설정되어 이 둘은 서로 경중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난형난제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반에 맞먹을 만한 인물은 이 둘 중에서는 역시 아각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사반은 혈맹단장이고, 아각은 젤롯당 참모부장인데, 이 둘은 무용이 뛰어난데다 특히 전투 중에 왼쪽 눈을 다쳐 애꾸눈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똑같다고 하겠다. 성서에서 보듯이, 이 둘은 마지막에 예수를 불신하고 저주하는 일(악행)을 자행하는 것이다.

<사반의 십자가>에서 단순히 낯선 도둑(이름 모를 도둑)으로 나오는 우도는 <불타는 땅>에서는 에벳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다. 역시 성서에서 볼 수 있듯이, 마지막에 예수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구원 얻게 되는 역을 맡고 있다. 그러나 <사반의 십자가>의 경우와는 달리, <불타는 땅>에서의 에벳은 이 작품의 화자(내레이터)이자 주인공의 역을 맡고 있다. 이 점이 두 작품의 인물설정 면에 나타난 현저한 차이점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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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산책]민중과 투사들에게 보내는 헌사(1) -박요한의 '불타는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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