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빛으로 눈부신 가슴이기에
새벽을 열고 어둠을 밀고
그 빛 앞에 자꾸 앉게 되는가
어느 빛으로 설레는 이 마음이기에
더 이상 잠 못 이루고
새벽 창 앞에 무릎꿇게 되는가
어느 빛 어느 사랑 기대하는
고픈 이 마음이기에
그 일렁이는 빛의 풀밭에
나를 훑는가
나를 쏟는가
- 「어느 빛으로 눈부신 가슴이기에」의 전문
이 시는 유혜목의 〈어느 빛으로 눈부신 가슴이기에〉(시문학사 펴냄·2011년)란 시집의 표제시이다. 3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세련되고 절제된 시어로 맑고 순수한 기도생활의 삶을 승화시켰다. 신앙인의 삶 중에서도 기도생활은 기본이다. 기도는 어떤 목적에 의한 자의적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스스럼없이 행해져야 한다. 신앙의 생활화로 비롯될 수 있다. 신앙인의 생활화로 신앙이 육화된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기도의 모습이다. ‘눈부신 가슴’이나 ‘설레는 이 마음’, 그리고 ‘고픈 이 마음’이기 때문에 더 이상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앉게 되고 무릎을 꿇어 기도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새벽에 기도할 수밖에 없는 삶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각 연의 첫 행에 ‘어느 빛’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모든 것을 집약해 표현했다. ‘어느’란 지칭을 ‘하나님’으로 표현했다면, 시적 깊이를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오랜 시작경험과 고뇌에서 얻어내는 결과이다. 또한 첫 연은 하나님 앞에 앉게 되고, 둘째연은 무릎을 꿇게 되고, 셋째 연은 화자의 모든 것을 아뢰인다. 새벽기도의 과정을 시적 재치로 형상화했다.
첫 연은 신앙의 생활화로 순종하는 삶을 보여준다. ‘눈부신 가슴’은 이미 하나님께로 경도되어 순종의 삶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둠이 남아있는 새벽녘에 하나님 앞에 앉게 된다. 그것도 ‘자꾸’란 표현이 주는 것은, 생활화된 삶임을 암시한다. 새벽기도가 생활화되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둘째 연은 전능하신 하나님 때문에 설레이는 마음임을 고백한다. 그래서 잠을 못 이루고 새벽녘에 기도하기 위해 무릎을 꿇게 된다. 전형적인 신앙인의 모습이다.
셋째 연은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그리고 축복을 받기 위한 몸부림이다.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아뢰고, 그 사랑을 받기 위한 것이다. ‘기대’나 ‘고픈’이란 시어가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 일렁이는 빛의 풀밭에”란 구절도 전능하신 하나님의 모든 것을 함축해 표현했다. 또한 “나를 훑는가”나 “나를 쏟는가”란 구절은, 하나님 앞에 나의 모든 것을 훑어 내기도 하고, 쏟아 내놓는다는 의미이다. 훑는 거나 쏟는 것은 벌거벗듯이 회개와 감사, 그리고 소망까지도 아뢰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하나님 앞에 요구사항보다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회개에 비중을 두고 있다. 회개를 통해 신앙의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도의 자세는 기도의 본질인 순수성을 그대로 표현했다.
특히 “그 빛 앞에 자꾸 앉게 되는가”나, “새벽 창 앞에 무릎 꿇게 되는가” 그리고 “나를 훑는가”나 “나를 쏟는가”란 구절은, 시적 구성의 상승작용을 통한 화자의 신앙에 대한 척도이다. 자의적인 행위가 아니라. 신앙적인 삶의 순수성을 보여준다. 하나님의 사랑에 이끌려 가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이 시는 화자의 새벽기도에 대한 과정을 형상화했다. 새벽기도는 신앙인의 기본적인 자세이다. 새벽기도를 통해 하나님 앞에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것은, 신앙의 삶에서 비롯된 것이다. 온전한 신앙의 생활화로 순수한 삶의 모습이 수채화처럼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화자의 신앙적인 삶의 깊이와 넓이를 보여준다.
/시인·한국기독교문인협회 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