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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문학산책]한강,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시적 산문(5)
    눈이란 원래 지상에서 끝없이 생겨나 위로 빨려 올라갔다가 내리는 것처럼 새 아마의 봉분 인선은 경하에게 그녀의 제주 중산간 집에 홀로 남겨진 앵무새 아마에게 물을 주라고 하였다. 경하는 집에 가서 준비를 해 내일 제주도로 출발하겠다고 하자 인선은 자신이 사고를 당한지 이틀이 지나서 새는 물과 모이를 오늘 안에는 먹어야 살 수 있다고 한다. 인선이가 문자로 경하에게 신분증을 소지하고 오라고 한 것은 당장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가서 새를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인선이 퇴원할 때 까지 경하가 아마를 돌봐달라는 부탁이었다. 거절할 수 없었던 경하는 그날 즉시 제주도로 갔고 수천수만의 새떼 같은 눈송이들이 내리는 P읍을 찾아갔다. 소설속의 P읍은 4.3 피해자가 많이 나온 표선읍이다. 제주는 폭설로 인해서 육지로 가는 비행기가 결항이 되었다. 날이 저물고 온천지에 눈이 수북히 쌓여있어 오래전에 가본 중산간 마을에 있는 인선의 집을 찾아 가기가 어려웠다. 일주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가 숙소를 찾아야 할 시간이다. 경하는 아무 준비도 없이 오늘 안으로 앵무새 아마에게  물을 주고자 침낭같은 패딩코트만 걸치고 내려 온 것이다. 서울 병원에 있는 인선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하의 핸드폰은 교체할 시기가 지난 기기라서 배터리 잔량을 표시하는 막대가 그사이 한 칸으로 줄어들어 있다. 마침내 연결이 된 인선의 핸드폰에는 인선의 속사임 대신 다급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이따 전화하세요. 이따가 삽시간에 통화가 끊긴 액정 화면의 배터리 잔량이 십여 퍼센트밖에 남지 않았다. 다시 제대로 통화하려면 충전하기 위해 서귀포로 가야 한다. 경하는 갑자기 심해진 그녀의 오래된 편두통으로 인해 약을 처방받기 위해서도 서귀포로 가야 했기에 오늘은 갈 수 없다고 인선에게 양해를 구하고자 했다. 그때 조그마한 버스 아이콘 하나가 그려져 있는 알루미늄 표지판이 철제 기둥에 매달려 눈을 맞고 있는 곳으로 작은 지선버스가 다가온다. 경하는 어쩔수 없이 인선의 집으로 가기위해 세천리로 가게된다. “버스기사는 마을이 커서 세천리에서만 네 번 섭니다.” 경하는 제주방언으로 불린 정류장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세천 들어갔다 나오는 막차를 타고 기억을 살려내서 찾아가는 것이다. 인선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보로 삼십 분 넘는 거리에 정거장에는 수령이 오백 년쯤 되어 보이는 커다란 팽나무가 서 있다. 음료수와 담배를 파는 작은 점방의 위치로 기억한다. 경하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중산간에 있는 인선의 집으로 가는 것이다. 경아는 기억에 의지해 찾다가 세 갈래 길에서 폭이 넓은 길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순간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눈더미 속으로 미끄러 졌다. 휴대폰을 그때 놓쳤다.  새는 어떻게 됐을까.  오늘 안에 물을 줘야 살릴 수 있다고 인선은 말했다. 그런데 새들에게 오늘은 언제까진가. 경하는 혼곤해지는 의식 속에, 잠들고 싶음을 떨쳐내고 길을 찾았다. 저 너머에 빛을 발하는 그곳이 인선의 목공방이다. 인선이가 목공방 문이 열린채 실려가고 불빛이 새어나와 멀리서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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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11
  • [현대문학산책]한강,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시적 산문(4)
     이태 전에는 적재하던 통나무 더미가 무너지는 걸 막으려다가 왼손 집게손가락이 부러지며 인대가 끊어져 반년 넘게 재활치료를 받았다. 인선은 잘렸다가 봉합된 검지와 중지를 경하에게 보여주었다. 전기 장비를 쓸 땐 아무리 손이 시려도 목장갑을 끼면 안 되는데 찢어진 목장갑을 어렵게 벗었더니 손가락 마디 두 개가 안에 있었다는 것이다. 인선은 그순간 피가 솟구쳐 지혈을 해야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정신을 잃었다.  인선이와 가깝게 지내던 아랫동네 할머니가 마침 제주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 트럭으로 대형 택배 일을 하는 아들과 함께 인선의 공방을 찾았다가 기절해 있는 인선을 트럭에 태워 제주병원으로 달렸다. 인선의 손가락 마디 두 개는 목장갑채로 할머니가 들고 섬엔 봉합수술을 하는 의사가 없어서 가장 빨리 서울 가는 비행기를 타고 국내 제일의 봉합수술 전문병원에서 봉합수술을 하게 되었다. 인선은 경하에게 말했다. 봉합 부위에 딱지가 앉으면 안된대. 계속 피가 흐르고 내가 통증을 느껴야한대. 안 그러면 잘린 신경 위쪽이 죽어버린다고 했어 간병인 두 명이 이십사 시간 교대로 삼 분에 한 번씩 소독한 바늘을 찔러 주어야 했다. 그것도 삼 주 동안. 삼 분에 한 번씩 봉합된 부위를 찔릴 때마다 인선은 포기하려고 했지만 의사는 손가락을 포기할 경우 통증은 손쓸 수 없이 평생 계속될 거라고 했다. 딸깍, 소리를 내며 알루미늄 상자가 다시 열렸다. 간병인이 소독제를 넉넉하게 손바닥에 덜어 손가락 사이까지 소독하는 동작을 경하는 긴장한 채 지켜보았다. 정작 인선은 마치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것처럼, 경하가 무엇을 지켜보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듯 물끄러미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답답해서 큰일이야, 침대에서 나가면 안 된다는데, 이렇게 계속 부드럽게 불평하는 듯한 미소가 인선의 입가에 어렸다. 걷는 것도 안되고, 조금이라도 팔에 힘을 주는 것도 안된대. 두 개의 바늘을 간병인이 차례로 소독했다. 바늘을 만지는 동안 옮겨왔을지 모를 균 때문인지 두 손을 한 차례씩 더 소독했다. 묶어놓은 신경줄이 자칫하면 다시 풀어져버린대. 팔꿈치 위로 말려 올라가서, 신경을 찾으려면 다시 전신마취를 하고 어깨까지 절개해야 돼, 그러다 마취가 안 깨 큰 병원으로 실려간 사람이 올초에 있었대. 몇 년 전엔 패혈증이 진행돼 사망한 사례도 있었어. 인선이 말을 멈췄다. 간병인이 인선의 상처에 서슴없이 바늘을 찔러넣는 동작을 나는 똑똑히 다시 보았고, 인선과 함께 숨을 멈춘 채 후회했다. 좀전에 병원 로비에서 이미 깨닫지 않았던가, 제대로 들여다볼수록 더 고통스럽다는 걸? (48-49쪽)  인선이 살아있다는 것은 고통을 견디는 것, 그렇게 끔찍한 통증을 계속 일으켜야 신경의 실이 이어지는 것이리라. 끔찍하고 잔인하지만 삼 분에 한 번씩 인선이의 봉합된 손가락 부위를 두 개의 바늘로 찌름으로 피가 통하게 했다. 그 행위는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한다. 병실에서 도로 쪽으로 난 커다란 창밖으로 성근 눈발이 흩어지고 있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서장부터 종장까지 성근 눈발이 뿌려지고 있다. 제주 4.3 희생자의 묘비우로 성근 눈이 내리고 있다.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죽은 자와 산 자에게 들려지는 진혼곡이 되어 허공에서 깊고 넓게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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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31
  • [현대문학산책]한강,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3)
       한강은 시를 쓰면서 심연을 잠재우고, 심연에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시인은 사랑을 마주하며 내면에 흐르는 물빛 강물 소리로 다가서겠다고 노래한다. 한강에게 찾아오는 제주 4.3의 기억이 성근 눈이 되어 눈발이 가늘게 바람에 흩날리며 내리고 있다. 정지용의 시 「향수」의 마지막 연에 성근 별이 떠오른다.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 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짓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의 「향수」 에 나오는 성근 별은 밤하늘에 사이가 뜨게 시간당 15도씩 별자리를 이동하는 시간의 경과를 보여준다. 경하가 서 있는 벌판의 한쪽 끝은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져 있다. 등성이에서부터 이편 아래쪽까지 수천 그루의 통나무들이 심겨 있었다.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처럼 조금씩 다른 키에, 철길 침목 정도의 굵기를 가진 나무들이 조금씩 기울거나 휘어 있다. 마치 수천 명의 남녀들과 야윈 아이들이 어깨를 웅크린 채 눈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경하는 이 나무들을 묘지에 세워져 있는 묘비로 보였다. 우듬지가 잘린 단면마다 소금 결정 같은 눈송이들이 내려앉은 검은 나무들과 그 뒤로 엎드린 봉분들 사이를 경하는 걸었다. 어느 순간부터 운동화 아래로 자작자작 물이 밟혔다. 뒤를 돌아보니 벌판의 끝은 바다이고 밀물이 밀려오는거다. 그곳은 무덤이고 아래쪽 무덤은 봉분만 남고 뼈들이 쓸려가버렸다. 이미 물에 잠긴 무덤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위쪽에 묻힌 뼈들을 옮겨야 했다. 바다가 더 들어오기 전에, 바로 지금 성근 눈은 제주4.3의 묘비 우에 뿌려지는 생명과 죽음의 진혼곡이 되고 있다. 경하에게 계속되는 악몽을 그녀는 무한대로 열리는 숫자 아흔아홉 그루에 먹을 입혀 깊은 밤으로 지은 옷을 입히듯 정성스럽게 적당한 장소에 통나무를 심자는 것이다. 그 과정을 짧은 기록영화로 만들기로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했던 친구 인선에게 제안했다. 두 사람의 일정이 꼭 맞는 때가 좀처럼 오지 않은 채 사 년이 흘러갔다. 생명은 통증으로 인해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경하는 12월 하순 아침에 이십 년을 잡지사 기자와 사진가로 친구가 된 인선이의 문자를 받는다. 지금 와줄 수 있어?  경하는 인선의 문자를 받고 인선이가 있는 국내에서 제일 좋은 봉합수술 전문병원을 찾아갔다. 인선은 영화를 그만두고 그녀의 고향 제주로 내려가 국비로 일 년 과정의 목수학교를 마치고 목수가 되었다. 인선은 정신이 혼미해진 그녀의 어머니 정심을 돌보며 목공일을 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큰 가구를 만들었는데 자주 부상을 입었다. 어머니를 여윈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전기 그라인더에 청바지가 말려들어가며 무릎부터 허벅지까지 삼십 센티미터 가까운 흉터가 생긴 사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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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2025-01-23
  • 월간 『창조문예』 28주년 예배와 시상식
      ◇월간 『창조문예』는 창간 28주년을 감사예배를 드리고, 제21회 『창조문예』문학상 등 시상식을 가졌다.   28년동안 한 호도 결호 없이 「창조문예」를 매월 발행 왕성한 활동으로 ‘문학정신과 예술성’ 높인 작품창작         월간 〈창조문예〉(발행인=임만호장로)는 지난 8일 창간 28주년(통권 336호) 기념 감사예배와 문학상 시상식을 갖고, 한국문학의 질적 향상에 주력키로 다짐했다. 이날 제21회 『창조문예』문학상에 이광복소설가, 제2회 운강문학상에 박정미수필가, 제12회 『창조문예』문예상에 정이녹수필가 등 시상식을 가졌다.    시상식에 앞서 드린 감사예배는 권은영시인의 사회와 김순규시인의 기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증경총회장이며 시인 김순권목사의 『영적으로 쓰는 편지의 사람들』이란 제목의 성교, 〈월간목회〉 발행인이며 시인인 박종구목사의 축도 등 순서로 드렸다. 특히 김목사는 설교를 통해 “글을 기교로 쓰는 것이 아니고, 영적으로 감동을 주어야 한다”면서. “글은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의 영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상식은 『창조문예』주간인 최규창시인의 사회와 편집인 겸 발행인 임만호시인의 인사말, 중앙대 명예교수이며 심사위원장인 이명재문학평론가의 심사평, 그리고 각 분야 시싱식과 수상자 대표로 이광복소설가의 수상소감,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인 김호운소설가와 한국기독교문인협회 증경이사장인 박이도시인의 축사 등 순서로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에 등단한 김정숙시인과 조남두시인, 정안나시인에게 등단패를 수여했다. 이날 임만호발행인은 “지난 28년동안 한 호도 결호없이 『창조문예』를 발행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 때문이었다”면서, “앞으로도 한국문학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명재평론가는 심사평을 통해 “이번 수상자 3명은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해 왔으며, 문학정신과 예술성을 높인 작품을 창작헸다”고 평가한 후, 『창조문예』문학상에 대해 “최근 2024년에 전에 없이 여느 작가들이 외면하듯 다루지 않는 전 가족 단위의 성묘를 통한 추원보본의 의례는 물론 조상봉사와 가족관계를 잇는 양자의 문제를 작품화한 접근의 중요성을 높이 산다. 따라서 제21회 「창조문예」문학상 수상자는 일련의 9편에 이르도록 새로운 연작형의 창작 단편소설 시리즈로 일관되게 발표한 이광복소설가로 선정하는 데 심사위원 전원이 합의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이문학펑론가는 “제2회 운강문학상 심사를 진행하던 우리 심사위원들은 이번에 새 수필집 「어머니의 하늘과 바다」(2024)를 펴낸 박정미 수필가에게 그 상을 수여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하였다. 다른 작품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탁월한 문학성을 발휘한 이 수필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한 우리 심사위원들의 마음이 그렇게도 시원하고 후련할 수가 없었다. 심사 도중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문제로 머리를 혹사시킬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또 『창조문예』출신들로 구성된 창조문인협회가 주관한 『창조문예』문예상은 “최종적으로 거론된 정이녹의 수필집인 「하늘과 땅 사이 사랑의 언약」과 「바람 분다 돛 달아라-아버지 우리 아버지」를 선정했다”면서, “지금까지 네 권의 창작 수필집과 두권의 편저를 펴낸 것은, 등단과 함께 지금까지 창작활동에 열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밝혔다.    『창조문예』문학상을 수상한 이광복소설가는 수상소감을 통해 “오랜만에 뜻깊은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문학단체의 임원으로 다른 문인들에게 상을 드리는 입장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수상'하기보다는 '시상'하는 위치에 있었다. 여기저기 심사도 꽤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문학상 수상과는 사실상 담을 쌓고 지냈다”면서, “올해 9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또다시 신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창조문예」문학상 결정 통지를 받았다. 기쁘다. 이 귀한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창작에 더욱 매진할 작정이다.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창조문예」의 무궁한 발전과 관계자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제 21회 『창조문예』문학상 심사위원은 이명재문학평론가와 우한용소설가, 최규창시인, 제2회 운강문학상 심사위원은 임영천문학평론가와 최규창시인, 권은영시인, 제12회 『창조문예』문예상 심사위원은 최규창시인과 임만호시인, 권은영시인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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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21
  • [현대문학산책]한강,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2)
    박완서의 <그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나목><엄마의 말뚝>은 6.25 한국전쟁에서 작가의 가족사와 동화백화점 초상화부에서 그림을 그렸던 박수근 화백에 대한 증언을 하고자 했다. 이문열의 소설<영웅시대>,<변경>에서 보듯 분단 현대사에 있어서 그의 가족사는 이문열 문학의 원류이고 그 겪어온 삶 자체가 현대문학을 형성한 것이다. 이념의 허상을 좇아 월북한 아버지를 둔 그 불우하고 회한에 찬 이문열 작가의 가족사는 이데올로기의 이면이고 증언 문학인 것이다. 황석영은 그의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남과 북에서 철저하게 배척당한 그의 큰 외삼촌에 대한 실화를 의사 한영덕을 중심인물로 <한씨연대기>로 썼다. 황석영의 외할아버지가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7년간 감옥생활을 했던 전흥걸 목사이고 그의 어머니는 평양의 기독교 목사의 딸로서 진취적이며 문학적 감수성을 황석영에게 이어 준 것이다. 백도기의 <은제의 십자가>, <저 문 밖에서>,<젊은 나목>,<땅의 뿌리>,<조용한 개선>은 그의 부친 백남용의 순교에 대한 증언소설이다. 그의 소설에는 대부분 목사, 신부, 신학생, 그리고 아버지가 목사인 소년이 등장한다. 이것은 아버지가 목사였으며 자신이 목사인 작가가 체험한 삶의 경로를 증언하는 것이다. 이병주, 박완서, 이문열, 황석영, 백도기의 증언 문학을 계승한 한강은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로 매김했다. 제주4.3, 작별하지 않는다   노벨 문학위원회 안나 카린 팜은 한강에 대해 “부드럽고 잔인하며 때로는 초현실적인 강렬한 서정적 산문을 쓴다.”고 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경하와 인선과 그녀의 엄마 정심의 시선으로 제주 4.3의 비극을 풀어냈다. 경하는 광주 5.18을 소재로 소설을 쓴 작가이고 경하는 한강 자신이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인선은 베트남전 한국군 성폭력 사건을 영상으로 만들어 주목받았다. 정심은 인선의 어머니로 제주 4.3에 대한 상실의 기억을 평생 안고 있다. 한강은 제주 4.3의 역사적 사건을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과거의 상처와 마주해서 치유되고 회복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성근 눈, 생명과 죽음의 진혼곡   <작별하지 않는다>의 첫 문장이다.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한강 작가의, 익숙하지 않는 형용사 ‘성근’으로 시작되는 첫 문장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간결하고 담백하게 압축하는 모두어 이다. 성근은 ‘성글다’의 형용사형으로 변화된 표현이다. ‘성글다’는 “물건의 사이가 뜨다”라는 뜻으로 눈이 함박눈처럼 펑펑내리는 것이 아니고 굵직하지만 띄엄띄엄 내린다는 의미이다. 한강의 문장은 시적 은유를 담고 있다. 소설가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여 시인으로 먼저 데뷔했다.   서울의 겨울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 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내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 올 수만 있다면 살얼음 흐른 내 빰에 너 좋아하던 강물 소리, 들려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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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2025-01-14
  • [현대문학산책]한강,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1) - 왜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는가
     스웨덴 한림원은 한국의 한강에게 노벨문학상을 선정한 이유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들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노벨문학상 첫 수상자 한강의 소설에는 생명과 사랑,평화와 인권을 서사하고 있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는 “역사 속 피해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함으로써 증인 문학 (witness literature)이라는 장르에 접근해 간다.”고 했다. 작가는 역사적 폭력에 대한 증언과 기억을 되살려내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치유하고자 했다.    응어리 맺힌 한을 건드려 해소하는 “한강의 스타일은 간결하지만 우리의 기대에서는 벗어난다. 죽은 자의 영혼을 몸에서 분리해 자신의 소멸을 목격할 수 있도록 한다. 묻히지 못하는 신원 미상의 시체를 보는 것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모티브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한강 작가의 사상적 원천이 바로 그리이스 극에서 이어온다. 그 속에는 철학과 시가 공존한다. 공포와 희열이, 사랑과 미움의 원색이 내재되어 있다. 인간이 가지는 모든 상극과 비극성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앞에서 사라지지도 감해지지도 않은 채 남아있는 것이다. 시인이고 극작가인 소포클레스의 마음 깊이 자리 잡은 인간의 존엄을 한강의 문학은 세계의 독자들에게 근본적인 공감을 갖게 하고 있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며 1948년 4월 3일에 봉기한 이들은 수백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들과 연루돼 있다고 할 수도 없는 평범한 민간인들이 ‘토벌’의 대상이 되어 3만 명이나 희생되었다.   ‘광주 5.18’ ‘제주 4.3’ 에는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영역이 있다. 한강은 광주, 제주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그곳에 살아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드는 사랑의 기억을 끌어냈다. 한강은 역사적 폭력에 대한 증언으로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사랑만이 치유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채색주의자> 등을 프랑스 한국문화원 최경란 팀장과 함께 프랑스어로 번역한 피에르 비지우는 “한강의 글은 영혼의 심연을 헤집는다. 고통과 감정의 바닥까지 파고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무한한 섬세함’을 발견하게 된다. 한강은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탐구하면서도 고요함과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한강의 문장은 악몽마저 서정적 꿈으로 만들어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것이다. 그는 “한강의 소설들은 내면의 은밀한 경험이 역사와 어깨를 마주하고 고통과 사랑이 눈밭에서,숲에서.그리고 격정의 불길 속에서 흔적의 길을 남기는, 가슴아린 작품들이다.”고 덧붙였다.    한강의 증언소설이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데는 이병주의 실록소설<지리산>에 근원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병주의 소설은 해방직후, 이데올로기를 고발적이고 비판적으로 증언하였다.    이병주가 빌려왔다는 뉴저널리즘은 196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일종의 증언소설로 사회, 역사적 사건을 허구화하는 소설적 방법이다. 뉴저널리즘의 방법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그의 소설을 증언소설의 관점에서 읽어야함을 확인시켜주는 단서이다. 그의 처녀작<관부연락선>(1972)은 현대사를 소재로 역사적 진실을 탐색하려는 이병주 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이병주에게 소설은 허구이기보다는 현실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기에 <지리산>은 기록문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증언소설로서 역사적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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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극적 관심을 지향하는 삶(1)-황순원의
    황순원의 장편소설 <움직이는 성>(1973)은 실로 기독교적 문제의식이 충만한 작품이다. 그러나 작가가 기독교 문제를 중심으로 이를 정면에서 다루기보다는 한국인의 유랑민 근성을 다루는 과정에서 기독교 문제를 끌어들였다는 데에 우리의 관심이 기울어진다. 이 작품은 유랑적인 기독교와 비유랑적인 기독교, 그리고 유랑적인 샤머니즘, 이렇게 세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축을 대표하는 송민구 윤성호 함준태 등의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그 관련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셈이다. 이리하여 <움직이는 성>은 유랑적 기독교의 송민구와 비유랑적 기독교의 윤성호, 그리고 다른 유랑적인 세계의 함준태 등 세 명의 복수주인공들을 축으로 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기독교도이면서 샤머니즘에도 대단한 흥미를 지니고 있는 민속학자 송민구는 전형적인 유랑인 기질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매우 실리적인 인물로서 평소에 그 자신이 제창하던 ‘유랑민 근성의 극복’이란 구호 자체가 무색하리만큼 종국에 그 스스로 유랑적 근성을 드러내고 말며, 함준태는 비판적이면서 솔직한 면은 지니고 있으나 마침내 스스로 현실에 좌초해 버림으로써 유랑의 본질에서 궁극적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윤성호만은 가난한 이웃들에 대하여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는 실천적인 삶을 통하여 신(神)의 인류구원 사역에 동참하는 동역자로서의 실제적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흔들리지 않는 터전’으로서의 기독교 공동체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제시해주고 있다.   이 세 남자들에게는 각각 상대적 여성들이 등장함으로써 각기 한 쌍씩을 이루므로, 이 세 쌍이 펼치는 복잡다기한 이야기들이 그들 나름의 흥미를 독자에게 자아내는 것도 사실이다. 민구에게는 한은희가, 성호에게는 한 여사가, 그리고 준태에게는 남지연이 각기 상대역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 세 쌍의 등장인물들이 각기 남녀주인공으로 나오는 독립적인 이야기가 한 작품 안에서 합동으로 만나 상관관계를 맺으면서 더욱 복잡다기하게 얽혀지는 이야기가 곧 <움직이는 성>인 것이다. 스케일의 웅대함과 정교한 구조의 절묘함 및 소재 면의 다양성 때문에서도 이 작품은 어느 한 쪽의 이야기만을 전개한다거나 또 어느 한편에 치우친 편향적 진술을 하기 곤란하도록 스스로 장치된 셈이라 하겠지만, 작가 자신의 노련한 솜씨에 의해 적어도 한국의 6,70년대적 시대상황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음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30년대 초에 염상섭이 장편 <삼대>를 내어놓음으로써 2,30년대의 한국 사회풍속도를 그려 놓았던 역할을 황순원이 70년대 초에 재현시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70년대 초에 이 작품을 완성함으로써 한국의 6,70년대 사회풍속도를 효과적으로 그려 놓았기 때문이다. <삼대>의 경우에는 봉건주의와 기독교 및 사회주의 등이 통시적으로 충돌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었지만, <움직이는 성>에 있어서는 개인주의(개인의 정숙주의)와 기독교 및 샤머니즘 등이 공시적으로 부딪치고 긴장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년대와 30년대 초에는 확실히 ‘봉건주의·기독교·사회주의’ 간의 상호갈등이 심화되었던 게 사실이지만, 60년대와 70년대 초에는 봉건주의나 사회주의의 심각한 대두가 물러난 대신 전통적인 샤머니즘과 개인주의 등이 기독교와 서로 부딪치는 양상을 노정했던 것으로 작가는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가지 이야기하고 보면, 위의 각각의 세 요소들 가운데 유독 기독교만은 양(兩) 시대에 두루 걸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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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2022-03-30
  • 한국 기독교, 그 심층적 해부(5)-염상섭의
      <삼대>의 여주인공 홍경애는 조상훈의 아들 덕기와 어느 소학교를 같은 해에 졸업한 동기 동창 관계이다. 그 학교는 조상훈이 얼마간의 기부금을 낸 관계로 그가 설립자의 명의를 한 몫 가지고 있는 교회학교였다. 바로 이 학교에서 덕기와 경애는 함께 공부하는 가운데 서로 알게 된 것이었다. 경애는 이처럼 덕기와는 동창 관계이고, 덕기의 부친 조상훈과는 사제지간의 관계이다.   이러한 그들 상호간의 관계는 얼마 지난 뒤 바뀌어지게 되었다. 경애가 어느 정도 철이 들었을 때, 그리고 애국지사였던 그녀의 부친이 감옥에서 폐인이 되다시피 하여 가출옥하였을 때 운명의 장난이 시작되었다. 그녀의 부친이 위태하다는 소문을 듣고 조상훈은 그를 문병하러 간 것이었다. 병자는 신장염에다 기관지병이 겹쳐서 한마디로 중태였다. 상훈은 문병이 끝나고 귀가한 뒤, 인삼 몇 뿌리에 쌀 한 가마니 표와 돈 얼마가 든 봉투를 경애를 통해 보낸다. 며칠 후에는 자기 집 단골 의사를 소개하여 진찰을 받게 해 주기도 하였으나 병자의 건강이 근본적으로 호전되지는 못하였다. 결국 해가 바뀐 뒤, 노 지사는 끝내 운명하고 말았다.   임종 현장에서 당사자의 유언도 있고 하여 상훈은 지사의 남은 모녀를 잘 보살펴 주었다. 교회 안에서도 애국지사의 유가족을 끝끝내 돌보아주는 상훈의 그 독지에 대하여 칭송이 자자했다. 이럴 즈음 여학교를 졸업한 경애가 설립자 대표인 상훈의 추천으로 그 학교의 선생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훈과 경애의 관계를 두고 심상찮은 소문들이 오고갔다. 당황한 경애는 자신을 수원 지역의 학교로라도 옮겨 달라고 부탁해 보는 게 좋겠다는 판단 아래, 결국 감기로 인해 한 이틀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조상훈을 만나러 그의 댁을 찾아갔다. 그녀의 이 잦은 방문이 빌미가 되어 두 사람 사이는 깊은 관계로 변한 것이었다. 경애는 딸아이를 낳게 되었으며, 상훈의 실제적인 첩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니까 새로 태어난 그 계집아이는 덕기의 이복누이 동생이 되었고, 경애는 덕기의 단순한 동창생의 신분에서 이제는 그의 서모의 위치로까지 뒤바뀌어진 셈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변화는 경애 모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교회의 전도부인이던 경애 모친은, 세상을 숨기고 낳은 목숨(손녀) 때문에 교회에서 자연히 멀어지게 되었으며 당사자(경애) 역시 그 점은 마찬가지였다. 아니, 경애의 처지는 그 정도에서 그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 조상훈은 경애가 아이를 낳자 세상 이목이 두려워 그녀를 의식적으로 멀리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생활 대책조차 세워주지 않았다. 아이는 병들어 40도의 고열을 호소하는 형편인데도 아버지는 그의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았다. 이런 속에서 점차 경애의 타락상이 엿보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친구가 경영하는 자그마한 술집 ‘바커스’의 여급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녀인들 어찌할 것인가. 현실 타개책의 일환으로, 그리고 절망감의 가벼운 해소책의 일환으로도 그녀는 이런 길을 택할 수밖에는 없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훌륭한 아버지(애국지사)와 전도부인인 어머니, 그리고 그녀 자신도 교회학교를 거쳐 후에는 그 기독교 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기도 했던 독실한 여신도 홍경애는 이렇게 하루아침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결코 그녀의 몰락상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홍경애는 미래지향적인 청년 김병화를 만나게 되면서, 소아적이었던 그녀의 삶이 이후 점차로 대승적인 삶의 모습으로 바꾸어지게 되는 것이다.   /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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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2022-03-17
  • 한국기독교문협 제56회 서면총회, 한국 기독교문학의 질적 향상 다짐
    130명의 작품 수록한 「기독교문학」 제43집과 동화집 발행 문학사랑방과 세미나, 계간 문학잡지 발행 등 사업을 추진 사단법인 한국기독교문인협회(이사장=이수영시인·사진)는 제56회 총회를 자난 8일 ‘코로나19’로 인해 서면으로 가졌다. 이번 총회는 한국 기독교문학의 질적 향상에 중점을 두고, 문학사랑방과 세미나, 에세이집과 연간집 발간 등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또한 계간 〈기독교문학〉발행을 위한 기금모금에 앞장 서기로 했다.   이번 총회에서 이수영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서 모임과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세미나와 문학사랑방 등 행사도 갖지 못했다. 그러나 아동문학분과 주관으로 동화집 <안녕, 상상 숲 오두막>을 발간하여 회원들과 전국 도서관 400여 곳에 배포하고, 전국 서점에서도 판매중이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에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이이사장은 “해마다 발행되고 있는 〈기독교문학〉을 계간으로 발행하기 위해 기금모금 중에 있다. 지난 회기에도 회원들이 참여해 620만원을 입금해 주셨다. 이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적극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혔다.   이번 총회를 기해 연간집인 〈기독교문학〉 제43집과 동화집 〈안녕, 상상 숲 오두막〉(창조문예사 펴냄)을 펴냈다.    〈기독교문학〉은 이이사장의 「권두단상」을 비롯한 평론에 6명, 시에 90명, 소설에 5명, 희곡 1명, 동시에 6명, 동화에 7명, 수필에 14명 등 130여명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 수록된 작품들은 지난 해인 2021년의 한국 기독교문학에 대한 현주소이다. 지난 해에 발표된 작품과 그 수준의 작품 중에서 자선해 게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화집은 동협회 아동분과(위원장=이명희아동문학가)의 회원이 중심이 되어 펴냈다. 엄기원원로아동문학가의 「짹짹이네 크리스마스」를 바롯한 강정규의 「엿이야기」, 한상남의 「피피와 어린양 세모」 등 19명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수영이사장은 “‘코로나19’로 모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2020년 시집과 에세이집을 펴내고, 이번에는 동화집을 편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이사장은 “금년에도 ‘코로나19’로 활발한 활동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에세이집을 펴낼 계획을 세웠다”고 덧붙혔다. 이 에세이집은 ‘감사’를 주제로 편집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회보」4회 발행을 비롯한 △연간집 〈기독교문학〉제44집 발행 △‘감사’를 주제로 「에세이집」발행, △교회순회해 문학적 간증과 시낭송 등으로 갖는 「문학사랑방」 △한국 기독교문학의 질적 향상을 위한 세미나 △계간 〈기독교문학〉발행을 위한 기금모금 등 사업을 확정했다.   한편 동협회는 이날 임원회를 기독교신문에서 갖고 서면총회에 따른 결의사항을 점검했다. 이이사장은 “무엇보다도 금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세미나와 문학사랑방 등 모임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 같다”면서, “문학을 통한 하나님나라 확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문학사역을 위한 하나님의 종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임원회에서는 에세이집 발간을 위한 편집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에는 현재 수필분과 위원장인 박정미수필가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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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16
  • 인간화 지향과 기독교 신비주의(5)-박계주의
    박계주의 <순애보>의 주인공 최문선은, 자신이야 이왕 실명(失明)되었지만 이 청년(이치한)만은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법정에 서게 되었을 때 실제적으로 그 청년 대신, 자신이 모든 범행을 저지른 당사자라고 거짓 증언을 함으로써 진범인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마는 것이다. 이리하여 최문선은 꼼짝없이 인순이란 이름의 여인을 살해한 살인범이 되고 만다. 그가 사형이란 극형을 언도받기까지, 수사를 받던 과정에서 형사로부터 견디기 어려운 악형(고문)을 받고 있었으며 그 고통이 너무도 심하여 일시 유혹도 받았지만, 그는 끝내 진범(이치한)을 고해바치지 않았다.   십자가의 고난과 사랑의 정신을 이어받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런 아픔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강간 살인 누명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다가 고문이라는 육체적 고통까지 극한에 달해 있었던 그의 처지를 헤아리면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예수의 가르침, 곧 진리를 말로만 하거나 글로만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생활(실천)할 수 있는 첫 문이 열리게 된 기회가 그 혐의 사건을 계기로 하여 자신에게 찾아오게 되었다고 느꼈다.   그렇게 받아들이자 문선은 진리를 비로소 생활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을 기쁘게 여기게 되었고, 또한 진리를 생활(실천)할 수 있는 ‘행복’을 가져다준 그 청년에 대하여 우정마저 느끼게 되었다. 불행의 근원인 원수가 당장 행복을 가져다주는 친구로 변했던 것이다. 결심 공판에서 문선은 자신의 추악한 누명을 “나의 십자가로 여겨 기뻐한다.”고 하였다.   강간(미수) 살인이라고 하는 추악한 누명조차도 십자가의 기쁨으로 변할 수 있었는데, 이는 문선의 신앙에 깃들어 있는 ‘고난의 신비주의’ 정신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십자가의 고난의 신비주의로 인하여 문선은 사형이라는 극형을 언도받고서도 그 얼굴에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실망하는 빛도 없이 태연할 수 있었으며, 객관적인 부당한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항소조차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기가 앞으로 당하게 될 처형(處刑)을 하나님이 자신에게 내리신 은혜요 선물이며, 더 나아가 하나님이 자기에게 베푸시는 영원한 사랑이라고 느끼면서 감격의 오열마저 터뜨리는 최문선의 경지는 가위 ‘사랑의 신비주의’의 극한의 경지라고 할 수 있겠다.    자기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다는 감격과 함께 그러한 사랑의 은혜를, 이웃(이치한)에 대한 순진무구한 사랑으로 갚음으로써 곧 주님의 사랑의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여기는 최문선의 심적 상태는 ‘사랑의 신비주의’의 한 전형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 아래와 같은 이용도의 신비주의적 태도를 대비적으로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주님께 드리고 싶은 그 의복을 불쌍한 형제들에게 나눠주고, 주님께 대접하고 싶은 그 음식을 거지에게 나눠 먹이어 이로써 예수를 사랑하고 싶은 애끓는 정을 표하는 것이올시다.”   최문선의 이치한에 대한 사랑은 곧 그(치한)에 대한 사랑을 통하여 주님께 대한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하는, 바로 그 ‘사랑의 신비주의’ 정신의 발로에서 나온 것이라 하겠다. 원수를 친구로 여기며, 불행을 행복으로 여기는 일, 그리고 누명 쓴 것을 십자가로 여겨 기뻐한 일, 게다가 앞으로 당할 처형을 하나님의 선물이요 은혜 내지는 사랑이라고 여겨 ‘감격의 오열’을 터뜨린 일 등, 이러한 사실들은 곧 “고난과 사랑의 신비주의”라는 관점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는 특이 사항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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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08
  • 「창조문예」서 시상식 · 300호 발행 감사예배, 한국문학 발전과 향상에 기여키로
    25년동안 한 호도 결호없이 300호까지 발행한 저력을 과시 ‘창조문예’통해 한국문학 속에 기독교문학의 육성에 기여 월간 『창조문예』(발행인=임만호시인)는 제18회 『창조문예』문학상 및 제9회 『창조문예』문예상, 그리고 지난 해에 등단한 신인 5명에 대한 등단패 수여식을 지난 18일 밀알학교 강당에서 갖고, 한국문학의 발전과 향상에 기여키로 다짐했다. 『창조문학상』은 김년균원로시인, 『창조문예』문예상은 권은영시인이 수상했다. 또한 『창조문예』 300호 발행과 크리스찬서적 46주년을 맞아 감사예배도 드렸다. 이날 제1부 감사에배는 『창조문예』문인회 부회장인 김광영시인의 사회로 시인인 김상곤목사의 기도, 시인인 소강석목사의 「사과나무 아래서 쓴 연서」란 제목의 설교, 시인인 박종구목사의 축도 등 순서로 진행했다. 제2부 시상식은 『창조문예』주간인 최규창시인의 사회로 진행했다. 임만호 발행인의 인사말에 이어 문학평론가인 이명재교수(중앙대)의 심사평, 시상식, 등단패 및 공로패 수여. 축사에는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인 이광복작가와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직전 이사장인 손해일시인, 복음성가 가수인 김석균목사의 축가, 케익절단 등 순서로 진행했다. 특히 『창조문예』문학상 수상자인 김년균원로시인과 『창조문예』문예상 수상자인 권은영시인에게 상패와 상금을 수여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제2회 추천’제도에 의해 등단한 최귀례시인과 박예손소설가, 신현숙시인, 신길자수필가, 김영애수필가에 대한 등단패수여식과 『창조문예』문인회 직전회장인 김송수시인에게 권은영회장이 공로패도 수여했다.   이날 『창조문예』문학상을 수상한 김년균시인의 시집 『자연이다』는 이 시대의 화두인 자연환경 문제에 대한 걸맞은 소재와 주제로 형상화했다. 심사위원 들은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의 ‘창조질서 보전’이란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다.”면서, 하나님이 자연을 창조해 주셨고, 우리는 그대로 보전해야 할 책임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전보다는 파괴만 일삼아 왔음을 일깨워 주는 잠언적인 시들이다. 이러한 그의 시들은 자연 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꽃을 비롯한 풀과 산 등 시적 대상에 대한 적절한 은유와 상징의 기법으로 깊은 의미를 담아 감동을 준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세속에 물들지 않고 순박하고 순수한 서정적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간결한 서정적 시어와 선명한 이미지의 창출로 시를 구성하고 있다. 시어의 배열과 간결함, 구성의 통일된 질서를 유지하기 때문에 시의 틀이 견고한 것도 그가 지닌 장점이다. 또한 『창조문예』문예상을 수상한 권은영시인의 시집 『길 위에서』는 자연과 고향, 그리고 신앙의 대상인 하나님의 세계를 추구했다. 깊은 서정과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인 신앙의 시각이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시들은 서정과 신앙을 접목해 문학적 상상력으로 전개했다. 이러한 시들은 선명한 이미지와 부드럽고 따뜻한 시어로 추구해 ‘일깨움’과 ‘깨달음’의 감동을 준다. 시적 대상에 대한 감각적인 이미지로 구성하고 전개하는 기법의 성숙함을 보여 준다. 시적 대상인 자연과 사물, 그리고 신앙의 삶을 그대로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화된 삶의 모습으로 대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 대부분은 ‘일깨움’과 ‘깨달음’으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권은영시인은 이 시집에서 시적 대상인 자연과 사물, 그리고 일상생활 속의 삶이 지닌 이미지를 객관화된 삶으로 극대화시키고 있다. 존재하는 대상을 설명해 전달하기 위한 수식적 형식이 아니라, 역동적 상상력에 의한 이미지로 변용시킨다. 인위적이고 추상적인 관념을 배제하고, 구체적인 이미지에 의존하여 감각적이고 구체적이며 감성적이다. 이미지는 감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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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08
  • 인간화 지향과 기독교 신비주의(4)-박계주의
      박계주의 <순애보>에 나타난 기독교 정신은 한마디로 말해 고난과 사랑의 정신이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상당수의 인물들이 사실상 극도의 아픔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고통은 마치 예수께서 커다란 아픔(고난)에 처해 있으면서도 정작 장본인인 예수는 그 아픔을 통감하지 못하는 것과도 같은 그런 성격의 것일 뿐이다.   객관적인 위치에 있는 제삼자(독자)의 처지에서 보면 무척 고통스러울 위치에 놓여 있는 인물들이지만, 그러나 정작 그 장본인(등장인물)들은 신비스럽다고 할 정도로 ‘태연스러운’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순애보>의 등장인물은 일종의 ‘이용도의 분신’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쫓기는 위치에 처해 있는 한준명이나 최태용, 또는 김성실과 같은 사람들(모 두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들)을 멀리함으로써 지금껏 자신에게 가해져온 오해를 스스로 풀어볼 궁리는 전혀 해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포용함으로써 그 자신이 그들과 똑같다는 평가를 받는 위치에 처해짐으로 인해 완전히 피해만 입는 이용도였지만,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 조금도 후회하거나 하지 않는 경지에 들어가 있었으니 그가 괴로울 것이 무엇이었겠는가? 마찬가지이다. <순애보>의 등장인물들은 거개가 이용도의 이러한 마음을 닮아 있다. 그러나 이용도의 그 ‘고난을 감내하는 마음’이 다른 데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바로 예수의 그 무한대한 ‘사랑’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었듯이, <순애보>의 등장인물들의 그 ‘고통을 느낄 줄 모르는 마음’들도 바로 그 ‘사랑’ 때문에 있게 된 것이었다. 결국 이용도에게 있어서 ‘고난과 사랑’이 서로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것처럼 <순애보>의 등장인물들의 그 ‘고난과 사랑’도 서로 불가분의 관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때의 고난과 사랑은 거의 신비적인 것이라고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면 신비주의에 깊이 빠진 이용도와 같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거의 견딜 수 없는 고난, 또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서는 결코 실천에 옮기기 힘든 사랑, 마치 산상수훈에나 나타나는 그런 극한적인 사랑이 박계주의 <순애보>엔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작품(‘순애보’) 속에 ‘고난의 신비주의’와 ‘사랑의 신비주의’가 나타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 등장인물들은 고난 속에서도 극한적인 사랑을 기울이는, 무아와 황홀의 지경에 빠져 있는 열광주의적 신앙의 소유자들이다. 그 때문에 ‘고난과 사랑의 신비주의’가 이 작품 전편을 관통하고 있는 기독교 정신이라고 표현하여 대과(大過)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강조적으로 덧붙이지 않으면 안 될 사실은, 이용도에게 있어서 고난과 사랑의 신비주의가 결코 무슨 신학적인 이론이 아니라 그것은 언행일치의 실천 단계로 곧장 이어진 것이란 바로 그 점이었듯이, <순애보>의 등장인물들도 그 점에 있어서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 최문선은 자기를 눈멀게 하고 강간 살인범으로 몰아넣은 진범(이치한)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에게 원망의 감정을 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주인공이 살인혐의를 뒤집어쓰고 투옥돼 있으면서도 진범을 고해바치지 않은 행위 속에는 거의 그리스도와의 합일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아니고서는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 수반되고 있으며, 그의 그런 행위 속에 극한적 이웃사랑의 정신이 엿보인다 하겠으니, 이런 이상주의적이고 현실초월적인 장면 설정 속에서 우리는 예의 그 신비주의적 요소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2-01-26
  • 인간화 지향과 기독교 신비주의(3)-박계주의
      박계주의 <순애보>에 나타난 이용도의 기독교 사상을 알아보기 위해, 우선 이용도의 사상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부터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이용도 사상의 골자는 ‘고난의 신비주의’와 ‘사랑의 신비주의’이다. 먼저, 이용도의 신비주의의 특징은 ‘고난 받으시는 예수 신비주의’이다. 그의 신비주의의 목표는 십자가를 진 고난의 주를 몸소 체험하고 우리도 그리스도처럼 아픔을 체험함으로써 그리스도와 합일을 이루는 데 두고 있다.   이런 가르침을 그는 주로 요한복음을 통해 받고 있다. 예수께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말하기 시작하자 곧 그에게 죽음의 위협(고난)이 따르게 된다는 것이 요한복음의 독특한 내용 설정이라면, 예수의 고난은 숙명적이요 불가피한 것이며, 그런 예수의 고난의 길을 따라야 할 이용도나 다른 신도들의 고난도 숙명적일 수밖에 없다. 자연히 성 프란체스코처럼 가난을 거룩하게 보고 청빈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삶을 살았던 이용도는 예수의 가르침에 따른 실천적인 삶을 스스로 살았던 인물이었다고 하겠다. 이처럼 그의 고난의 신비주의 사상은 그의 그런 삶의 실천이란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다.   다음 그의 고난의 신비주의는 동시에 ‘사랑의 신비주의’이기도 하다. 그에게 고난의 신비주의와 사랑의 신비주의는 불가분의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표리일체의 관계라고 할 것이다. 이용도의 그리스도 사랑의 이해 기반에는 시무언(是無言)의 사랑, 곧 침묵의 사랑이 개입되어 있으니, 이는 곧 무차별적이며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구약의 아가서적 모티브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그의 사랑의 신비주의는 그 열도가 역시 아가서의 한 구절인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정도만큼 강렬하다.   이용도의 신비주의에는 예수께서 그 중심에 있다. 이용도는 예수를 요한복음과 아가서에 기준하여 아픔(고난)과 사랑의 본질로서 이해하는 것이다. 이용도는 예수의 사랑의 지상 명령에 자기 자신을 굴복시켰지만, 그러나 그의 사랑의 신비주의는 어느 면에서 사랑의 무제약적인 면을 보이는 약점도 노출시키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문학자 조동일이 <순애보>를 논하는 가운데 아래와 같은 해석을 내린 것이 보이는데, 이는 오히려 이용도의 기독교 사상을 이해함에 역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같다.   “주인공이 강간, 살인의 누명을 쓰게 한 원수를 너그럽게 용서하고 주인공이 사형언도를 받는다고 했다. 그런 무의미한 희생이 기독교 정신의 발로라고 하면서… 가치관의 혼란을 일으켰다.” 여기서, 물론 주인공의 그런 행위가 ‘무의미한 희생’일는지도 모르며, 어느 면에선 ‘가치관의 혼란’을 야기시켰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기독교 정신’ 발로의 결과인 것만은 분명한데, 그 정신이 곧 이용도의 ‘사랑의 신비주의’인 것이다. 이렇게 설명할 때만 그 ‘사랑의 무제약적인 면’, 또는 주인공의 ‘소박한 무차별의 사랑’이 이해될 수 있다. 또한 국문학자 조동일은 이 작품이 “원수를 사랑한다는 기독교적인 사랑을 이광수 소설에서보다 더욱 강하게 역설했다.”라고 했는데, 여기 ‘이광수의 기독교적 사랑’보다 더욱 강하게 역설된 내용이란 것이 달리 말하면 곧 이용도의 ‘사랑의 신비주의’인 것이다. 이용도의 신비주의적인 사랑이 곧 이광수의 평범하고도 일반적인 사랑보다 더 강렬할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볼 때 평론가 홍정선이 “<순애보>의 사랑은 이광수 소설의 사랑을 그대로 베껴온 것”이란 요지로 말한 것이 실은 이용도의 신비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2-01-16
  • 인간화 지향과 기독교 신비주의(2)-박계주의
    박계주가 이용도로부터 사상적 영향을 받게 된 역정(歷程)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박계주가 ‘예수교회’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게 된 전후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박계주(朴啓周, 1913-66)는 만주의 간도 용정에서 태어났다. 그가 그곳의 영신중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해(1931)에 이용도 목사가 간도의 용정에 부흥회를 인도하기 위해 들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서운(曙雲) 박계주는 중학교 4학년 시절부터 기독교회와 관련을 맺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는데, 증거는 미약하지만, 박계주가 1931년 감리교회와 관련을 맺게 되었던 것은 감리교의 부흥목사 이용도의 영향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특히 그의 그 후의 행적에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지 않을 수 없다고 하겠다.   그는 1932년 중학을 졸업하고서 곧 어느 감리교 계통의 소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다가, 1933년 미국 유학의 길을 찾기 위해 감리교 신학교를 지망해 스칼라십을 얻어냈지만, 안타깝게도 연령 미달로 대기 상태에 있다가 새로이 뜻한 바가 있어 사설수도원인 신학산(神學山)에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그는 백남주(白南柱) 목사등의 권유를 받아 평양의 중앙선도원으로 가게 되는데, 그해(1933) 6월 그곳에서는 백남주와 이용도 등이 중심이 되어 ‘예수교회’란 새 교파가 창설되었고, 그때 초대 선도감으로 이용도가 선출되었던 것이다.(그러나 이용도는 이 일이 있은 몇 달 뒤, 불행하게도 서거하였다.)   백남주 목사의 권유로 박계주는 그해(1933)에 중앙선도원의 기관지인 월간 <예수>를 창간하고 그 편집 책임자가 되었다. 중도에 <예수>지 편집 일을 그만둔 적도 있었지만, 1937년 또다시 <예수>지 편집 일을 맡음으로써 그는 <예수>지 편집에 전후 4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초대 선도감 이용도의 정신이 크게 지배하고 있던 ‘예수교회’의 중앙선도원에서 기관지 <예수>를 발간하는 편집 책임자로서 4년여 재직하던 그 시기에 그는 <순애보(殉愛譜)>란 소설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그 작업을 완성해 1938년 매일신보에 응모하여 당선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박계주가 1933년 <예수>지 편집 책임을 맡기 그 이전, 그는 한 신문의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赤貧>(1930)이 가작으로 뽑힌바 있으며, 그 다음해 다른 작품 <혁명전선에 나서는 소년형제>를 <민성보> 한글판에 발표하기도 하는 등 문학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고 보겠다. ‘예수교회’ 창설자 이용도는 1933년 10월 서거했으나 그 자신이 뿌린 씨앗, 곧 그의 기독교 정신은 박계주의 <순애보>를 통해 5년 뒤 그 문학적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여기서 이런 단정을 내리는 것은, 박계주가 ‘예수교회’의 회원으로 그 기관지 <예수>를 편집하는 책임을 맡았었다고 하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그의 소설 <순애보>가 그 교파의 초대 선도감이었던 이용도 목사의 사상을 영향 받게 되었을 것이라는 개연성에만 기대어 하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개연성으로 충분하다.   박계주의 <순애보>가 이용도의 기독교 사상을 다분히 영향 받았다고 할 때에는 그 작품의 내용과 이용도의 기독교 사상 사이에 분명한 일치점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그 이외의 몇 가지 점 등이 합해져, 이 작품이 틀림없이 이용도의 영향 하에서 집필된 것이란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하에서 이와 같은 면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가보기로 한다. 이는 곧 이용도의 ‘고난과 사랑의 신비주의’가 어떻게 <순애보>에 반영되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일이 될 것이다. /조선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2-01-04
  • 월간목회 「마음이 상하다」를 특집, “정신질환, 신체적 건강 손상된 상태”
    월간목회  성경, 절대적 진리로 행동과 심리에 위대한 교과서 「창조문예」는 300호 특집·문인들 신년설계도, 「신앙계」는 정인찬총장의 인생스토리 게재 SNS 시대에 맞는 종교의 새로운 실천을 고민해야  기독교사상 1월호 기독교잡지들이 발행됐다. 〈월간목회〉는 「광야의 시간(1)-마음이 상하다」를 특집으로, 〈기독교사상〉은 「SNS 시대와 기독교」란 특집을 기획했다. 〈신앙계〉는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 대학교 정인찬총장의 인생 스토리가 실렸다. 〈창조문예〉는 300호 특집으로 임만호회장의 기념사를 비롯하여 축시, 축사, 문인들의 신년 설계가 실렸다.   〈월간목회〉는 「광야의 시간(1)-마음이 상하다」란 특집에서 한혜성원장은 정신과 질환을 건강의 문제로 이해하는 관점이 한국 기독교 안에 확장되어야 한다. 정신과 질환을 의지와 영성의 문제가 아닌 신경계의 불균형이 물리적으로 일어나 신체적인 건강이 손상된 상태로 접근해야 한다. 정신과 치료의 본질은 고통당하는 이들의 곁에 그저 함께 있는 것으로서 교회에도 판단과 정죄, 권면 대신에 그들과 함께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김선화박사는 기독교 상담의 목적은 내담자가 예수 그리스도와 개인적 관계를 맺고 하나님과 관계가 성숙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성경은 절대적 진리로서 인간행동과 심리에 가장 분명하고 위대한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실제적 치유의 과정에서 성령의 초자연적인 치유의 능력을 의지하고 그 인도하심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기독교사상〉은 「SNS 시대와 기독교」란 특집에서 이성민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SNS 시대에 맞는 종교의 새로운 실천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SNS 소통의 특징으로 ‘비동기성’을 꼽았다. SNS를 이용하면 실시간 소통이 아니라 원할 때 소통할 수 있으며, 다수의 사람과 동시에 소통이 가능해진다. 또한 SNS는 권위가 아닌 ‘주목’을 가장 큰 가치로 만들고 상향식 소통을 보편화했다.   또한 조성돈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먼저 매체가 변화하면 콘텐츠도 변해야 함을 강조하며, 유튜브 설교와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한 소그룹 모임을 예시로 들어 그 내용과 구성이 변화해야 함을 지적했다. 두 번째로 필자는 SNS가 개인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다’고 말하는 SNS의 관계 맺기를 살폈다. 세 번째로 필자는 SNS로 인해 조직 중심, 건물 중심의 교회와 목회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손승호박사(명지대학교 강사)는 그중에서도 유튜브를 통해 에큐메니컬 진영을 비판하는 세력을 소개 및 분석하고 그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NCCK는 지난 10월 NCCK에 대해 비합리적인 비난을 가하는 채널들에 대해 대응할 것을 결정했다.    〈신앙계〉는 특집으로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정인찬 총장의 은혜로운 인생 스토리가 실렸다. 베스트셀러 ‘풀꽃’의 나태주 시인,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노숙인자활쉼터 ‘소중한 사람들’을 운영하고 있는 유정옥 사모, 통일을 준비하는 탈북민 이야기 등이 연재 중이다. 또한 소설가 김성일 장로의 간증, ‘연탄길’의 이철환 작가 등의 글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대천덕 신부의 원고 중 엄선해 ‘다시 읽는 산골짜기에서 온 편지’ 연재를 새로 시작했다.   〈창조문예〉는 300호 특집으로 임만호회장의 기념사를 비롯하여 축시, 축사, 문인들의 신년설계가 실렸다. 「작가연구」스물여덟 번째로 김지원시인의 「가을음계」외 9편과 연보 「나의 문학 나의 신앙」 작품론 등을 수록했다. 「신작 다섯 편」으로 허형만, 박재화시인의 시가 수록됐고, 또한 이성교시인의 추모 특집으로 연보, 시 「강릉에 오면」 외, 추모사, 조시, 시평이 실렸다. 그리고 「망우리공원 문인열전(6)」으로 정종배시인의 「일제와 독재에 까칠했던 민족시인 김동명」, 「‘자연’과 ‘인간’, 그리고 ‘회복’의 삶(22)」으로 박정미수필가의 「바다의 정원」이 게재됐다.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1-12-29
  • [신년에세이] 새해 하나님과 동행하기
    하나님과 동행하는 믿음 앞에 큰 은혜의 바다물결이 넘쳐오고 새해에 우리가 알아야 할 새로운 사실은 무엇인가? 사람은 마땅히 사랑을 받는 대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진리를 다시 마주하는 것이다. 그것을 아는 것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완성의 밑그림이 되어 줄 깨달음이다.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삶의 응답은 매우 풍성하고 안정적이 될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심으로 사람을 향한 역사 또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셨다고 친히 선포하심으로 알 수 있다(창1:28). 사람이 신의 소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기 위해 삶의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된다. 때로는 혹독한 시련과 고통이 수반되지만, 역사의 체험은 인류애를 실현하려는 하나님의 당위성과 인간의 선한 의지를 불려온다. 정의와 공의는 강해지고 확장되어 꽃피게 될 것이다.   이사야 11장 9절에 “내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니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라는 환희에 찬 미래를 위해 우리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떠야 한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쫓아 사랑 안에 거하며 그 사랑에 응답하는 사람으로 견인되어 지고 있다. 하나님을 아는 마음이 온 세상에 가득함으로 모든 전쟁과 다툼과 시기와 분쟁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마침내 세상은 자기애가 아닌 이타적인 사랑의 지식으로 충만케 될 것이다.   이러한 세상은 오직 하나님과 사람의 협력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이사야 5장 24절에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라는 요구는 우리 인간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러한 사명을 깨닫는 일은 어디에서나 싹이 틀 것이다. 오직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인의 위치에 선다는 것은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있을 때이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히브리서 11장 8절에서 말하고 있는 사실이 무엇인가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믿음의 인지란 내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믿음을 말한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셔서 나의 모든 악함과 약점을 고치시려고 십자가의 사랑으로 임하셨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너무나도 보편적인 사실이 되어 버린 복음이지만,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삶 속에서 감화와 감동으로 느껴져야 한다. 이러한 사랑을 느끼고 살아갈 때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모든 것을 보는 대로 판단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사랑으로 응답하는 삶이 된다. 살아계신 하나님과의 만남은 기사와 이적을 체험하며 은혜로운 삶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하나님을 만나는 힘 있는 믿음의 소망으로 나아가자. 내가 형통할 때 삶이 가볍고 즐거운 전진을 할 수 있다면 감정에 속한 믿음일 뿐이다. 오직 주님의 사랑을 알고 느끼는 사람은 그 사랑에 감화되어 하나님과 동행함으로 하나님을 신뢰하여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고난과 아픔 속에서도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려는 참된 자아가 행한 것이 된다. 안전하고 편안한 삶에 대한 불안한 감정보다 참된 의지로 하나님을 찾을 때이다.    하나님의 사랑에 응답하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믿음 앞에 큰 은혜의 바다 물결이 넘쳐오는 새해의 아침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회복되기 위한 새로운 과정 앞에 담대히 사랑에 신뢰를 보내자. 희망의 의지와 벅찬 기쁨의 마음 문을 열고 힘차게 출발선을 향해 나아가자  /대전반석교회 목사 · 수필가
    • 출판/문화/여성
    • 문학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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