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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5.3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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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6월이 오면,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전쟁을 생각한다. 이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보다, 배워서 '생각하는' 세대가 더 많아졌고, '생각하지 않는' 세대도 적지 않다는 뉴스를 접하며 염려하게 된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휴전 상태로 멈춘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무너지고 찢긴 강산을 회복하고 재건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재건의 과정에서 국가와 민족은 개인의 소소한 소망에 앞서는 최우선적 가치가 되었고, 국가경제라는 명분으로 특정 기업에 막대한 지원과 이윤을 몰아주었다. 2023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세계 12, 군사력 세계 6위의 순위는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외국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행사에서 태극기가 올라가고,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드라마와 노래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감사하고 감동한다.

 

지난 70년은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사에 기록될만한 성장과 부흥을 이룬 시기이기도 하다. 이 땅의 가난한 민중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과 이 땅에서의 축복을 선포하며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다. 또한 성장의 과정에서 희생을 강요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시대의 불의에 맞서는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였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부흥과 성장은 한국사회의 다양한 이해를 조정하고 인도하는 성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다양한 이해에 편승하여 신앙과 신학의 차이를 내세우며 분열과 반목의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닌지 염려된다. 광장에서 태극기를 들고, 정치적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예배드리는 이들을 향한 시선이 고울 수 없다. 삼일절 기념주일과 광복절 기념주일 예배를 드리며 강단에 세워진 태극기를 보면서 우리나라와 민족을 인도하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뭉클해졌던 마음과는 사뭇 다르다.

 

사도행전 13장에서 자신이 이방인의 사도로 부름 받았음을 고백한 바울은 로마서 9장에서 육신의 골육과 친척을 위하여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구절을 통하여 민족교회와 국가교회를 정당화했다. 그리고 교회 앞에 국가 명을 붙여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한국교회와 미국교회, 일본교회와 독일교회 등의 명칭이 그렇다. 오늘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국가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묻게 된다. 일제하 삼일운동과 임시정부, 그리고 무장독립운동에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기도하고 목숨을 걸고 제국주의에 맞섰다.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기꺼이 순교의 길을 걸었다. 그분들의 믿음과 나라사랑이 오늘의 자유로운 민주국가의 초석이 되었음을 기억하며 감사하게 된다. 이 땅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이유이며,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70년을 맞으며 안타까운 이유이다.

본래 교회는 '하나의 보편적인' 교회이다. 여기에 '거룩하고 사도적인' 본질을 추가하여 교회의 표지, 즉 증거라고 부른다. '하나의 보편적인' 교회의 근거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고백이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고백하는 교회는 나라와 민족의 정체성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되고 보편적인 교회보다 앞서는 가치로 주장할 수 없다. 로마서에서 민족교회의 근거를 제시한 바울은 작은 로마서라 불리는 갈라디아서에서 완결된 가르침을 선언하고 있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라디아서 328).

 

대한민국의 오늘은 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과 갈등이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기도한다. 동시에 그리스도 안에서 이 땅의 모든 교회와 인류의 하나됨을 위하여 기도한다. 그것이 성숙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역할과 책임이라고 믿는다. 주님께서 이 땅에 평화와 통일을 허락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무릎을 꿇는다/동인교회 목사·WCC 중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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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사랑과 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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