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구심력을 강하게
지형은
‘내연이외연(內燃以外延)’, 한국 교회사학의 거목 민경배 교수의 교회사 해석 방법론이다. 내연(內燃), 곧 안에서 불타오른다는 뜻이다. 외연(外延), 곧 밖의 것을 안으로 끌어 들인다 또는 밖의 것을 포괄하면서 확장된다는 뜻이다. 내연이 토대가 되어야 외연이 가능해진다. 기독교 신앙에서 자기 정체성이 확실해지고 이를 향한 헌신이 깊어져서 안에서 신앙이 불타올라야 밖을 향한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기독교 신앙이 확산된다.
조금만 생각해도 단순하면서 명확한 논리다. 기독교 역사에서 사회 역사적 현상으로 교회가 탄생한 맥락이 이 논리에 정확하게 맞물린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은 같은 사람 누가가 기록한 전편과 후편이다. 누가복음의 마지막 장 24장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승천하시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아직은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성령의 강림을 기다리라고 하신다. 사도행전으로 이야기가 흐른다. 사도행전 1장에서 전편의 마지막 장면이 반복되고 2장에서는 드디어 성령이 강림하신다.
성령의 강림으로써 제자들과 초기 성도들 120명의 마음과 영혼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이 바로 하나님께서 보내신 인류의 구세주 그리스도라는 신앙의 정체성이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불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지점과 시점에서 신앙의 공동체인 교회가 사회적 집단으로 탄생했다. 이렇게 시작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가 사람이 되신 하나님이며,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믿는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이로써 세상이 변한다고 외쳤다. 아주 정확하게 내연(內燃)으로써 외연(外延)이 작동한 것이었다. 교회는 그 태생부터 이런 구조를 갖고 있다. 신앙적 정체성이 확고해져야 사회적 영향력이 작동한다.
구심력이 전제돼 원심력을 말할 수 있다. 이천 년 전에 발생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이 교회의 구심력에서 심장이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십자가 사건에서 인류와 피조 세계를 구원하는 계시를 보이고 완성하셨다. 이 사건은 ‘종말론적’이다. 이천 년 전에 이미 완성된 사건이면서 그 이후 오늘날까지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현재진행형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다. 누구든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고 자기 삶과 존재의 주인으로 모시면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 이렇게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은 십자가 사건의 가치에 자기 삶을 던진다. 성령님이 이 사람과 동행하며 일하신다.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이다.
2024년 여름 사역이 코앞이다. 코로나19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후 두 번째 여름이다. 작년 여름에는 코로나19와 연관된 위험성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올해는 코로나 이후에 맞는 본격적인 첫 여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 교회를 다시 세워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교세의 회복이 과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예배당에 나오는 교인의 숫자와 교회 재정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과제가 이보다 더 중요하다.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을 다시금 회복하는 구심력 말이다. 구심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원심력이 발동하지 않는다. 십자가 사건에 근거한 구심력 없이 작동하는 원심력이 있기도 하다. 모조품이다. 나중에는 결국 교회를 더 크게 망가지게 한다.
올해 여름에 어린이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의 신앙 교육에서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이 절실하다. 큰 틀은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인류와 세계의 구원을 위해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주신 유일하고 완결된 계시, 66권 성경 말이다. 방법은 ‘말씀묵상’, 곧 말씀을 묵상하여 삶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기성 증경총회장·성락성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