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간사)
저는 광주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내며, 30년 가까이 합동교단 소속 대형교회를 출석하였습니다. 해당 교회는 5.18 광주항쟁의 중심지인 옛 전남도청과 가까이 있었고, 7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대사회적 이슈와 일반 역사에 무관심한 곳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나 5.18 이야기를 꺼내면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지마라며 장로들의 압박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장로들이 특정 법안과 이슈에 대해선 득달같이 흥분하며 침을 튀기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5.18의 상흔을 경험한 광주에서도, 보수적이거나 극우적인 행태를 보이는 한국 교회가 궁금했습니다. 선택적 정교유착을 강조하는 교회와 교계 지도자들의 모습은 이해되지 않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이를 이해해보려 역사 공부를 시작했고, 140년 한국교회사 흐름 속에 부끄러운 단면인 국가조찬기도회를 알게 됐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제1회 국가조찬기도회는 1968년 대통령조찬기도회로 시작했고, 설립을 주도한 김준곤 목사는 공개적인 설교를 통해 5.16 군사 쿠데타와 박정희 군사정권을 여러 차례 비호했습니다. 1973년 5월 경향신문과 교회연합신보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김준곤 목사가 박정희 독재의 정점이던 유신체제 마저 옹호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듬해인 1974년 8월 이 곳 여의도에 위치한 여의도 공원, 당시엔 5.16 광장이었던 곳에서 개최된 ‘엑스폴로 74’는 단순 참가 인원만 수백 만 명으로 추산할 정도로 한국교회 부흥의 정점에 있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유신헌법으로 집회 결사의 자유가 극단적으로 제한 당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사석에서 대통령을 비판만 해도 끌려가 고문 받을 것을 걱정해야 했던 때였습니다. 이처럼 서슬 퍼런 시절에 개신교가 어떤 배경에서 특혜를 누리며, 그리스도의 계절을 꿈꿀 수 있었는지 그 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1980년 8월 6일에 열린 ‘나라를 위한 조찬기도회’에서는 한경직, 김준곤, 정진경 등 교단 총회장급 지도자 20여 명이 또 한 번 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복한 바 있습니다. 이후 대통령에 취임한 전두환은 제13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교회가 사회의 올바른 정신문화 배양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 기대 된다”며 교회의 협조를 당부하였습니다. 제7회 조찬기도회에서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종교계 침투”를 주의시켰던 박정희 정권의 요구와 비슷한 맥락에 서 있는 발언입니다.
한국교회에게 1970년대와 80년대는 곳곳에 대형교회가 출몰하고 연평균 60만 명씩 개신교인이 증가할 만큼 전례 없는 부흥을 경험한 중요한 시기입니다. 저 역시도 그 부흥의 수혜를 입으며 자라온 세대이지만 이제는 제가 누렸던 성장의 열매가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저부터 그런 과오를 회개하며, 국가조찬기도회를 주도하고 정교유착을 통해 이 땅에 개신교를 확장시킨 이들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기도한 국가는 무엇입니까? 불의한 권력에 희생당한 이들은 당신들의 국가에 포함돼 있습니까? 태생부터 독재 권력과 함께하며 부당한 특혜를 누려온 역사를 회개할 의향이 있습니까?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그것을 보여줄 아주 작은 시작이 바로 국가조찬기도회의 폐지입니다.
전두환이 죽기 전까지 함께 오찬을 즐긴 목사를 최근까지 강단에 세우고, 내란세력에 목걸이를 채운 이가 회장직을 맡았던 국가조찬기도회는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국가조찬기도회를 한국교회 부흥의 중심에서 반복되지 않아야 할 역사의 저편으로 보내야 합니다.
한국교회와 정치권에 강력히 요구하며 발언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한국교회는 국가조찬기도회를 폐지하십시오.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저질러온 과오를 회개하십시오. 국가조찬기도회를 부흥의 중심에서 불의한 역사로, 반복되지 않아야 할 부끄러움으로 재평가 하십시오.
정치권에도 요구합니다.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지 마십시오. 어떤 성격의 정부이든 상관없습니다.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을 꿇고, 희년을 외친다 한들 대형 교회의 표를 의식한 요식행위일 뿐임을 자각하십시오. 불의한 역사를 계승하지 않고, 개신교와 정치권 간 정교유착의 고리를 끊는 시작점이 바로 국가조찬기도회의 폐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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