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주기도문의 ‘용서’에 대한 오리게네스의 해석
누가복음의 주기도문 ‘용서’ 관련 비유
문우일교수
예수께서‘시몬’이라는 바리새인의 초대를 받아 그 집을 방문하셨다. 그 소식을 들은 한 여자 죄인은 그곳에 와서 예수의발을 눈물로 적시고, 머리털로 씻고, 입 맞추고, 올리브 향유을 부었다. 이를 본 바리새인은 마음속으로 ‘예수님은 저 여자가 죄인인 것을 모르니 선지자가 아니다’ 하고 생각했다(눅7:36-39). 그러자 예수께서 시몬에게 “내가 네게 할 말이 있다”고 하며 비유를 들려주신다.
“빚 주는 사람(채권자)에게 빚진 자(채무자)가 둘이 있어 하나는 오백 데나리온을 빚졌고하나는 오십 데나리온을 빚졌는데, 갚을 것이 없으므로 둘 다 탕감하여 주었으니 둘 중에 누가 저를 더 사랑하겠느냐?”(눅7:40-42). 시몬은 “많이 탕감받은 자입니다” 하고 대답한다(눅7:43a). 예수께서 옳다고 하시고, 여자를 보시며 시몬에게 말씀하신다.
“이 여자를 보느냐? 내가 네 집에 들어올 때 너는 내게 발 씻을 물을 주지 않았으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털로 씻었다. 너는 내게 입 맞추지 않았으나, 이 여자는 내가 들어올 때부터 내 발에 입 맞추기를 멈추지 않았다. 너는 내 머리에 올리브 향유도 붓지 않았으나, 이 여자는 향유를 내 발에 부었다. 내가 네게 말하노니 그녀의 많은 죄들이 용서(탕감된) 까닭은 그녀가 많이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받은 자는 적게 사랑한다”(7:43b-47).
그리고 예수께서는 여자에게, “네 죄들이 용서되었다”고 선포하셨다.(7:48). 이에 동석한 사람들은 생각한다. ‘저가 누구기에 죄들까지 용서하는가’(7:49).예수께서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7:50).
여기서 바리새인 시몬은 50데나리온 빚진 자(채무자)에 해당하고, 죄인 여자는 500데나리온 빚진 자에 해당한다. 이 사화는 같은 화폐 단위(데나리온)로 대조시키고, 50:500이라는 비교적 적은 차이를 대조시키므로, 마태복음 비유(10,000달란트:100데나리온)와 차이를 보인다. 마태복음이 인간 차원의 채무와 인간 및 하나님 차원의 채무를 대조시켰다면, 누가복음은 인간들 차원의 채무들을 비교한 것 같다.
또한 마태복음은 채권자에게 용서하기를 촉구하는 것을 강조하지만, 누가복음의 강조점은 용서받기 위한 채무자의 태도에 있는 것 같다. 즉, 죄(빚)가 적다고 쉽게 용서(탕감)받지 못하고, 죄(빚)가 크다고 용서(탕감)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누가복음의 예수께서는 크게 죄지었더라도 저 여자처럼 눈물로 회개하고 사랑을 실천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이 또한 값싼 용서와는 거리가 있다.
오리게네스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주기도문 용서 본문을 언급하며,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는 로마서 13장 8절 말씀을 소환한다. 아울러 조세, 관세 등을 철저하게 낼뿐 아니라, 두렵고 존경할 만한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존경하며, 몸과 마음으로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것들을 지키라고 당부한다.
즉, 오리게네스에게 ‘빚’이란 세금과 관세, 지불해야 할 모든 값, 유형·무형의 의무와 책임, 하나님의 계명, 형제들과 부모들과 자식들에 대한 의무, 시민의 의무, 쾌락으로 몸을 소진하지 않을 의무, 혼을 예리하고 분별 있게 유지할 의무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것이다.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을수록 빚이 늘어난다고 생각했다.
/ 기독인문학연구원, 성결대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