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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2.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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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창국장-최종.jpg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잠실 롯데사거리/베이징의 인민병사처럼/다가오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마네킹이 된 오래된 라디오 소리/여전히 뉴스는 적색경보지만/눈을 지그시 감고/성서 한 절 가슴에서 꺼내/목메인 목으로 받아 넘긴다/항상 기뻐하라/쉬지 말고 기도하라/범사에 감사하라/평택으로 오가던 수백 리 벌써 십수 년/세월 따라 육신도 작아지고/간장이 타는 무시한 소리/수없이 듣고 살아가지만/말씀 몇 절 먹다 보면/오늘 같은 구월의 푸르른 하늘/늘 가슴에 찬다

- 「출근길」의 전문


박종권은 기독교신앙의 삶 속에서 용해된 정서와 시어(詩語)로 시작(詩作)한 시들이다. 이 시들을 구분하면 기독교시와 일반적인 서정시로 나눌 수 있다. 이 시들은 맑고 순수한 이미지와 절제미, 간결한 시어와 구성으로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그것은 신앙의 생활화에서 비롯된 삶을 보여 준다.

 

이 시는 신앙의 삶이 생활화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화자인 박시인은 오늘의 현대사회를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이란 구절로 함축해 표현하고, 이러한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 출근길에서도 신앙의 삶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앙 속에서 일상을 생활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잠실 롯데사거리에서 평택까지 가는 버스 안의 출근길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음미한다. “눈을 지그시 감고/성서 한 절 가슴에서 꺼내/목메인 목으로 받아 넘긴다”란 구절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가슴에서 꺼내고, 그 말씀에 감격한 목메인 목으로 받아 먹는다고 고백한 것이다. 

 

신앙이 생활화된 삶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절부터 18절까지의 말씀을 생활화하고 있다. ‘기쁨’과 ‘감사’와 ‘기도’는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앙인들이 일상의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을 향하여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신앙생활에 대한 지침이다.

 

“항상 기뻐하라/쉬지 말고 기도하라/범사에 감사하라”란 구절은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절부터 18절까지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신앙인들의 ‘3대 실천 강목’이다. 경구(警句)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세 가지 내용을 각각 독립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세 가지가 모여 신앙인의 바른 삶의 자세에 대한 전체를 제시한 것이다. 

 

“항상 기뻐하라”란 이같은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은, 기뻐해야 할 의무가 있다기보다는 기뻐해야만 할 당위성을 가진 자로서 바른 신앙인이라면 매순간 기뻐할 수밖에 없는 자임을 강력히 보여 주는 것이다.

 

신앙인은 기쁨의 근원을 소유한 자로서, 늘 기뻐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만 하는 존재임을 각성시켜 준다. 또한 “쉬지 말고 기도하라”란 신앙인들에게 기도는 호흡이요 생명이라는 명제를 일깨워 준다. 신앙인들은 생활 중에 수시로 마음을 열고 입을 열어 기도를 생활화하여야 한다. 

 

그것은 매순간 자신의 연약함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새로운 도움을 필요하게 되며, 하나님과의 교제 안에서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최대의 통로가 바로 기도인 것이다. 그리고 “범사에 감사하라”란 그 어떤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에 감사하는 삶을 지녀야 한다고 일깨워 준다.

 

이러한 것은 그의 시에서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 그리고 감사와 순종함으로 나타난다. 특히 하나님이 주신 사랑에 대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구도자적인 삶을 보여 준다.

/시인·한국기독교문인협회 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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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 55] ‘신앙의 삶’의 생활화 - 박종권의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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