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보다 귀했다.
정이녹의 임마누엘(19), (20)
1970년 한강에는 아파트보다 모래가 더 많았다.
후암동에서 이촌동으로 온교회가 출애굽 하듯이 이전을 하고 모래 위에 성전공사를 시작했다. 널빤지와 각목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고 창문도 못 달아 유리창도 없는 곳에서 예배를 드렸다. 바람이 모래를 회오리로 감아올리면 대나무를 꽂아 만든 빨랫줄에 셔츠며 바지들을 하늘로 한달음에 올렸다가 몇 바퀴 돌려서 팽개쳐 버린다. 훨훨 털어도 방바닥에 모래가 우수수했다. 머릿속이며 콧속, 혓바닥, 여기저기 모래가 그득했다.
가운데 큰길을 사이에 두고 교회 건너편에 공무원 아파트가 있었다. 주일 아침 교회 앞 골목길에 서 있노라면 멀리서 한 아이가 길을 건너온다.
아 우리 교회에 오는 아이가 확실하다.
달려가서 번쩍 안고 두둥실 한 바퀴 돌리며 춤을 춘다.
모래벌판 개척교회에서 유년주일학교 학생 하나는 천금보다 귀했다.
"오늘은 이촌동, 내일은 세계로" 한강의 기적을 꿈꾸며 새역사를 시작했다. 어느 수요일 유년부 예배를 드리는데 어디선가 연기 냄새가 났다.
마당 뒤쪽에서 유년부 한 아이가 불장난하고 있었다. 뛰어나가 연기 나는 곳에 모래를 붓고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설명하고 단단히 주의를 환기하고 돌아와 다시 예배를 드리는데 이번에는 창문이 훤해지면서 정말로 불이 활활 붙었다.
“한번은 용서하지만 두 번은 안 된다. 조금 전 약속 한 대로 몇 대 맞을까 네가 정해라”
눈가에 생글생글 장난기 가득하더니 자랑스러운 듯 손가락 다섯 개를 쫙 펴 보였다.
“그래, 정말 다섯 대는 맞아야겠지만 잘못을 인정한 것 같으니 두 대는 감해주고 세대만 맞자~! 엎드~렷!!!”
감히, 천금을 때리려 막대기를 들었다.
나는 교회 공사장 주변에 널려 있는 막대기 하나를 집어 들었다. 어깨를 반듯이 세우고 있는 아이를 향해 손목을 꽉 쥐고 온 힘을 다해서 “따라 해~, 하나앗 !!!” “하나~아 ~”
처음에는 실실 얼렁설렁하더니 한 대를 맞자 아이도 긴장하는 것 같았다. 궁둥이를 바싹 올리고 맞을 준비를 한다.
“궁둥이 올리고~ 두울 !!!” “두 우울~~”
“자 이제 마지막이다. 다시 올리고, 세엣!!!” “세에에엣 ~”
지금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어금니를 꽉 물었다.
아직 교육전도사님을 모시지 못해서 주일 학교 반사는 나 혼자였고, 예배를 드리던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 동그랗게 몰려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예수님도 이렇게 하셨을 거야 속으로 다짐하며, 그 자리에서 주기도문을 하고 예배를 마치었다.
기특해서 안아주려 했는데 녀석은 바람같이 사라졌다.
텅 빈 교회에 혼자 앉았는데 온몸에서 힘이 빠지고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매 맞고 화나서 다음 주일 교회 안 오면 어쩌나... 너무 심하게 때렸나...주일학교 유년부 여자 선생이 몽둥이로 학생을 때렸다고 소문나면, 당회장 아버님 목사님께 누가 되지 않을까....
맘 졸이며 사흘을 끙끙 앓았는데 주일 아침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이가 들어 왔다.
멀리서 빙빙 돌다 슬쩍 눈이 마주쳤는데
우리는 서로 씽끗 웃었다.
고마워 고마워 정말 고마워 미안해 아팠지?
다시 와줘서 고마워...
53년이 지났다
지금은 헌신 봉사 충성하시는 60세 초반 장로님이 되셨겠지.
'한강의 기적처럼 다시 뵙고 싶습니다.'
/한강교회 권사·수필가