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19.04.03 10:57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9234e365c395aed6eba502ef1e2983f0_2x88e9Pz.jpg▲ 시인 최규창
 
출렁이는 바다 위를 걸은 후에만
닿을 수 있는 주님의 땅

몇 번이고 절망의
눈물을 넘어서야
잡을 수 있는 옷자락
사랑, 또 사랑
맨발로 서야만
만날 수 있는 이시여

오늘밤
내 폐허의 땅에서
당신의 이마에
겸손히 입술을 댑니다.
- 「오늘밤은」의 전문

홍금자의 「오늘밤은」이란 시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과정을 형상화했다. 출렁이는 바다 위를 걷는 듯한 힘겨운 세상살이 속에서 절망의 눈물을 딛고 일어서야만 주님의 곁에 갈수 있음을 깨달도록 한다. 하나님을 향한 불타는 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맨발인 낮은 자세, 그리고 참회의 기도로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간구의 기도로 만날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

하나님을 만나기 위한 단계적인 과정을 치밀하게 구성했다. “출렁이는 바다 위를 걸은 후”에 “닿을 수 있는 주님의 땅”은, “몇 번이고 절망의 / 눈물을 넘어서야”만 주님의 옷자락을 잡을 수 있고, “사랑, 또 사랑 / 맨발로 서야만” 만날 수가 있다. 또한 “내 폐허의 땅에서” 만난 주님의 이마에 입술을 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것은 ‘출렁이는 바다 위를 걸은 후에만’ →  ‘몇 번이고 절망의 / 눈물을 넘어서야’ → ‘사랑, 또 사랑 / 맨발로 서야만’ → ‘내 폐허의 땅에서’ → ‘당신의 이마에 / 겸손히 입술을 댑니다’고 주님을 만나기 위한 과정을 보여 준다. 시적인 가치성을 획득하기 위한 상승작용의 결과로 볼수 있다.

첫 연은 대부분 사람들이 고난과 역경의 생활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삶을 형상화했다. 힘겨운 생활 속에서 하나님을 찾게 되고, 하나님을 의지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출렁이는 바다”란 순탄한 세상이 아니라, 험한 세상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다. “바다 위를 걸은”이란 험한 세상살이를 함축한 것이다. “출렁이는 바다 위를 걸은” 삶이란  힘겨운 세상살이다. 고난과 역경 속의 삶이다. 그리고 “닿을 수 있는 주님의 땅”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고백한 것이다.

제2연은 절망의 눈물을 딛고 일어서야만 하나님의 옷자락을 잡을 수가 있고, 사랑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일깨워 준다. 첫 연의 “출렁이는 바다 위를” 걷는 삶이란 절망적일 수도 있다. 이 절망을 넘는다는 자체가 신앙의 행위이다. “몇 번이고 절망의 / 눈물을 넘어서야 / 잡을 수 있는 옷자락”이란 구절의 ‘옷’은 성경에서 구원의 상징이다(이사야 61장 10절). “사랑, 또 사랑 / 맨발로 서야만”이란 구절은 이러한 성경적인 의미인 낮은 자세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일깨워 준다.

제3연 세상적인 모든 것을 버린 화자는 하나님께 사랑의 표시인 이마에 입술를 대는 것은 존경의 인사이다. “오늘밤”이란 구절은 ‘기도의 시간’이 함축되어 있다. 밤에 ‘참회’와 ‘간구’의 기도로 하나님과의 만남을 표현했다. 참회의 기도로 “페허의 땅”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비신앙적인 모든 것을 버렸기 때문에 세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폐허의 땅’일 수밖에 없다. 신앙적으로 보면 참회를 했기 때문에 용서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이마에 / 겸손히 입술을 댑니다”란 구절은 사랑과 존경의 표시이다.

이러한 이 시는 은유적인 기법으로 구성했다. “출렁이는 바다 위를 걷는 후에만”이나, “닿을 수 있는 주님의 땅”, 그리고 “몇 번이고 절망의 / 눈물을 넘어서야”나 “사랑, 또 사랑 / 맨발로 서야만”, “내 폐허의 땅에서” 등의 구절은 이 시가 추구하는 주제를 적절한 표현으로 형상화했다. 절제된 시어선택으로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이러한 것은 원숙한 시작(詩作)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시인·한국기독교문인 협회 전 회장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 16] 낮은 자세로 하나님과의 만남 - 홍금자의 「오늘밤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