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옹호 한국연맹서 인권심포지엄
피고소인의 부당한 인권침해 방지를 모색
고소남용, 인권 침해와 수사기관의 피로도가 증가
선별입건제를 고소남용에 절차적 통제방안으로 제안
국제인권옹호 한국연맹(회장=김종량박사)과 한양대학교(총장=이정기박사)는 지난달 31일 「고소 남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적법한 고소권을 보장하면서 피고소인의 부당한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일을 모색했다.
김종량회장은 “국제인권옹호 한국연맹은 1948년 12월 10일에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의 숭고한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1953년 10월 24일에 창립됐다. 세계인권선언은 인류 구성원 모두가 존엄하고 양도할 수 없는 동등한 인권을 가진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면서, “오늘 심포지엄 주제와 관련해 세계인권선언 제8조에서는 ‘모든 사람은 헌법 또는 법률이 부여한 기본적 권지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권한있는 국내법정에서 실효성있는 구제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러면서 기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는 공정한 사법절차에 따라 효과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도록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대검찰청이 올해 2월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고소사건 접수 건수는 약 39만 건이다 이 중 기소율은 24.8%에 불과했다”면서, “무분별한 고소는 피고소인의 부당한 인권 침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충분한 범죄협의가 인정되지 않는 사건에 수사력을 낭비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러므로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적법한 고소권은 충실히 보장하면서도 과도한 고소권의 남용으로 인한 피고소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효과적인 정책적, 제도적 대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소남용이 범죄통계에 준 영향 소개
「고소 제도의 운용 실태 분석」이란 제목으로 발제한 이동희교수(경찰대)는 “최근 고소사건의 접수 및 처리에 있어서 고소사건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그 배경에는 고소사건의 반려 없는 전건 접수가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면서, “고소사건의 경우 수사가 종결된 후 기소되는 비율은 20% 미만의 수준을 보여왔고, 최근에도 이러한 낮은 기소율과 높은 불기소율은 실질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또한 “고소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범죄의 유형으로는 1순위로서 재산범죄가 꼽혔고, 세부적으로 사기죄가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고소사건 접수, 처리 건수의 증가 문제는 고소남발로 인한 인권침해나 수사력의 낭비 등의 문제를 초래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일국의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지표의 하나는 범죄로부터 안전하고 치안수준이 높은 국가라는 기준이다”면서, “고소사건의 접수 건수의 증가는 피상적으로는 범죄의 입건 및 발생 건수의 증가로 이어지게 되며, 결국 통계적으로 대한민국의 범죄발생율을 높이는 원인으로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는 국가 간 범죄발생율의 비교에 있어서 왜 정밀하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근거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런 측면에서 보면, 대부분 불기소로 종결되는 고소사건을 범죄 발생 건수에 포함시켜 산정하케 하는 것은 정책적인 고려가 부족 한 것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범죄통계에도 반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형사사법기관 종사자 보호제도 제시
「고소 남용의 원인과 문제점」이란 제목으로 발제한 김정연교수(이화여대)는 “수사단계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피고소인의 인권침해 문제이다. 고소사건은 일반 형사사건에 비하여 불기소율이 높다. 그만큼 억울하게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고소사건의 기소율은 평균 20% 미만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이러한 수치는 전체 형사사건 처리현황과 비교하였을 때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즉 전체 형사사건의 기소율이 61.3%인데 비하여, 고소사건의 기소율은 18.0%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가 접수되면 혐의유무를 불문하고 피고소인은 피의자로 취급되어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게 된다. 이처럼 고소남용의 문제는 피고소인의 인권침해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고소사건을 담당하는 형사사법전문가들이 제시한 가장 큰 심리적 고충은 바로 감정소진 문제이다. 감정소진은 직업상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업무에 대한 열정과 동력을 상실한 상태를 의미한다. 민원인은 고소사건 접수 및 수사단계에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진행된다고 생각되면, 고성 및 욕설로써 분노감을 표출한다고 했다”면서, “수사담당자가 그들의 감정까지 받아 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기관 내에서도 고소사건 담당부서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처리해야할 사건이 많아 격무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그보다 민원인들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타 부서에 비해 경제적·인사 상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라고 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고소는 피해에 대해 수사기관에 처벌을 요구할 수 있는 의사표시 기능만 있으면 된다. 민원인들이 고소라는 제도, 그리고 그로인해 얻게 되는 권리를 이용하여 형사사법기관 종사자에게 이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심각한 고소남용현상이라고 생각된다”면서, “경찰 및 검찰에서는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수사담당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단계서 조정 절차 법제화 필요
「고소 남용의 방지 방안」이란 제목으로 발제 장승혁교수(한양대)는 “고소의 남용에 대한 절차적 통제방안으로 선별 입건제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 고소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고소이어야 하므로 범죄 혐의가 명확하지 아니한 사안에서 고소인의 범죄 피해에 관한 주장만으로 피고소인을 반드시 입건해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입건에 앞서 고소한 사실관계 등의 확인을 위한 입건 건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형사조정은 검찰 단계에서만 시행 되고 있는데 절차의 초기 단계에서 대화를 통하여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피해 회복에 효과적이므로 경찰 단계의 형사조정절차를 법제화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정통망법위반(명예훼손), 모욕, 경미한 저작권법위반의 고소사건에서는 민사상 손해배상금의 합의가 고소인의 주된 목적이므로 필수적으로 경찰 단계의 조정위원회나 외부의 전문 조정기관의 조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고소의 남용에 대한 사후적 통제방안으로는 고의 또는 중과실의 고소인에 대한 불기소사건의 절차비용 부담과 무고죄의 처벌 강화를 들 수 있다. 고의 또는 중과 실의 고소인은 불기소로 종결된 사건의 개시와 진행에 대하여 주된 책임을 져야 하므로 그 절차에서 발생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신중한 고소를 유도하는 데에는 무분별하고 남용적인 고소에 대하여 무고죄라는 확실한 형사책임의 추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교수는 “사실 고소의 남용은 우리 법체계의 구조적인 사유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증거수집이 어렵고 절차가 복잡한 민사소송·민사집행 절차, 고소의 편리성과 효율성, 채무를 불이행한 채무자를 형사처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국민의 법의식 등이 그것이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오랜 기간 많은 연구가 있었음에도 고소의 남용이라는 상황은 거의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을 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