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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문학 산책 49
- 그녀는 술에 취하여 잠을 자다가 꿈속에서 울었다. 경아는 만준에게 받은 위자료로 사업이라고 하다가 다 털어먹는다. 그녀는 술에 절어 살다가 자신의 팔뚝에 청색잉크로 그려진 하트모양의 문신을 새기고 소유권을 행사하는 이동혁이라는 사내에게 농락을 당하며 술집 호스티스가 되었다. 경아는 그녀가 나가던 술집에서 대학 미술과 강사이자 화가인 김문오를 만나게 된다. 문오의 6층 꼭대기 층 아파트에서 문오와 경아가 동거하게 되었다. 문오는 경아의 재롱과 응석에 빠지고 그녀는 사람 좋은 문오에게 푹 빠진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에다 남자들에게 짓밟혀 온통 멍투성이인 그녀와 이지적이고 로맨틱한 문오의 사랑은 계속될 수 없었다. 게다가 경아에게 문신을 새긴 이동혁이라는 사내가 나타나서 소유권을 주장하며 문오와 경아를 괴롭혔다. 경아는 깨어 있으면 술병을 들고 살았다. 술에 취해 넋두리를 하며 울었다. 문오와 경아는 아파트 창문 베란다에 팔꿈치를 괴고, 아까의 눈물은 말끔히 가셔 정결한 얼굴로 밤하늘을 오도마니 쳐다보았다. “별이 예쁘군.” 나는 나지막하게 말을 하였다. “별이야 예쁘죠. 멀리 있으니까요.” “그런가.” 나는 웃었다. “그렇군” 경아가 조그만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아가야, 나와 놀자, 달마중 가자. 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 검둥 개야 너도 가자 냇가로 가자.' 6 문오도 입술만 꼬부려 휘파람을 불어 경아가 부르는 노래에 따라 부르고 있었다. 경아는 어릴적부터 노래를 잘불렀고 장래에 성악가가 되고 싶었었다. “들어가요. 바람이 차요.” “그런가, 벌써 가을이군.”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경아가 잠옷 바람으로 입술을 빨면서 흘리듯이 말했다. “왜 겨울이 좋나?” “난 겨울이 좋아요. 먹을 것만 많으면 겨울이 제일 좋잖아요?”7 겨울의 한 가운데에 이르러서 경아는 문오에게 소원을 말한다. 최인호 작가는 경아를 겨울여자로 묘사한다. 겨울을 좋아한다는 경아의 희망은 자신이 죽어 눈내리는 겨울 강가에 뿌려지는 것이다. 그의 육신이 재가 되어 강가에 뿌려지지만 그 우로 하얀 눈의 진혼곡이 내려진다. “난 가족도 없으니까 죽으면 화장해서 눈 내리는 강가에 뿌려줬으면 좋겠어요. 난 그게 소원이에요. 아니, 내 희망이에요.”8 경아는 죽을 땐 예수 믿고 죽겠다고 한다. 그래서 천당 가겠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안 믿기지만 죽기 하루 전엔 교회에 나갈 테라고 문오에게 말한다. “난 내일 일을 몰라요. 난 내 한 몸이라서 갈 곳도 없고 그래서 딱히 갈 곳이 없으면 죽고 말테예요.”9 이동혁이 찾아와 문오에게 경아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부터 경아는 점점 술에 취해서 살았다. 문오는 경아에게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경아가 아파트를 떠나고 문오는 고향에 내려갔다가 대학에 강사자리를 은사가 추천한 편지를 받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 문오는 초가을 학교의 젊은 강사들과 시내에 들러 술을 마시고 이차로 가자고해서 들린 곳이 조그마한 맥주홀이었는데 그 곳에서 경아를 다시 보게 되었다. 문오가 경아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그 해도 저물어가는 연말 추운 겨울날 밤이었다. 경아의 소유권을 주장했던 이동혁이 문오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왔다. 동혁은 술에 쪄들어 주정만 일삼는 경아를 매질로 다스려도 보고 했지만 어찌 할 수 없어서 포기하고 문오에게 넘긴다는 것이다. 자신은 이제 배를 타러 부산으로 내려간다며 종이쪽지에 적힌 경아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다음 날 문오는 연말의 들뜬 분위기로 흥청거리는 미아리 언덕 부근, 경아가 있는 술집을 찾았다. 경아는 추했고 몸은 굉장히 비대해져 있었다. 용모에도 관심이 없는 듯 되는대로 화장을 한 모습이었다. 경아는 문오에게 백 원짜리 한 장을 달라고 해 그 돈으로 밴드를 불러 노래를 불렀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무대 위로 올라가 마이크 앞에 서서 노래자랑에 나온 초등학교 아동처럼 두 손을 모으고 노래를 불렀다. 운다고 옛 사랑이 오리요마는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 누가 불러주나 휘파람 소리 10 최인호 작가는 경아가 부르는 노래말처럼 그녀에게서 사랑이 떠나감을 예고한다. 경아는 갈라지고 탁해서 마치 남자가 노래부르는 것 같았지만 술마시던 사람 중의 하나가 박수를 치고 재청을 청했다. 경아는 망설이지 않고 문오와 동 거하던 시절, 별을 보다가 부른 '아가야 나와 놀자.달마중 가자'를 재창으로 옛날 순박한 시절을 노래했다.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6. 최인호, 별들의 고향 2 209-210쪽 여백 2013 7. 최인호, 별들의 고향 2 216쪽 여백 2013 8. 최인호, 별들의 고향 2 261쪽 여백 2013 9. 최인호, 별들의 고향 2 262쪽 여백 2013 10. 최인호, 별들의 고향 2 369쪽 여백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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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문화/여성
-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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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문학 산책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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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문학 산책 48
- 이렇게 경아는 만준과의 만남을 이어가게 되던 어느 날, 만준의 승용차로 스카이웨이를 달리다가 멈춰 서서 만준과 단둘이 식사를 하였다. 둘은 밖으로 나갔다. 눈 아래 서울의 야경이 명멸하고 있었다. 둘은 아무 말도 없이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맑은 하늘 위에 동전보다 큰 달이 걸려 있었고 별들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결혼해 주십시오.” 만준이가 경아를 쳐다보며 떨리는 소리를 내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경아 씨.”(3) 경아는 만준의 어깨 너머로 하늘의 별을 쳐다보았다. 경아가 좋아하는 별은 어디에 있을까. 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마다 경아가 점 찍어둔 그 가물가물 보일 듯 말 듯 연연한 빛을 던지고 있는 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를 찾았다. 만준은 경아의 약지 손가락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워주며 청혼을 했다. 경아는 신혼여행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층계에 밀레의 만종 복사화를 사와 붙여놓고 꽃을 사다 응접실에 그리고 방마다, 나중에는 변소까지 꽃을 꽂아놓았다. 그녀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은 방방마다 만준의 죽은 전처의 사진이 벽에 붙여져 있고 숫제 응접실 벽에는 초상화까지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경아가 사진과 그림을 치우려는 의사를 청주댁에게 했더니 그녀가 펄쩍 뛰는 것이었다. 청주댁은 이층 구석진 방에는 경아에게 죽은 전 마님이 있던 방에는 마님이 쓰던 물건이 고스란히 있다고 했다. “나도 몇 번 들어가 본적이 있었지만 주인 양반님은 하루에 몇 번 그 방에 들어갔다 나오시 곤 한다우, 이건 참 이상하지만 밤에도 그 방에 들어갔다가 나오시곤 해요, 아 글쎄 그 방 엔 죽은 마님의 잠옷같은 것이 그대로 걸려있고 거의 십 년 전에 돌아가신 전 마님의 옷가지랑 화장도구가 그대로 놓여 있다우, 거참 이상도 하지, 아마도 주인 양반님이 죽은 전 마님을 너무 사랑한 모양이우, 하지만 이렇게 예쁘고 이렇게 참한 아가씨를 맞았으니 갑자기 할 생각을 말고 차츰차츰 없애 시구랴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다.(4) 경아는 청주댁의 조언을 받아 만준의 죽은 전처의 흔적을 지우는 것을 늦추다가, 인근 구멍가게에서 젊은 청년을 두 명 불러다 만준의 전처 물건을 김장독을 쌓아두는 지하실 속으로 옮겼다. 직장에서 돌아와 이 사실을 알게 된 만준은 분노했다. 어느 틈엔가 경아는 한숨을 자주 쉬는 여인으로 변해버렸다. 최초의 남자인 경아를 망가뜨렸듯이 두 번째의 만준이가 주는 음습하고 우울한 생활은 경아를 조금씩 조금씩 파괴하고 부서뜨리고 있었다.(5) 경아는 의처증이 있는 만준으로 인하여 전처가 자살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무렵부터 경아는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가 헛구역질을 하게 되어 임신인 줄 알고 만준의 선배 되는 종합병원 산부인과 의사 김상필 박사의 진료를 받게 되었다. 김 박사는 본의 이니게 타인과의 행위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않고, 경아의 소파 수술의 흔적을 만준에게 알려주게 되었다. 경아가 영석이로 인해 임신을 했고 허름한 산부인과에서 소파수술이 잘못되어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 사실을 만준이 알게 되었다. 아내에 대한 병적인 만준의 의처증이 발동되어 경아는 결혼한 지 십 개월도 채 못 되어 두 번째 버림을 받았다. 스물두 살, 찬연히 피어오르는 한참 나이에 경아는 버림을 받았다. 그리고 이미 함부로 무너져 있었다. 눈만 뜨면 술을 마시고 핸드백 속에는 신경안정제를 넣고 다니고 있었다. 경아는 겨울이 끝나기 전에 이혼 도장을 찍었다. 언젠가 겨울에 버림을 받았듯이 또 한 번의 지루하고 긴 겨울의 침묵 속에 침몰했다. /안준배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문학평론가 3 최인호 별들의 고향1 246-247쪽 여백 2013 4 최인호 별들의 고향1 296-297쪽 여백 2013 5 최인호, 별들의 고향1 332쪽 여백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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