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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4.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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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재용의 기독교적 내용의 중편소설 〈위대한 환상〉(1996)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겠다. 〈위대한 환상〉은 김원일의 중편소설 〈믿음의 충돌〉(1994)을 많이 연상시키는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아마 〈위대한 환상〉 가운데서도 예의 그 ‘믿음의 충돌’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믿음의 충돌〉이 세 가지 양태의 기독교 신앙의 충돌 현상을 그려 주었던 것처럼, 〈위대한 환상〉도 역시 같은 세 가지 양태의 기독교 신앙적인 면의 갈등 양상을 묘사하고 있음이 둘 사이의 우연의 일치 아닌 일치점으로 보인다.  

두 작품 사이의 유사점 가운데 특히 복수주인공 설정 면이 두드러지는데, 목자 신주엽, 모친 윤 권사, 화자 성문규, 이렇게 세 사람이 〈믿음의 충돌〉에서의 복수주인공들이라면, 〈위대한 환상〉에 있어서의 복수주인공들은 김장수 목사, 정치구 집사, 박만준 집사 등이다. 

두 작품 사이의 유사점 가운데 또 하나는 이들의 소설 형식이 일종의 여로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원일의 것이 염상섭의 〈만세전〉처럼 배를 타고 여행하는 데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유재용의 것은 장지로 향하는 장례 행렬의 움직임 가운데서 시간이 점차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저한 차이점도 발견된다. 이제 다른 각도에서 지적할 수 있을 두 작품 사이의 상이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시점의 차이라고 할 것이다. 김원일의 것이 ‘일인칭 복합 시점’이라고 한다면, 유재용의 것은 ‘전지적 작가 시점’을 동원하고 있다는 데에서 상호 차이점을 보여 주었다고 하겠다. 

 

그리고 세 가지 양태의 신앙인 상에서 두 작품이 유사하기는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문제는 다소 달라진다고 보겠다. 김원일의 것이 교인들의 보편적인 세 가지 신앙 유형을 드러내 준 것이라 한다면, 유재용의 것은 신앙인들의 개인적 기질이나 신앙 행태 등과 관련된 문제점을 세 가지로 구별해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위대한 환상〉 속의 주요인물들인 김장수, 박만준, 정치구 등은 이 중편소설 속에서 복수주인공 급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주님영광교회’와 관련을 맺고 있다. 김장수 목사는 며칠 전까지 이 교회의 담임목사 겸 당회장 신분이었다. 그는 한국교회의 개신교 목사들 가운데서 다섯 사람 속에 들어갈 정도로 명망이 있는 목회자였다. 이제 죽어서, 그 주검이 장지로 향하게 된 실정에 놓여 있다.

박만준 집사는 이 교회에서 사찰집사로 있으면서 김 목사를 보좌하고 있는 충직한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집사는 김 목사가 정년이 되어 은퇴한 ‘참빛교회’에서 오랫동안 사찰집사 일을 보다가, 김 목사가 주님영광교회의 담임목사로 새로 부임하게 되자 그를 따라 이 새 교회에 와서도 김 목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일을 다시 맡게 된, 김 목사의 두터운 신망을 얻은 사람이다.

 

정치구 집사는 주님영광교회의 집사로 있으면서, 새로 부임한 김 목사가 교회신축운동을 전개하자 이를 반대하는 일을 벌이지만, 그는 결과적으로 그 교회에서 추방(제적)당하는 처지로 떨어져버리고 만다. 그 후 이 교회에서 물러나 있다가 김 목사의 장례식 때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어 또다시 거센 폭풍을 일으키게 된다. 교회 당회원들의 처지에서 볼 때는 상당히 골치 아픈 존재로 보이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조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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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들의 삶 또는 신앙 양태 - 유재용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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